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제사업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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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제사업에 바란다
  • 허연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yeonhur@cau.ac.kr
  • 승인 2020.06.15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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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제신문=허연] 공제는 과거 로마 시대로부터 존재해 온 장례조합(burial societies)이나 주택금융조합(building societies)에서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있다. 19세기 유럽에서 매우 성행하였는데 회원들에게 각종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됐다. 

공제는 ‘friendly society’, ‘mutuals’ 등으로 다양하게 통칭되는데 결국 고객들이 회사를 소유하는 형태로 회원들간의 상부상조를 위한 조직이다. 이러한 공제의 특성은 비영리보험사인 상호보험(mutual insurance)의 특성과 매우 유사하고, 일반대중에게 오픈되어있지 않은 일종의 자가보험(self-insurance)형태인 특정 산업의 협회에서 만든 캡티브 보험(association captive)의 운영목적과 형태가 유사하다. 즉, 동종업계에 종사하는 다수의 법인과 개인이 결합하여 특정한 우발적 사고로 나타날 수 있는 경제적 불안을 줄이기 위해 공동으로 재산을 형성하여 준비하는 유사보험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일반 민영보험은 불특정 다수의 개인이 전가한 리스크를 모아 관리하는 전문 기관인데 비해 공제는 회원사들의 주된 사업이 별도로 있고 그 사업과 관련된 리스크만 관리하는 부수적인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 따라서 공제사업은 회원사의 리스크를 관리하는 조직으로서 이론적으로는 일반 민영보험사에 비해 더 기술적이고 특정한 리스크에 치중하고 있으며 회원사들이 만든 리스크관리 조직이므로 회원사들의 리스크에 대해 보다 정확한 자료를 가질 수 있어 전문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캡티브 보험의 경우 재보험 가입 시 일반 보험사가 담보하는 물건보다 캡티브가 담보하는 물건에 대한 정보에 더 많은 신뢰를 주는 경향이 있다. 그 이유는 일반민영보험사보다 캡티브가 자보험사의 역할을 하는 동시에 모기업의 리스크를 관리하는 리스크관리자의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보험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약 90여개의 공제가 있다고 한다. 공제사업 구석구석을 잘 알지 못하지만 이 글을 통해 공제사업을 보면서 느낀 점 몇 가지만 공유하고자 한다.

첫째, 우리나라의 공제들은 회원사들의 리스크에 대해서는 민영보험사에 비해 더 잘 알고 있겠지만 사업규모가 작아 규모의 경제를 누릴 수 없으며 리스크관리 체계와 리스크를 다루는 전문성이 부족하게 보인다. 즉, 담보하는 리스크의 속성(발생빈도와 손실규모)과 회원사들의 경영특성에 대해서는 민영보험사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지만 판매채널이 없으므로 개별회원사에 대한 계약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오프라인 서비스를 대체할 수 있는 온라인이나 다양한 social network 계정을 활용하여 계약자들에게 리스크에 대한 정보제공이나 계약과 관련된 정보를 자주 제공함으로써 회원사들의 리스크관리자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공제사업이 소규모로 이루어지다 보니 기획업무도 주어진 틀 속에 매일매일 상존하는 문제에 치중(daily routine work)하고 있어 자칫 새로 다가오는 리스크를 예측하지 못하여 이에 대비를 할 수 없는 경우도 발생할 것이다. 코로나19의 확산이나 9.11테러 사건 등은 그러한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어느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영애 영향을 주는 제반 요인에 대한 변화와 담보가능성(insurability)의 변화 즉 현재 담보하고 있는 리스크의 속성이 변화하는지 예의 주시해야 하고 만일에 대비하여 여러 가지 주요 사안변화에 대한 가정을 통한 시나리오를 짜 놓을 필요성이 있다. 

둘째, 공제는 정부 각 부처의 규정에 의하여 설립되어 목적이나 사업방식 그리고 운영형태와 범위가 일반보험회사보다 소규모이며 매우 제한적이고 규제와 감독의 주체에 서로 달라 획일적인 평가를 하기가 매우 어려운 특성이 있다. 그러나 선진국의 경우 대부분의 국가에서 보험감독에 포함시키거나 보험감독에 준하는 정도의 엄격한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공제가 불특정 다수의 계약자를 상대로 사업하는 것이 아니고 회원사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일반 보험계약자들과는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민영보험과 공제가 경쟁하는 영역도 많고 일단 사고가 발생하면 그 피해가 불특정 일반 대중에게까지 미치며 자본능력이 비교적 작아 한 번의 대형사고로도 재무건전성이 크게 훼손될 수 있으므로 운영전반에 걸쳐 보험감독에 준하는 규제를 하고 있다. 규제와 감독이 독자적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경영과 재무건전성 문제에 직면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물론 보험사 못지않은 기획력과 사업관리로 재무건전성 등 모든 부분이 양호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공제는 ALM(자산부채관리)의 개념이나 부채의 시가평가(IFRS 17), 그리고 상품리스크 속성에 기초한 투자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고민을 덜하는 것 같다. 공제 사업도 일반 보험사가 고민하는 내용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셋째, 공제의 특성이 태생적으로 상부상조의 가치에 기초하여 설립되었으므로 민영보험사처럼 엄격한 언더라이팅을 할 수 없어 재무건전성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법령에 의해 가입이 강제된 대부분의 공제회의 경우 특별한 언더라이팅이 없는 정액형 공제료(단일 공제요율 사용)를 적용하고 있는데 보험가입 대상 전체가 회원사가 되므로 역선택(adverse selection) 문제는 없지만 계약이 이루어진 후 안전시설 강화나 리스크관리 부분에 대한 도덕적 위태(해이)가 상존할 수 밖에 없다. 즉, 법에 규정된 최소한의 안전설비만 충족된다면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담보된 모든 발생손실을 공제가 보상하므로 굳이 최저기준 이상으로 안전설비를 확충할 필요가 적어진다. 따라서 단일요율을 사용하는 경우 안전관리를 잘하는 계약자와 그렇지 않은 계약자간 공제료 보조(subsidization) 현상이 나타난다.

안전설비를 잘 해놓고 손실발생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하는 회원사들이 그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회원사들의 공제료를 보조하는 결과가 발생된다는 것이다. 결국, 모든 회원사가 이런 사실을 인지하는 순간 회원사들의 손실발생 억제에 대한 제반노력이 중단되어 전체 손해율이 높아질 수 있는 우려도 존재한다. 따라서 단일 요율을 적용하는 공제라고 할지라도 특정 규모 이상의 손실이 발생할 경우 회원들에게 보험료를 추가로 징수할 수 있는 제도(소급요율제도: retrospective rating)를 도입하거나 안전설비나 안전관리 상태에 따라 차등 요율제도를 도입할 수 있다면 계약자들에게 손실발생에 대한 경각심을 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법령에 의해 설립운영되는 공제의 경우 법에 의해 사업영역이 확보되어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하다는 장점은 있으나 경쟁자가 없어 자칫 비효율적 경영이 자리를 잡게 될 가능성도 상존한다. 공제사업 운영자는 회원들의 리스크를 단순하게 구성원들 사이에 분산하는 중개자 역할에 그치지 말고 회원사들의 리스크를 관리하는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의무를 다해야 할 것이다. 규모는 작지만 공제사업에서 당면할 수 있는 리스크는 보험사들이 직면하는 리스크와 유사할 것이므로 보험사들이 운영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하는지 보고 잘 배워야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임직원 대부분이 보험회사 경력이 없거나 보험경영에 대한 학습기회도 별로 없는 것 같아 보험연수과정이나 다른 보험유관 단체가 주관하는 학습기회를 충분히 잘 활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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