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발병 50일... 전염병 보험은 왜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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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발병 50일... 전염병 보험은 왜 없을까
  • 홍정민 기자 webmaster@t485.ndsoftnews.com
  • 승인 2020.03.09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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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자수 적고 보상금 커서 보험사 손해, '이벤트용'으로 한정 출시
개인뿐 아니라 기업용 전염병 보험도 필요, '파라메트릭' 연구 중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되며 많은 국민들이 건강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비할 수 있는 전염병 특화보험은 없는 실정이다. 보험회사들은 왜 관련 상품을 내놓지 않는 걸까.

캐롯손해보험은 지난달 4일 코로나19 특화보험을 2주 동안 한정 판매했다. 이 상품은 가입 후 3개월간 코로나19로 사망하거나 입원하면 사망보험금 최대 1억원, 입원 위로금 하루 최대 2만원을 가입자에게 지급한다. 코로나19 관련 치료비는 국가에서 전액 지원돼 보장에서 제외됐다. 캐롯손보는 보장 기간이 끝나고 상품 관련 정산이익 발생 시 전액을 감염병 관리기관에 기부할 계획이다.

그러나 캐롯손보 외에 코로나 보험을 내놓은 곳은 없었다. 보험업계에서는 이번 보험을 두고 '마케팅용'이란 평가가 나왔다.

캐롯손보처럼 감염병리스크를 보장하는 보험상품이 드문 이유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생명보험이나 암보험은 청구하는 사람도 많지만 그만큼 가입하는 사람이 많아 손해율이 극복되기 때문에 판매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면 전염병 보험은 가입하는 보험 모집액에 비해 피해액이 크기 때문에 한시적으로 판매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17일 발표된 보험연구원의 '감염병리스크 대비 보험상품 개발 필요' 보고서에 따르면 감염병리스크의 경우 발생 가능성은 낮으나 사고 발생 시 손실규모가 크고 정확한 피해액 산출이 어려워 민간 보험사에서 담보를 꺼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물론 그동안 전염병 보험이 전혀 없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중후군)가 창궐했을 때에도 일부 보험사에서 한시적으로 마케팅성 보험을 선보인 바 있다. 지난 2003년 동양생명이 선보인 사스의 위험을 보장하는 '무배당수호천사미스터레이디의료보험'과 2015년 정부가 여행업협회, 현대해상과 제휴해 외국인 관광객 대상으로 출시한 '메르스 안심보험'이 그 사례다.

다만 보험사들은 감염병 발생 시 경제주체들의 불안심리 확산에 따른 소비둔화 및 기업의 수익감소 그리고 이에 관련된 간접적 파급효과를 계량화하는데 어려움을 느껴 보험상품 개발에 적극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경제 전반에 영향, 개인·기업 아우르는 보험상품 개발 필요

코로나19를 계기로 보험사들이 마케팅성 한시 판매 상품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전염병 관련 보험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 가입을 통해 조금이나마 국민들의 불안감을 덜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을 위한 전염병 특화 보험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우선 전염병이 확산돼 발병기간이 늘어날수록 경제적 손해가 상당하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국내 관광산업 파급효과'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사스 수준으로 확장될 경우 관광수입이 코로나19 지속기간 중 전년동기 대비 17.2%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메르스 수준으로 확장되면 관광수입은 전년 대비 27.1% 하락할 전망이다.

개인은 물론 산업계에도 미치는 영향이 심각한 만큼 관련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송윤아 보험연구원 연구원은 최근 해외 기업들은 국가단위 방역수준, 인구밀도, 인구이동, 운송패턴 등과 같은 변수들을 통해 감염병리스크의 발생 가능성과 영향도 예측을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광 또는 항공산업 등 전염병이 경영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감염병 민감산업을 대상으로 전염병 지수형보험(Parametric Insurance) 개발안이 논의되고 있다. 지수형보험은 감염병으로 인해 실제로 발생한 손실금액이 아닌 일정기간 동안 감염된 사람 수 등 객관적 지표에 따라 보상 여부와 금액이 결정되는 보험상품을 뜻한다.

지수형보험의 대표적인 예로 프랑스 보험사 AXA(악사)에서 선보인 비행기연착보험을 들 수 있다. 비행기가 2시간 이상 연착할 경우 해당 정보가 자동으로 보험사에 전달, 보험금이 실시간으로 고객에게 지급되는 방식이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전염병 발병이 반복되고 이로 인해 관련 산업의 보장공백이 커지면서 보험으로 보장가능한 리스크 범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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