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들, ‘코로나 테크’ 앞세워 일본 공략
상태바
중국 기업들, ‘코로나 테크’ 앞세워 일본 공략
  • 강태구 동경특파원 kgn@kongje.or.kr
  • 승인 2020.05.18 07: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알리바바 등 中기업, 저비용 디지털 기술 앞세워 日 ‘약체기업’ 침투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인공지능 확산 기조와 맞물려 영향력↑
모택동 인해전술 떠올리게 해, “일본 기업들 경각심 가져야”

[한국공제신문=강태구] 농촌에서 도시를 에워 쌓는다. 인민해방군을 이끌었던 모택동의 ‘인민전쟁 이론’의 요체는 먼저 지방을 지배하에 두고, 거기에서 중앙으로 공격해 가는 게릴라 전술에 있다.

이처럼 지방이나 중소, 중견기업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슬금슬금 일본 열도로 엄습해 오는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이른바 ‘코로나 테크’로 불리는 기술 목록이 동경 카스미 가세키(관청 중심가)의 경제관청 주위에 퍼지면서 일본 재계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 테크는 감염 확대를 막는 제품이나 서비스 일람에 중국 기업의 이름이 죽 나열되어 있는 것을 일컫는다. 안전상의 리스크에 경종을 울림으로써 일본기업에 기술개발 노력을 촉구하기 위한 자료이다.

일례로, 알리바바 그룹의 전자결제서비스 ‘알리페이’는 전자결제데이터나 위치 정보로 개인의 감염리스크를 추출하여, 적색, 황색, 녹색으로 핸드폰에 표시하는 앱을 개발했다. 

중국 광시과학기술연구소는 AI(인공지능)를 통해 적외선과 화상 인식으로 감염 의심자를 가려낼 수 있는 기술을 실용화했다.

이밖에 사람이 물체에 닿지 않고 사무실을 출입할 수 있는 개인인증, 컴퓨터 단층장치(CT) 화상을 20초 만에 판독하는 기술 등 디지털 기술로 코로나를 봉쇄하는 실제 사례는 수없이 많다. 

AI 사용할수록 정확도 높아져, 중국식 이노베이션 가속화

이런 기술들은 현장에서 사용하면서 방대한 실증 데이터를 수집해 계속해서 소프트웨어를 갱신하면서 정확도를 높여간다. 아직 설익었더라도 시장에 투입하여 시장 안에서 기술을 육성하는 것이 중국식 이노베이션이다. 완성도를 높여 제품을 판매하는 일본기업으로서는 스피드 면에서 맞서 싸울 수 없다. 

일본 국내로 눈을 돌리면 코로나 위기로 인해 수익력이 떨어지는 업종이 넘쳐나고 있다. 중국 기술은 그러한 ‘약체 업계’부터 침투해 들어 간다.

예를 들면 소매업계의 경우, 일손 부족과 소비 저하의 틈새 공격으로 자동화, 간소화가 절박한 과제로 되고 있다. AI나 로봇을 사용하여 무인화를 서두르는 기업은 적지 않다.

일본 북부 센다이에 거점을 두고 있는 아이리스 오야마는 상품 시설을 위해 AI 탑재 카메라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구매 고객의 성별이나 연령, 동선을 인식하여 구매행동을 분석할 수 있다. 기기 조달은 중국 제품이다.

고비용 의료분야에서도 기술도입이 진행되고 있다. 의료정보 서비스의 엠쓰리와 성마리안나 의과대 병원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신속히 진단하기 위해 흉부 CT 화상을 원격으로 촬영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시했다. 기술적인 면은 알리바바가 지원한다.

데이터금고 지방은행도 흔들 

또한 지방은행 역시 흔들리고 있다. 코로나 위기로 일본 중앙은행은 금융완화를 계속할 수밖에 없다. 자금 운용의 어려움과 융자 이자소득 축소로 지방은행은 한층 어려움에 처할 것이다. 거액의 시스템을 자력으로 구축할 여력은 없고 외부 서비스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착안한 것이 금융그룹 SBI 지주회사이다. 중국 금융의 거인인 평안보험그룹과 손을 잡고, 지방은행을 대상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시작했다. 안면인식이나 음성인식에 의한 본인 확인, AI에 의한 리스크관리나 융자심사, 영업직원의 지원과 교육, 시장분석 등 메뉴는 50여 종에 이른다.

지방은행은 지역 기업이나 개인정보를 독점적으로 쥐고 있는 소위 데이터의 금고이다. 고객에게는 전략적인 기술을 가진 중소기업도 있고, 공무원이나 경찰관, 원자력발전소 직원 등도 계좌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지방은행은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맡기게 된다. 이 SBI의 서버는 일본 국내에 있다. 평안그룹과 공동으로 설립한 SBI 원 커넥트 저팬의 고에다 사장은 “일본 데이터는 일본 국외로 한 발짝도 나갈 일은 없다”고 만전의 안전 체제를 강조한다.

일본 전체가 중국 ‘데이터 식민지’ 될 가능성 배제 못해…경각심 가져야  

일본기업이 중국 세력의 대일진출에 가담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기술적으로 뛰어나 저비용의 중국 디지털 기술을 도입하는 것은 기업으로서 합리적인 행동이며 자연스런 흐름이다.

SBI의 전략은 많은 지방은행의 경영 개선에 기여할 것이다. 아이리스 오야마나 엠쓰리의 시도는 일본의 소비자, 이용자의 덕분이다. 그렇지만 중국으로부터의 기술도입은 데이터를 유출시키지 않는 것이 대전제이다.

중요한 데이터에 관련된 중국 기업은 앞으로 확실히 증가해 갈 것이다. 안전보장 정책에 관련한 일본정부 고위 공무원은 “시스템의 유지나 소프트 갱신을 중국 기업에 의존하는 것은 리스크가 높다”고 지적했다. 서버의 소재지뿐 아니라 기술자의 관여로부터 정보의 유출로 이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만일에 치안이나 인프라 관계자의 개인정보나 기업의 중요 데이터가 유출되면 중국 기업을 경유해 중국 정부 손에 넘어갈 가능성은 완전히 부정하기 어렵다.

개별 기업의 판단 결과로 일본 전체가 중국 중심으로 데이터가 오가는 디지털 기술권으로 빨려 들어갈 가능성은 없는가? 기업의 이익은 때로는 국가의 안전보장과 상반된다. 코로나의 위기는 그 괴리를 가속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