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보험사들도 태생은 공제조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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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보험사들도 태생은 공제조합이었다
  • 홍정민 기자 hongchungmin@kongje.or.kr
  • 승인 2020.06.10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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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즈 등 글로벌 보험사, 공제→상호보험사 형태로 발전
'상호부조' 바탕으로 성장, 국내는 진입장벽 낮춰야 설립 가능

[한국공제신문=홍정민 기자] 로이즈, 코베아(COVEA), 일본생명보험. 보험업계 종사자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세계적인 보험사다. 이들은 공제조직에서 출발해 글로벌 보험사로 성장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국내 공제단체에서도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보험의 기원과 함께 세계적 보험사의 탄생과정을 한국공제신문이 자세히 살펴봤다.

 

세계 최초 생명보험사 '아미카블 소사이어티'. 사진=wiki commons
세계 최초 생명보험사 '아미카블 소사이어티'. 사진=wiki commons

 

보험의 기원

로마 시대의 콜레기아(collegia)는 신에 대한 종교의식을 치르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으로 생명보험의 원형으로 여겨진다. 콜레기아는 조합원이 사망하면 장례 지원금을 지급했으며 이 지원금은 유족의 생활비로 사용했다. 이는 생명보험이라기보다는 오늘날의 상조회와 비슷한 성격을 띠고 있다.

콜레기아는 중세에 길드(guild)의 형태로 발전했다. 많은 길드가 경쟁적으로 발달하며 사망뿐 아니라 화재, 질병, 도난 등 조합원의 각종 피해를 보상하기 시작했다.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후 해상활동의 규모가 점점 커지며 생명을 담보로 한 사망보험이 15세기에 최초로 등장했다. 그러나 해상무역으로 인한 상인들의 물건에 대한 손해보상은 이뤄지지 않았다. 해상무역을 하는 상인들 사이에서 보험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1688년 런던의 로이즈(Lloyd's) 커피하우스에서 최초의 해상보험이 탄생했다. 이 로이즈 커피하우스가 현재 세계 최대 보험사인 '런던 로이즈'의 전신이며 근대 보험의 기원이 됐다. 이후 15세기 후반부터 18세기 중반까지의 대항해시대에는 영국에서 해상보호법이 제정됐으며 17세기 후반 영국 런던에서 대형 화재 이후 화재보험이 탄생하게 됐다.

한편 고대 로마시대의 콜레기아, 중세의 길드 등에서 볼 수 있었던 상호부조(mutual aid)의 성격을 띄고 있던 생명보험은 해상보험과 화재보험이 등장한 이후 등장했다.

그렇다면 최초의 생명보험사는 어디일까. 최초의 생보사는 1706년 영국에서 설립된 '아미카블 소사이어티(Amicable Society for a Perpetual Life Assurance)'다. 생명보험이 뒤늦게 생긴 이유는 사망률에 대한 통계를 낼 수 없었기 때문인데 이에 대한 통계를 사용하는 것은 1764년이 돼 서야 가능했다. 인간의 사망률을 사망보험에 최초로 반영한 생보사는 1764년 설립된 영국의 에퀴터블 생명보험사(Equitable Assurance)다.

 

영국 로이즈 빌딩 외관. 사진=로이즈
영국 로이즈 빌딩 외관. 사진=로이즈

 

국내에는 없는 상호보험회사

공제는 초기 생명보험의 주된 목적인 '상호부조(mutual)' 개념과 비슷하다. 유럽에서는 공제를 투자 수익이 아닌 조합원들에 대한 보장을 제공할 수 있는 조직을 일컬으며 주로 ‘뮤추얼(mutual)’로 표기한다. 우애조합, 상호보험회사, 상호조합, 협동조합 등이 넓은 범위의 공제조직에 포함된다.

상호보험회사는 공제회와 마찬가지로 서로 아는 사람들 간에 연대의식을 바탕으로 상호부조가 이뤄진다. 상호보험사는 주식회사와 달리 비영리기업으로 주주, 주식, 주주총회가 없다. 상호보험사의 상품을 구입하면 사원이 회사 지분 일부를 소유하게 돼 사원총회에서 모든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 또한 회사의 이익이 발생하면 이를 나눠갖게 된다.

영국 등 유럽과 미국, 일본 등의 대형보험사들은 상호보험사에서 출발한 경우가 많다. 사실상 공제조합에서 시작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앞에서 잠깐 언급했던 영국의 로이즈도 거대한 규모의 보험조직이다. 런던 로이즈 커피하우스에서 시작된 로이즈는 영국의 특수법인으로 보험사들이 자율적으로 만든 보험 거래소다. 여러 보험사 혹은 은행들 연합체와 재보험을 들길 원하는 보험사를 중개해 리스크와 피해 규모를 평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 재해보험사인 미국 FM(Factory Mutual)글로벌은 1835년 공장공제조합에서 시작됐다. 아일랜드 섬유공장 소유주 자카리아 알렌은 화재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장을 상당부분 개선한 뒤 보험사에 보험료 인하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알렌은 다른 지역의 섬유 공장 소유주를 모아 리스크가 낮은 공장만 보장하는 공장공제조합을 설립했다.

이 조직이 FM 글로벌의 전신인 'Manufacturers Mutual Fire Insurance Company'이다. 1987년까지 42개의 상호보험회사가 생겼으나 3개의 회사로 통합됐으며 마지막으로 1999년 3개사를 합병해 지금의 FM 글로벌이 됐다.

일본 최대 생보사인 일본생명(닛폰생명보험)은 지난 1889년 7월 설립돼 3번째로 오래된 생보사다. 생명보험, 연금보험, 퇴직보험, 자산운용 등의 업무를 하고 있으며 2차 세계대전 기간을 제외하고 1898년부터 현재까지 보험 계약자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해왔다. 일본 최대의 보험사이나 비상장기업으로 상호보험회사의 형태를 띠고 있다.

이처럼 외국의 경우 상호부조 정신을 바탕에 둔 공제조직이 성장해 글로벌 보험사가 되는 경우들이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보험사는 상호보험사 설립 사례가 없으며 전부 대기업 산하의 주식회사 형식이다. 주식회사의 경우 주주가 보험상품으로 이익을 많이 취하면 소비자에게 돌아오는 이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 상호보험사가 설립되려면 진입장벽이 낮아져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상호회사가 설립되려면 주식회사와 마찬가지로 최소 300억원의 자본금이 필요하다"며 "미국의 경우 생보사를 상호보험사로 설립하려면 65만 달러(약 8억 원)로 주식회사 설립 200만 달러(약 25억 원)의 3분의 1만 있으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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