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과 보험
상태바
4차 산업혁명과 보험
  • 한창희 국민대 법학과 교수 chgm@kookmin.ac.kr
  • 승인 2020.05.25 07: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공제신문=한창희] 최근 우리나라에서 자동차 범퍼의 견적비를 인공지능이 산출하는 시스템을 보험회사가 도입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자율주행기술, 인공지능, 빅데이터를 활용한 로봇 등과 같은 쟁점이 연일 뉴스에서 다뤄지고 있다. 이처럼 기술의 영향은 보험업에서 매우 중요하다. 보험과 기술의 합성어인 인슈어테크가 보험업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인슈어테크는 기술을 활용해 높은 품질의 보험 서비스를 가성비 있게 제공하는 것이다. 보험 상품과 서비스에 접근, 제안, 관리하기 위한 창의적인 방법을 제공하여 현재의 보험업을 개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디지털기술의 신흥시장을 가르킨다.

사람의 신체, 자동차, 빌딩, 텔레비전, 냉장고 등에 센서와 전자장치가 부착되고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보험자가 실시간으로 위험을 기술적으로 산정하는 다양한 텔레매틱스보험이 출현하고 있다. 2025년에는 도로상 위험을 수신하고 교통사고발생시 자동경보하며, 위치를 송신하는 센서가 운행자동차 절반에 설치될 것이 예상된다. 집과 기업 재산에 설치된 센서가 화재, 홍수, 기타 보험사고와 입은 손해에 대한 정보를 자동적으로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웨어러블장치는 발작, 심장마비와 같은 중대한 상해 질병, 상해사고발생시 보험자에게 통지하여 응급처치를 할 수 있고, 이전에는 질병보험에 가입하지 못하거나 고액보험료로만 가입이 가능하였던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병을 보유한 고객이 웨어러블을 통하여 헬스 등 운동이나 행위목표를 충족하는 것을 증명하여 고객의 보험 가입 가능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 

사물인터넷을 창의적으로 사용하는 예로 미국에서 손해보험금 산정에 드론을 사용한 유에스 에리 보험사가 손꼽힌다. 이러한 기술은 우리나라의 농작물재해보험 실무에서, 혹은 농작물이 자라고 있는 산간에서 태풍 등으로 피해를 입은 경우 손해액을 산정하는 데 노동집약적인 손해평가사의 직무와 관련하여 유용할 것이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텔레매틱스보험으로는 운전정보를 기록, 전송, 분석하기 위하여 차량에 GPS와 같은 통신장치, 사고데이터기록장치를 부착하여 마일리지의 거리에 따라 보험료를 산정하는 PAYD 형태가 있다. 또한 운전속도, 코너링의 난폭함의 정도, 가속페달의 회수, 급정차, 차선변경횟수 등 위험의 정도에 따라 보험료를 산정하는 PHYD 형태의 사용자기반(ubi) 자동차보험 등이 있다. 일본에서는 피보험자의 건강연령과 관련된 질병보험이 판매되고 있는데, 보험회사가 웨어러블장치를 보험계약자에게 임대하고 활동데이터의 결과, 의료적 검진, 종합의료검진과 웨어러블장치에서 수집된 데이터에 기반한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를 분석한다. 

인공지능을 가진 자율주행자동차는 인식→ 판단→ 예측→ 작용의 일련의 행위를 수행한다. 교통사고와 관련하여 세계에서 가장 폭넓은 보장을 한다고 일컬어지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과 관련하여 동법이 자율주행자동차에 적용가능한지 여부가 문제된다. 첫 번째 문제는 자율주행자동차가 동법 제2조 제1항상의 자동차인가 여부이고, 두 번째 문제는 운전자없는 자동차의 사용이 동법 제2조 제2항의 운행의 정의에 해당하는가 여부이며, 세 번째는 자동차의 운행으로 인하여 다른 사람을 사망 또는 부상하게 하여 책임을 지는 자인 동법 제3조의 ‘자기를 위하여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는 누구인가이다. 이에 대하여 일본 카가와 대학의 타다오 고에즈카 교수에 따르면 자율주행자동차가 야기한 사고에 대하여 자배법은 적용가능하고, 일본정부는 2025년까지 자율주행자동차의 문제로 자배법을 개정할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으며, 보험자가 보험금을 지급한 후 제조자에 대하여 가지는 보험자대위의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고 한다. 

민법 제3조에 따르면 사람은 생존한 동안 권리를 취득하고 의무를 부담한다. 근래 일부 학자는 자율주행자동차가 사람과 같이 스스로 인식, 판단, 예측, 작동하기 때문에, 인공지능을 보유한 자동차는 법률상의 인격 또는 권리능력을 가진다고 주장하기조차 한다. 인슈어테크는 새로운 보험상품의 개발, 고지의무, 합리적인 보험금 산정, 보험회사의 재무건정성 등 보험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보험업을 둘러싼 이와 같은 급격한 환경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한 시기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