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디지털 전환 가속화...인슈어테크 '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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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디지털 전환 가속화...인슈어테크 '돌풍'
  • 홍정민 기자 hongchungmin@kongje.or.kr
  • 승인 2020.06.10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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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한 만큼만 내는 '자동차보험', 'ON-OFF' 여행자보험 등 新보험 잇따라
AI 언더라이팅·보험상담 등 활용법 다양… 질병 보장 → 건강관리로 패러다임 전환

#평소 자동차 운전을 많이 안 하는 김모씨(29)는 지난 3월 휴대폰처럼 쓴 만큼만 보험료를 내는 자동차보험에 가입했다. 자동차 시거잭에 주행거리 측정기를 연결하면 자동으로 보험료가 산출되는 방식이다. 김씨는 4월 보험료가 기존 주행거리에 관계없이 일정금액을 내던 때보다 약 15만원 정도 절약된 것을 확인했다.

#해외 출장이 잦은 박모씨(36)는 그동안 출장을 갈 때마다 보험업법에 따른 설명과 공인인증 절차를 거쳐 해외여행자보험에 재가입을 반복해 왔다. 그러나 이제 보험사 앱에서 터치 한번으로 원하는 기간에만 보험을 'ON-OFF' 할 수 있어 편리하게 여행자보험 사용이 가능해졌다.

[한국공제신문=홍정민 기자] 자동차 탄 만큼만 돈을 내고 스위치를 켰다 끄는 것처럼 보험에 가입하는 것은 현재 상용화돼 흔히 볼 수 있는 서비스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산업 전반에서 디지털경제로의 전환 속도가 빨라지면서 보험업계도 인슈어테크(Insure+Tech) 개발·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인슈어테크는 어느 단계까지 와 있을까.

삼성화재 직원들이 AI 계약심사 시스템을 보며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삼성화재
삼성화재 직원들이 AI 계약심사 시스템을 보며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삼성화재

AI가 직접 보험계약 판단

보험업계에서도 비용·업무 효율화를 위해 AI 도입 분야가 확장되고 있다. 단순 챗봇부터 시작해 AI 언더라이팅(보험계약 심사), 그리고 AI 보험설계사까지 상용화 단계에 근접해 있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10월 자연어처리 및 머신러닝 기술이 적용된 AI 언더라이팅 시스템 ‘바로(BARO)’를 도입했다. 바로는 보험계약의 승낙이나 거절에 대한 의사결정을 처리한다. 고객이 정해진 기준에 부합하면 자동으로 계약승인, 기준 미달이면 계약을 거절한다.

예를 들어 질병 심사를 넣을 경우 가입자가 진단서를 떼서 보험사로 보내면 이를 AI가 심사한다. 예전엔 심사 시간에 평균 5~10분, 바쁠 경우 한 시간이 넘어갔으나 바로를 사용한 뒤 1분내로 단축됐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바로에 더 많은 데이터가 축적되면 보다 어려운 문맥들도 학습돼 인지 범위가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화재도 지난해 장기인보험과 재물보험에 AI 계약심사 시스템을 도입했다. 건강보험, 암보험 등 장기보험 계약 시 경우에 따라 심사자의 별도 확인 없이 전산 심사만으로 가입이 승인된다. 그 결과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질병 위주로만 심사자가 확인해 보험가입자의 대기 시간이 줄어들었다.

장기재물보험의 경우 AI가 이미지 인식 및 자연어 학습을 통해 화재보험에 특화해 분류된 업종을 판단한다. 삼성화재가 가진 사진 수십만장을 학습, 가입 시 제출된 건물 사진을 인식하고 업종과 관리상태를 판단해 심사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5월 사람뿐만 아니라 AI가 보험 가입을 유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보험업법 83조를 규제샌드박스로 지정했다. 사람이 아닌 AI 보험설계사가 고객과 전화통화로 보험상담이나 판매를 하는 방식인데, 현재 상용화 전 단계로 조만간 로봇이 보험모집을 하는 장면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한화생명이 출시한 개인건강정보 기반의 건강관리 서비스 앱 ‘헬로(HELLO)’화면. 사진=한화생명
한화생명이 출시한 개인건강정보 기반의 건강관리 서비스 앱 ‘헬로(HELLO)’화면. 사진=한화생명

보험사-소비자 윈윈 '헬스케어 서비스'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며 사람들의 질병 예방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질병 치료·예방을 포함하는 헬스케어 서비스는 보험가입자와 보험사 양쪽 모두 윈윈할 수 있어 보험업계에서 관심을 갖는 인슈어테크 분야다. 소비자가 건강한 행동을 반복하면 보험사가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는 형태다. 이를 통해 소비자는 건강관리를 할 수 있고 보험사는 손해율을 낮출 수 있다.

보험사들은 건강증진형 보험상품이나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건강증진형 보험은 주로 운동하는 만큼 보험료를 인하해주는 상품이다. 오렌지라이프는 지난 2018년 국민체력100 사업과 연계한 건강증진형 보험상품을 공개했다. 보험가입자는 오렌지라이프의 걷기운동 앱 ‘닐리리만보’를 활용해 1년동안 일 평균 1만보 걷기를 실천하면 달성한 개월 수를 반영해 보험료의 일부를 축하금으로 받을 수 있다.

한화생명은 개인건강정보 기반의 건강관리 서비스 앱 '헬로(HELLO)'를 출시했다. 가입자가 본인인증을 하면 10년치 건강검진정보를 보여주면서 건강 수준을 나이로 환산한 생체나이를 함께 보여준다. 사용자가 본인이 섭취한 음식 사진을 스마트폰으로 찍으면 AI 카메라가 어떤 음식인지 어떤 영양소를 가지고 있는지 분석해서 알려준다. 수분섭취, 혈당, 체중 등 건강정보를 입력하면 히스토리 관리도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건강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나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고객을 위해 비대면 헬스케어 서비스를 꾸준히 개발·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 매칭 플랫폼 다다익선의 P2P보험 운영 모델. 사진=다다익선
보험 매칭 플랫폼 다다익선의 P2P보험 운영 모델. 사진=다다익선

P2P보험, 인슈어테크 만나 시너지 '기대'

최근 P2P(개인간) 보험이 인슈어테크 산업에서 부각되고 있다. P2P 보험은 상품가입 및 보험계약심사 단계부터 보험금 지급까지 모든 절차를 스스로 결정하고 실행하는 새로운 형태의 보험 플랫폼이다. 보험사나 보험중개사가 개입하지 않고 보험계약자들 서로를 보장해 주는 완전한 손실 공유 형태의 상품이다.

P2P 보험은 가입자들끼리 보험사가 부담할 위험 보장 역할을 공유한다. 기존 보험사에서 감당했던 리스크 비용이 감소하고 그만큼 보험료 부담이 줄어든다. 이런 형태의 서비스가 등장한 데에는 SNS를 통한 소비자 간의 소통이 원활해진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다만, 미국이나 독일 등 선진국에서 P2P 보험의 운영 주체가 보험중개사나 보험사로 돼 있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보험업법에 따라 보험중개사가 직접 P2P 보험을 판매하거나 내부 적립금을 운영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

이로 인해 국내는 인바이유나 다다익선 등의 P2P 플랫폼을 통한 미니보험, 보험서비스 패키지 등 매칭형태의 서비스 제공에 그치고 있다.

소프트웨어정책 연구소 관계자는 "P2P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보험 서비스 도입 등을 통해 보험사와 인슈어테크 기업 모두 비즈니스 모델 확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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