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협동조합대회, 서울개최 보람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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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협동조합대회, 서울개최 보람느껴"
  • 김장호 기자 kimjangho@kongje.or.kr
  • 승인 2020.03.30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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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훈 세이프넷지원센터장 인터뷰]
국제협동조합연맹 설립 125주년 기념대회
생협 공제사업, 주무부처 변경 필요
소외와 차별이 없는 공동체 추구

[한국공제신문=김장호 기자] 윤리적 소비를 실천하는 29만여 가구의 조합원,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함께 만드는 99개 회원조합, 229개 자연드림 매장, 13개 쿱스토어. 이처럼 다양한 사람들을 하나로 연결하는 구심점이 있다. ‘사회적협동조합 세이프넷지원센터’다.

협동조합은 조합원의 자발적 참여와 민주적 운영, 자조적 활동을 '기본가치'로 표방한다는 점에서 주식회사 형태의 일반기업과 뚜렷이 구별된다. 경제활동의 목적도 개인의 이윤추구가 아닌 조합원 모두의 경제·사회적 지위 향상에 있다.

조합원은 근면, 성실, 나눔 등 사회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윤리적 가치'로 삼는다. 이러한 '기본가치'와 '윤리적 가치'를 구현해 가며 '사회적 책임'을 다해 가는 것이 '협동조합'이다. 세이프넷지원센터는 사회 각 분야에서, 소외된 이웃과 함께하고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노력한다. 조합원과 회원조합의 하나된 힘으로 따뜻함이 가득한 사회를 만들고자 한다. 

김대훈 세이프넷지원센터장을 만나 협동조합의 최근 현안과 청사진에 대해 들어봤다.

세이프넷지원센터 김대훈 센터장

사회적협동조합 세이프넷지원센터에 대해 소개해달라

세이프넷지원센터는 2013년 3월 아이쿱협동조합지원센터라는 이름으로 처음 만들어졌다. 아이쿱협동조합지원센터는 아이쿱생협으로 알려진 소비자협동조합 그룹을 지원하던 조직으로, 교육·컨설팅·조직운영 지원업무를 담당해왔다.

이후 ‘세이프넷’이라는 네트워크 개념이 형성되면서, 소비자그룹만 지원하던 역할에서 생산자그룹과 가공생산자그룹 등 여러 단체나 기업을 공동지원하는 역할로 업무 범위를 확장했다.

또 조사·연구, 구성원들의 역량 강화, 법제도 개선 등 외적인 환경을 만들어주는 역할과 대내외적으로 세이프넷을 대변하는 창구 역할도 담당한다. 2019년 총회에서 세이프넷지원센터로 명칭을 변경했다.

지난 2월 서울에서 열린 국제협동조합연맹 세계협동조합대회 선포식 사회를 봤다. 권위 있는 대회라고 하던데...

국제협동조합연맹(이하 ICA) 세계대회 준비팀의 요청으로 즐겁게 사회를 봤다. 세계적인 협동조합 단체의 행사 사회를 맡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

올해는 ICA가 설립 125주년을 맞이하고 협동조합 정체성 선언 발표 25주년이 되는 중요한 시기다. 오는 12월 서울에서 ICA세계협동조합 대회를 개최하고 아이쿱 생협을 포함한 다수의 한국 협동조합이 참여하게 돼 자부심을 느낀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협동조합이 보다 활성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세계협동조합대회 관련 아이쿱 생협의 역할은 무엇이며, 서울대회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협동조합세계대회는 국제협동조합연맹이 주최하는 대회다. 농협, 수협, 산림조합, 신협, 기본법 협동조합 등 ICA 여러 회원 조합들이 대회에 참여한다. 아이쿱 생협은 세계협동조합대회에 참여하는 회원 조합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고자 한다.

또한 외국에서 오는 협동조합 관계자들이 한국 협동조합의 역동성을 보고 느끼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검토하고 있다. 예컨대 협동조합 현장견학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며, 세미나 개최나 전시부스 운영 등 다양한 방법으로 아이쿱 생협과 한국의 협동조합을 알리고자 한다.

국내외 협동조합과 연대와 협력, 교류 증진을 위해 이번 행사에 적극적 참여할 계획이다. ICA본부와 아이쿱 생협의 업무 진행은 세이프넷지원센터 국제팀이 적극 협력하고 있다.

2020년 세이프넷지원센터의 목표와 비전은 무엇인가

2020년 목표는 ‘세이프넷의 지속가능 성장 지원’이다. 아이쿱 생협은 설립 이래 지금까지 많은 변화와 성장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한국의 생협은 전반적으로 정체하고 있으며 다음 단계로의 도약이 지체되고 있다. 이는 외적 성장에 걸맞은 법적·제도적 뒷받침이 따라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세이프넷지원센터는 2013년 설립 이래 대내외적으로 교육훈련, 조직운영지원, 제도개선, 정책연구 등 많은 사업을 활발히 벌여 왔다. 올해에는 ‘세이프넷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목표로 세부 플랜을 실천할 것이다.

우선, 교육분야의 내실을 강화하고, 조직의 합리적 운영과 경영능력 개선을 추진할 것이다. 먼저, 교육 강화를 통해 제도나 조직을 생협과 협동조합에 맞게 정비하고, 다음 단계로 사업진행시 조직간 협업을 강화하여 추진력과 경영능력을 제고할 계획이다. 이러한 것들이 현실화되어 시너지가 생길 때 세이프넷 전체의 연대와 협력, 지속가능한 동반성장의 발판이 마련된다고 본다.

또한 우리 센터의 비전은 구성원 모두가 사회적경제 생태계 발전에 기여하는 운동가이자 협동조합원이라는 자부심을 갖게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스스로 주도적으로 일하고 행복과 보람도 커지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소비자생활협동조합과 세이프넷지원센터의 유기적인 협업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근본적으로 세이프넷지원센터는 협동조합이고 직원 대부분은 조합원이다. 이들은 매월 월례 회의를 통해 협동조합의 경영상태 및 대내외 환경변화 등을 공유한다. 또 세이프넷 안에서 중요하게 추진하는 사업에 대해 논의하고 참여한다.

그 속에서 팀간 업무 조율이나 준비사항 등을 수시로 공유하고 자유롭게 제안할 수 있다. 그러면서 조합원으로서 역할과 조합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토론하게 된다. 이런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존중, 업무에 대한 책임의식, 협업 필요성 등이 싹튼다.

이처럼 탄력적이고 민주적 기본 질서를 바탕으로 소비자생활협동조합 그룹과는 많은 분야에서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교육·조직운영 분야에서 긴밀하게 결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소비자생활협동조합 연합회에 교육위원회가 있는데 이곳은 회원조합의 지도자들을 어떻게 교육하고 훈련시켜 훌륭한 리더로 성장시킬 것인가를 늘 고민한다. 세이프넷지원센터 교육팀도 회원 교육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항상 연구한다. 세이프넷지원센터 교육팀과 연합회 교육위원회는 교육코스를 어떻게 설계하고 운영할 것인가 등의 교육에 대한 공통분모를 갖게 된다.

또 매년 연말에는 한 해의 교육사업 전체를 함께 리뷰하고 평가하면서 회원조합이나 생협의 역할과 역량, 새롭게 습득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점검해 교육프로그램 안에 반영한다. 다음해에는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머리를 맞댄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면서 협업과 연대가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세이프넷의 최근 이슈와 과제는 무엇인가

최근 한국의 생협들은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2013년까지는 빠르게 성장하였으나 2015년 이후로 성장세가 둔화됐다. 이에 따라 세이프넷의 당면 과제는 ‘변화에 대한 대응’이다. ‘다양한 사회적 변화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고민 중이다.

먼저 1인가구의 증가로 조합원 저변이 얇아지면서 기존 회원의 생협 이용 빈도수, 이용 규모 등이 감소했다. 비혼가구의 증가, 출생인구 감소 등 사회적 변화에 따라 전통적 생협 조합원 층이 약화되고 있다.

생협의 회원이자 주 고객층은 부모와 자녀로 구성된 4인 가족이다. 그런데 최근에 1인가구의 증가와 가족 형태의 변화로 인해 생협만이 가진 장점이 많이 희석됐다. 그러면서 신규 가입 조합원의 정체, 배달앱 활성화, 소비패턴의 변화 등으로 생협의 매출 감소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두번째는 ‘새로운 경쟁자의 증가’이다. 대기업의 친환경 농산물 시장 진입과 새로운 형태의 시스템인 새벽배송 등이 만들어지면서 생협만의 장점이 사라지고 있다. 생협에서만 안전한 친환경 식품을 믿고 구매할 수 있다는 생각이 줄어들었고, 배송 측면에서도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또 생협 자체의 브랜드도 취약하다. PB상품과 조합원의 충성심만으로 경쟁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은 생협의 저변을 계속해서 축소시키고 있다. 기존 조합원의 활성화 및 신규 조합원의 유입이 차단되고 있어 변화가 필요하다.

세번째는 법제도 때문에 생협의 확장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예컨대 생협법은 비조합원의 사업이용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는데, 이런 조항들이 일반 소비자의 생협 이용과 참여를 제한한다. 다른 협동조합법과 해외 사례를 볼 때 매우 차별적인 제약이다.

비조합원은 생협 이용이 쉽지 않기 때문에 사업 확장성이 떨어진다. 매출기준 전체 소매 유통에서 한국 생협의 마켓쉐어는 불과 1% 정도다. 지금의 법제도를 개선해 생협에게 길을 터줄 필요가 있다. 일본의 경우 전체 인구의 35%가 생협 조합원인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전체 인구의 5%만이 조합원이다.

말씀하신 것과 관련,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생협법 전면 개정을 위한 세미나가 열린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시 어떤 내용들이 논의됐나?

지난 세미나 이슈는 공제사업 등 소비자생활협동조합 활성화를 위한 주무부처 변경이다. 생협이 활성화되려면 금융, 제도 등 현실적 어려움을 우선 해결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기획재정부로의 주무부처 변경이 선행돼야 한다.

생협은 2010년 생협법 개정을 통해 공제사업을 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공제와 관련해서 이렇다할 성과가 없었다. 그 이유는 생협의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제사업을 위한 행정적 준비와 지원을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생협이 공제사업을 하려면 공제규정 등 관련 준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공정위는 생협 공제의 인가기준 등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공정위는 공제사업 시행을 위한 행정적 준비에 미온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협동조합이 일할 수 있도록 국회는 입법을 하고 정부는 행정적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 이것은 정부가 해야 하는 당연한 행정서비스다. 공정위의 ‘직무유기’로 생협이 공제사업에 뛰어들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공제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협동조합의 관점에서 생협을 바라보는 것 또한 중요하다. 그러나 공정위는 부처 속성이 ‘규제기관’이다. 소비자정책에 대한 부분도 협동조합의 측면에서 보는 게 아니라 일반 소비자정책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때문에 협동조합 측면에서 제대로 된 정책이 없고, 정책이 없으니 공정위와 생협이 연계하는 길도 막혀 있다. 심지어 공정위에는 생협 전담 사무관조차 배정되지 않았다.

현재 국내 생협은 매출규모가 1조원이 넘는 ‘협동조합기업’이 됐다. 협동조합에 대한 인식이 없고 규제 일변도인 공정위가 생협을 담을 그릇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반면 기획재정부는 협동조합의 관점에서 정책을 만들고 관리한다. 기재부에서 생협을 관할하게 되면 생협을 위한 정책도 함께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 주무부처 변경으로 생협 성장의 디딤돌을 놓을 필요가 있다.

세이프넷지원센터가 그리는 청사진에 대해 말씀해달라

올해 새롭게 세이프넷지원센터의 미션을 재정립했다. 올해는 그에 맞게 준비할 계획이다. 특히 올해는 총선도 있고 ICA 세계협동조합 서울대회도 예정돼 있다. 생협이 도약하는 상당히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21대 국회가 구성되면 의원들이 법제도 측면에서 여러 현안들을 새롭게 정비할 것이다. 이는 세이프넷지원센터 입장에서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세계협동조합대회를 계기로 국내외에서 협동조합 제도 및 정책, 협동조합 활성화 필요성 등이 사회적으로 많이 주목받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와 함께 세이프넷과 동반자 관계인 사회적경제 조직들도 금년에 더욱 성장할 것이라 보고 있다.

마지막으로 세이프넷지원센터의 미래 모습을 간단히 말씀드리고 싶다.
학력과 학벌, 성별, 나이 등의 차별이 없는 곳,
경영상의 이유로 직원을 해고하지 않고 은퇴 후에도 70세까지 일할 수 있는 곳,
일하는 즐거움, 인간다움이 넘쳐나고 소외되지 않는 일터.

이것이 세이프넷이 추구하는 지원센터의 미래다.
협동조합의 발전과 구성원들의 성장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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