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제회 골프장 사랑이 계속되는 이유
상태바
공제회 골프장 사랑이 계속되는 이유
  • 박형재 기자 parkhyungjae@kongje.or.kr
  • 승인 2020.04.27 07: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문조합 2800억 규모 골프장 매입 추진, 기계설비공제도 1000억원대 매물찾기
건설공제조합 세종필드GC 운영 중, 엔지니어링공제도 힐드로사이 C.C 사들여
표면적 매입 이유는 수익다각화, 속내는 인사적체 해소 및 공제회 자산 증식
조합원 복지 및 화합 취지로도 사용, 다목적 ‘꽃놀이패’

공제단체의 골프장 사랑이 남다르다. 지난해 엔지니어링공제조합이 힐드로사이 C.C를 850억여원에 인수한 데 이어, 전문건설공제조합이 2800억원 규모의 골프장 매입을 추진하고 있다. 기계설비공제조합도 1000억원대 골프장 매입을 검토 중이다. 골프장 인수가 잇따르는 이유를 살펴봤다.

[한국공제신문=박형재 기자] 전문건설공제조합이 새 골프장 매입을 추진한다. 현재 골프장 매입을 위한 컨설팅 용역 업체를 선정하고 있으며, 27일 용역 계약을 체결해 본격적으로 골프장 매입에 착수한다. 이와 관련, 지난 3월 골프장 매입 추진위원회를 설치하고 2800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전문건설공제조합의 골프장 투자는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2012년 대한전문건설협회와 각각 600억원, 100억원씩 투자해 펀드를 구성, 회원제 골프장 코스카CC에 투자한 바 있다. 이후 2016년 대중제 골프장으로 전환하고 별도 자회사를 통해 운영하며 수익을 내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안정적인 수익 확보를 위해 골프장 매입을 추진 중이다. 코스카CC의 경우 대중제 전환 이후 수익이 나고 있으나 경영실적 등 구체적인 숫자는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공제단체들도 골프장 운영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엔지니어링공제조합은 지난해 11월 강원도 홍천에 위치한 18홀 대중형 골프장 힐드로사이컨트리클럽(CC)을 약 850억원에 인수했다.

엔공 관계자는 골프장 인수 이유로 “금리가 계속 떨어지고 있으며, 투자 포트폴리오상 부동산 비율이 적어서”라고 답했다. 저금리 시대, 금융이자만으로 자산 불리기는 한계가 있으며 수익 다각화 측면에서 골프장을 인수했다는 설명이다.

지난 2012년부터 세종시에 18홀 대중형 골프장(세종필드GC)을 운영 중인 건설공제조합도 추가 골프장 매입에 적극적이다. 건공은 지난해 레이크힐스용인컨트리클럽(CC)과 레이크힐스안성골프클럽(GC)을 운영하는 일송개발 인수전에 참여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이밖에 기계설비공제조합도 올해 수도권 인근 1000억원대 골프장 매입을 검토 중이다.

전문건설공제조합이 운영하는 코스카CC 홈페이지 일부.
코스카CC 홈페이지에 전문건설공제조합이 출자했다는 내용이 명시돼있다. 

골프장에 뛰어드는 진짜 이유

이처럼 골프장 사업에 공제단체 러브콜이 잇따르는 이유는 표면적으론 수익 다각화를 위해서다. 저금리 시대 은행 이자만으론 자산운용이 어려운 만큼 고정 수익이 보장되는 골프장에 투자한다는 것이다. 공제회가 각종 회관을 짓고 임대수익을 올리는 것과 유사한 맥락이다.

두 번째 이유는 조합원 복지와 화합을 위한 목적이다. 골프장을 갖고 있으면 공제단체 소속 임직원과 조합원들이 이용하기 편리하다. 또한 그린피 할인 등의 혜택을 제공할 수 있어 호응이 좋다.

세 번째는 공제단체 자산 규모를 불리기 위해서다. 공제단체는 정관에서 정한 일정 금액 이상을 사내유보금으로 보유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주식투자, 대체투자 등으로 자산을 운용한 뒤 남은 이익금을 공제상품 이자와 조합원 배당금 등으로 모두 배분해야 한다. 그러나 골프장을 인수할 경우 잉여이익금을 투자금으로 활용해 조합 재산을 늘리는 게 가능하다. 특히 부동산 특성상 시간이 지난 뒤 땅값이 크게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골프장 인수는 공제단체 인사적체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이직이나 퇴사가 많지 않은 공제단체 특성상 업력이 오래된 공제단체일수록 인사적체 현상이 뚜렷하다. 직원들이 진급을 하고 싶어도 남는 자리가 없어 과·차장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은데, 골프장 운영 자회사를 만들면 이들을 돌릴 수 있어 인사 불만을 해소할 수 있다.

한 공제업계 관계자는 “골프장을 인수하면 평소에는 임직원들이 사용하거나 조합원 복지에 활용하기 좋고, 공제단체 재산을 증식하기에도 효과적이다. 이 때문에 여러 공제단체들이 골프장 인수를 수시로 검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엔지니어링공제조합 홈페이지에 명시된 골프장 관련 내용. 힐드로사이CC 골프장을 임직원이나 조합원이 이용할 경우 그린피를 할인해준다. 
엔지니어링공제조합 홈페이지에 명시된 골프장 관련 내용. 힐드로사이CC 골프장을 임직원이나 조합원이 이용할 경우 그린피를 할인해준다. 

골프장 인수 러시, 괜찮을까?

공제단체들의 골프장 인수 러시는 수익 다각화, 조합원 복지, 인사적체 해소, 자산 증식 등 여러 포석을 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국내 골프장의 경영실적이 준수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런 물밑 움직임이 가속화됐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지난 20일 발표한 ‘2019년 골프장 경영실적 분석’에 따르면, 국내 260개 골프장(제주지역 골프장 제외)의 지난해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22.5%로 2018년(16%)보다 6.5% 포인트 상승했다. 골프장 영업이익률이 20%를 넘긴 건 2009년 24.1% 이후 처음이다.

이는 겨울철 적설량이 적었고 8월에 폭염 일수가 줄어 영업 가능 일수가 7일 이상 늘어난 덕분이다. 또한 주 52시간 근무제 확산으로 골프장 이용객수가 6.6% 증가했고, 코스사용료 등 골프장 이용료가 인상된 효과도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현 시점에서 골프장 인수가 매력적인지는 의문이다. 작년에 골프장 매물들의 인수합병(M&A)이 다수 이뤄지면서 골프장 매매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골프장 홀당 매매가격은 지난해 약 47억3000만원으로 2018년 35억5000만원보다 33.2% 높아졌다. 사실상 골프장 매매가격이 정점을 찍은 상황에서 굳이 매입할 필요가 있는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또한 지금과 같은 경기침체 국면이 계속되면 이용객감소 등 리스크가 커지는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소장은 “회원제 골프장들이 높은 세금 때문에 대중제로 속속 전환하고, 신규 골프장도 만들어지면서 올해에만 40여개 골프장이 더 만들어질 예정”이라며 “앞으로 경쟁이 심화되면 수익성은 지금보다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제단체에 여윳돈이 있다면 투자해도 좋지만, 매매가가 높은 상황이고 수익성이 둔화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신중히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