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후폭풍, 공제회 자산운용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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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후폭풍, 공제회 자산운용 ‘빨간불’
  • 박형재 기자 parkhyungjae@kongje.or.kr
  • 승인 2020.04.20 07:2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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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신규 투자 올스톱, CLO 등 부실 가능성 높아져
제로금리 시대, 역마진 리스크 등 수익 감소 불가피
최악의 경우 관광·건설 등 보증사고 우려, 공제회에 불똥

[한국공제신문=박형재 기자] 코로나19 후폭풍으로 공제회 자산운용에 경고등이 켜졌다. 그동안 수익률 제고를 위해 투자 비중을 늘려오던 사모부채펀드(PDF)와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 등은 부실 가능성이 높아졌고, 신규 해외투자는 국가간 이동금지로 사실상 ‘올스톱’됐다.
금리가 0%대로 떨어지면서 연금 등 저축성 공제상품의 역마진 리스크가 커지고, 경기 침체로 신규 공제수요 축소와 중도이탈 증가도 예상된다. 무엇보다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건설, 여행업 등 산업 근간이 흔들릴 경우 보증사고로 이어져 공제단체(공제회·조합)에 불똥이 튈 수 있다는 비관적 관측마저 나온다.

해외 대체투자 위험↑

공제단체들은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해외 대체투자를 꾸준히 늘려왔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교직원공제회는 미국과 유럽 PDF에 약 4000억원 가량을 투자하고 있다. 공무원연금도 유럽 다이렉트렌딩(직접기업대출) 등에 총 3400억원 가량을 투자 중이다. 군인공제회는 올해 국내와 해외 대체투자에 각각 3500억원씩을 배정했다. 행정공제회는 자산 15조 6001억원 중 58.7%를 대체투자(해외 35.9%, 국내 22.9%)에 할애하고 있으며, 해외 PDF, CLO 등에도 투자하고 있다.

문제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 침체로 기업들의 상환 능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만일 CLO에 포함된 저신용 기업이 경영난으로 하나둘 문을 닫게 되면 채무불이행이 발생해 투자 수익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 있다.

CLO는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 대출채권을 담보로 발행하는 일종의 자산담보부증권(ABS)이다. 주로 회사채를 발행하기 어려운 ‘BB-’등급 이하 기업이 대상이다. 투자 위험이 높은 반면 연 5~10%대로 이자가 높아 고위험·고수익 상품으로 통한다. 미국발 금융위기 때 문제가 됐던 CDO와 비슷한 구조로 실물경기 하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COVID19가 장기화할수록 신용위기 재현 가능성이 높아진다. 2분기 선진국 확산 추세가 이어지면 글로벌 경기 반등은 4분기로 늦춰지고 신용 리스크가 확대하는데 CLO가 뇌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제단체들은 주로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기업대출 펀드에 간접 투자해 아직까지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한지방행정공제회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신용경색 상황이 오래가면 자산운용에 영향이 있겠지만 아직까지 직접적인 피해는 없으며 즉시 개입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다만, 코로나19에 따른 투자 리스크에 대해 예의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행정공제회는
행정공제회는 자산 15조 6001억원 중 58.7%를 대체투자에 배분하고 있다. 

신규 투자도 올스톱

공제단체 신규 해외 대체투자도 올스톱됐다. 투자를 진행하려면 현지 실사가 필요한데 국가간 이동 제한으로 비즈니스 미팅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교직원공제회와 노란우산공제, 건설근로자공제회 등 주요 기관투자가들의 자금 투자가 일시중단된 상태다. 건설근로자공제회는 해외 인프라 대출 블라인드 펀드(2500만달러)를 2월 말에 최종 선정하려 했으나 4월로 연기했다. 중소기업중앙회도 5000억원 규모의 해외채권 위탁사를 3월 중순에 선정하려다 코로나19 확산 분위기에 잠정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등 대체투자는 해외 운용사가 국내 공제회를 찾아 해외 대체투자처를 소개하며 시작된다. 이후 공제회에서 투자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면 현장을 방문하는 실사를 거친 후, 내·외부 투자심사위원회에서 출자 계약을 확정한다. 하지만 해외 운용사와 국내 기관이 모두 오갈 수 없어 예정된 일정들이 기약없이 미뤄지고 있다.

공제회의 국내 자금 운용사들과의 미팅마저도 취소되거나 화상, 서면으로 대체되고 있어 코로나19로 인해 공제회 자산운용 투자 타이밍이 늦어지고, 향후 3~4년 장기 수익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교직원공제회 관계자는 “기존 해외 투자 리스크는 크게 걱정하지 않고 있으나, 해외출장이 안되서 신규 투자처 발굴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제로금리 시대, 해법이 없다

공제단체 투자 위축이 우려되는 이유는 이를 대체할만한 투자처가 없다는 데 있다. 코로나19 이후 기준금리는 0.75%에 머물고 있다. 주가는 계속 흔들리고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져 주식 투자를 늘리기도 어렵다. 공제회 캐시카우 중 하나인 부동산 임대업 역시 공실률이 높아져 수익성은 계속 떨어질 것이다.

공제회들은 조합원의 출자금을 운용해 자산을 늘리고 이를 되돌려주는 식으로 경영을 한다. 저금리 시대, 신규 투자처를 발굴해야 하지만 세계적으로 모든 기업들이 잔뜩 움츠러든 상황에선 마땅한 타개책이 없다.

특히 고금리 저축성 연금 공제상품을 다수 보유한 교직원공제회, 군인공제회 등은 역마진 리스크를 고스란히 감수해야 한다. 공제회 당기순이익 하락이 예상된다.

게다가 내수 경기 침체로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한 공제수요 감소와 중도이탈 증가로 공제 영업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공제급부금 지출 규모 확대도 우려된다.

익명을 요구한 공제회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문 닫은 회원사들이 다수 존재한다”며 “조합원 회비를 지난 2월에 일괄 징수해 올해까진 공제회 경영에 큰 문제가 없지만, 내년에는 어느정도 타격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코로나로 금융 변동성이 커져 리스크가 있는 해외 대체투자는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고, 목표 수익률에 따라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위험을 분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금보다 더 큰 태풍 온다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되면 공제회들이 지금보다 더 큰 태풍을 맞이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공사업, 용역업 등 보증 사업을 영위하는 경우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대부분 공제조합은 자산운용을 할 때 조합원 출자금에 그동안의 사업 이익금을 더한 자산을 일정 비율로 투자와 융자에 활용한다.(일반적으로 투자:융자 = 2:1) 그리고 여기서 나오는 수익금을 저축공제 상품 이자와 조합원 배당금 등으로 배분한다. 이런 식으로 연간 5~6% 정도의 높은 수익률을 올린다.

문제는 보증사업을 영위하는 공제조합이다. 건설업과 용역업을 수행하는 공제조합들은 부수업무인 투·융자 사업보다 본 업무인 보증사업으로 큰 수익을 내고 있다. 조합원 요청에 따라 보증서를 발행해 이에 대한 수수료를 받는다. 건설업을 하는 건설공제조합, 전문건설공제조합, 기계설비건설공제조합, 제조업의 자본재공제조합, 용역업을 하는 건설기술공제조합, 건축사공제조합 등이 대표적이다.

만일 코로나 사태로 건설·제조·관광업 등 산업 전반이 무너지고 기업의 연쇄 도산으로 이어질 경우 공제회들은 막대한 보증금을 물어줘야 한다. 건설공제조합의 누적 보증잔액은 100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사실상 공제조합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금액이다.

물론 이것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한 것이다. 한국은행이 ‘한국판 양적완화’를 시행하며 유동성을 공급하는 등 정부 차원의 대책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IMF나 금융위기 당시 산업 전반이 흔들린 것처럼 코로나19의 영향력에 대해서도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 건설공제조합, 전문건설공제조합 등 일부 공제회들은 보증사고에 대비한 재보험에 가입하고 있으나, 나머지 소규모 공제조합의 경우 손을 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석구 위맥공제보험연구소 전문위원은 “투·융자 수익률 하락은 공제회들이 일정부분 감수할 수 있지만, 산업 전반의 보증사고는 공제회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만큼 재보험으로 위험을 분산하는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재보험 출재를 비롯해 공제조합 전반의 자산운용 리스크를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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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ㅇㅇ 2021-01-04 16: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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