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분쟁의 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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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분쟁의 경향
  • 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 kgn@kongje.or.kr
  • 승인 2020.04.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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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 (전 대한변협 회장)

[한국공제신문=김현] 인간 활동 영역의 확대와 경제구조의 고도화에 따라 보험사고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보험상품의 종류도 다양해지면서 보험 관련 분쟁들도 늘고 있다. 최근 보험 분쟁의 경향을 살펴봤다. 

전통적으로 많이 발생하는 전기, 담뱃불 등 실화에 의한 화재는 여전히 발생 빈도가 높다. 피해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화재보험자가 실화자를 상대로 구상청구하는 사건이 다수 발생한다. 발화지점과 발화원인 모두가 불명이면 구상이 어려우며, 발화지점과 발화원인이 비교적 분명하면 60~70% 정도의 배상책임이 인정된다.

예컨대 창고 부근 화재로 인접 건물에 피해가 발생했는데 발화지점이 창고 내부인지 아니면 창고 주변에서 시작돼 창고로 불이 옮겨 붙은 것인지 여부나 발화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경우는 어떨까. 이 경우 청소년들이 흡연 후 담배꽁초를 버리면서 화재가 발생했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피해자들의 창고 점유자에 대한 배상청구는 받아들여지기 힘들다. 한편 건물을 임차해 옷걸이 제조공장을 운영 중 직원이 담배꽁초 불을 덜 끈 상태로 폐기물 더미에 버려 건물과 차량이 탔다면, 제조공장 운영자는 화재발생에 100% 책임이 있다.

보험자는 계약을 체결할 때 보험계약자에게 보험약관을 건네주고 약관의 주요 내용을 알려주어야 한다. 보험상품 내용, 보험료율 체계, 청약서 기재사항의 변동, 보험자 면책사유는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이다. 다만 계약자가 이미 잘 아는 사항, 거래상 널리 알려진 사항, 법령이 이미 정하고 있는 사항에 대하여는 보험자의 약관설명의무가 없다. 

약관설명의무는 보험금 소송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대개의 보험금 소송에서 보험계약자는 보험자가 약관설명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으니 보험금을 달라고 주장한다. 청약서와 상품설명서 기재, 보험모집인의 진술서나 증언을 통해 약관조항을 설명했음을 입증하면 해당 면책조항은 유효하다. 반면 약관을 설명하였음을 보험자가 입증하기 어렵다면 해당 면책조항은 보험계약의 내용에서 빠진다. 

설명의무 위반으로 보험계약의 일부 조항이 계약 내용에서 빠지는 경우 전체 보험계약이 무효가 될까? 아니다. 보험계약은 나머지 부분만으로 유효하게 존속하되, 유효한 부분만으로는 보험계약의 목적달성이 불가능하거나 유효한 부분이 한쪽 당사자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경우에만 보험계약 전부가 무효로 된다.

책임보험에서도 많은 분쟁이 발생한다. 생활관계에서 타인에게 손해를 입혀 배상책임을 지는 경우 배상책임을 보험자에게 돌림으로써 경제적 손실을 극복하는 보험이 책임보험이다. 피해자가 입은 피해 회복에 도움이 되고 보험금 지급을 통해 피보험자의 영업이나 생활의 원활한 유지를 보장해주는 장점이 있어 책임보험의 가입이 증가하고 있다. 근래 많은 분쟁이 발생하는 것은 시설소유관리자배상책임과 일상생활배상책임이다. 

시설물에 하자가 있어 사람이 다치는 경우 공작물책임이 성립하며 이를 담보하는 것이 시설소유관리자배상책임보험이다. 공작물을 설치하고 보존하는데 하자가 있어서 공작물이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이 부족한 결과 사고가 발생한 경우 보험금이 지급된다. 공작물의 안전성은 공작물 자체 용도에 한정된 안전성 뿐 아니라 공작물이 현실적으로 설치되어 사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요구되는 일반적인 안전성을 뜻한다. 공작물의 하자가 사고의 공동원인이 된 경우에도 공작물의 설치보존상 하자로 생긴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시설소유관리자배상책임 보험금이 지급된다.

한편 일상생활에서 보험계약자가 부주의로 타인에게 손해를 입혀 배상책임이 발생하는 경우 이를 담보하는 것이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이다. 일상생활은 평상시의 생활을 의미하고, 위기, 비상시, 특별한 때와 대비된다. 단 피보험자가 고의적으로 일으킨 사고나 직무행위에 따른 위험으로 인해 발생한 사고는 보상하지 않는다. 예컨대 슈퍼마켓 직원이 휴식시간에 담배를 피운 후 담뱃재를 털었는데 불씨가 남아 화재가 발생한 경우 일상생활의 범위에 포함된다고 보아 보험금이 지급된다.

보험계약자는 발생한 모든 사고를 보험으로 처리하고 싶으나, 보험자는 보험약관에 정해진 내용에 맞게 일정한 선에서 보험금을 지급하려는 것에서 분쟁이 시작된다. 살아가는 동안 언제 어떠한 사고를 당할지 모르며 각종의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 보험이라면, 그러한 목적에 충실하게 보험제도가 운영되어야 한다. 보험금이 지급되는 영역과 지급되기 힘든 영역에 대한 합리적인 해석과 적정한 위험배분이 필요하다. 보험계약자와 보험자는 하나의 건전한 보험단체를 구성하는 동료이자 협력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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