‘감독 사각지대’ 공제회, 금융당국 직접 검사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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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사각지대’ 공제회, 금융당국 직접 검사 추진
  • 박형재 기자 parkhyungjae@kongje.or.kr
  • 승인 2020.06.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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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100조원 굴리지만 관리·감독 장치 부족, 부실 발생하면 회원 피해 심각
금융위, ‘보험업법 일부개정안’에 재무건전성 검사 근거 마련…7월 중 국회 제출
공제업계 “과도한 규제” 반발, “내부 시스템 재점검할 것”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4일 한 행사에 참여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금융위원회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4일 한 행사에 참여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금융위원회

[한국공제신문=박형재 기자] 금융당국이 공제업계를 향해 칼을 빼들었다. 금융위원회가 공제단체 재무건전성을 직접 검사할 수 있도록 보험업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공제단체 운영 자산은 100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금융당국의 검사를 받지 않아 ‘관리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있었다. 

금융위원회가 공제회 재정건전성을 들여다보는 내용의 ‘보험업법 일부개정안’이 23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금융위는 7월까지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현행 보험업법상 193조 1항의 일부를 수정하고, 3항을 신설해 금융위가 공제 주무부처에 공제회 재무건전성 검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반대로 공제 부처에서 필요한 경우 금융위에 공동검사를 요구할 수도 있다. 법안 통과 후 실질적인 검사 업무는 금융감독원에서 수행한다. 

현행 보험업법은 금융위가 공제회에 대한 기초서류만 요구할 수 있었다. 보험업법 제193조(공제에 대한 협의) 1항을 보면 “금융위원회는 법률에 따라 운영되는 공제업과 이 법에 따른 보험업 간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공제업 운영자에게 기초서류에 해당하는 사항에 관한 협의를 요구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에서는 193조 1항 중 “요구할 수 있다”를 “요구하거나 그 공제업 관련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재무건전성에 관한 사항에 관한 협의를 요구할 수 있다”로 변경했다. 재무건전성 내용이 추가되고, 기존 임의 규정이 강제 규정으로 바뀐 것이다. 

또한 193조 3항을 신설해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공제업의 재무건전성 유지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공제업자에 대한 공동검사 협의를 금융위원회에 요구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가 공제업 운영과 관련해 공동검사를 위한 협의권까지 갖게 됐다.

금융위가 공제기관들을 공동검사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돼 사실상 공제업계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가 입법 예고한 ‘보험업법 일부개정안’ 내용.

공제회는 교직원·행정·군인 등 일정 자격을 갖춘 고객만 회원으로 받고, 이들이 낸 회비로 자산운용을 해 수익금을 회원들에게 돌려준다. 또한 공제회는 회원들에게 보증, 연금, 장기저축 등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중소 공제조합을 더하면 국내 공제 자산운용 규모는 100조원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공제회마다 주무부처가 다르고, 대형 공제회를 제외하면 정기적으로 금융 검사도 받지 않아 ‘관리 사각지대’에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공제회 금융 상품에서 부실이 발생할 경우 소비자 피해는 물론 사회적인 파장도 크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전문성을 갖춘 금융당국이 공제회 재무건전성 감독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공제회에 대한 관리·감독권 확보를 추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3년과 2015년에도 공제회 건전성 확보 법안 등을 추진하다 공제단체들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공제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부담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평소 주무부처에 공제 운영 전반을 보고하고 있으며, 내부 감사도 수시로 진행하는 등 재무건전성을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는 항변이다. 다만, 금융위 움직임을 계기로 내부 시스템을 재점검하겠다고 강조했다. 

한 공제회 관계자는 “금융위에서 재무건전성을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지불준비금을 100% 이상으로 쌓아두고, 수시로 외부 컨설팅을 받아 자산운용, 상품개발 등에 부실이 없도록 하고 있다”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다른 공제회 관계자는 “(취재 전까지) 이런 움직임이 있는지 몰랐다”면서 “지난해 공제회 회의록 공개법안이 발의되는 등 갈수록 공제회를 향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한창희 국민대 법학과 교수는 “대부분 공제회들은 운영위원회 등을 통해 재무건전성을 적절히 관리하고 보험회사에 준하는 내부 기준을 따르고 있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면서도 “금융위가 공제회의 영업행위, 회계처리의 적정성을 들여다보는 등 규제가 강화되는 만큼 이에 맞춰 공제업계도 체계적인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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