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제표 악영향…투자 기회비용, 수익률 수준 이자 필요
[한국공제보험신문=이재홍 기자] 농작물재해보험 운영 체계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예산 변동에 따라 정부 지원의 차질이 발생하고, 이것이 그대로 사업자인 NH농협손해보험의 미수금으로 귀결되는 구조 때문이다.
농작물재해보험은 보험료의 50%를 정부가 지원한다. 또 각 지방자치단체가 조례에 따라 일정 비율을 지원, 실제 가입자의 부담을 덜어준다. 의무는 아니지만, 사회적 안전망으로써의 원활한 기능을 위해 가입을 활성화하려는 취지다.
정부가 지원하는 50%의 보험료 정산은 후불제로 이뤄진다. 부족분은 우선 농협이 부담한 뒤, 사업이 종료(연 기준)될 때 처리된다. 가입이 예상보다 크게 늘면, 미리 확정된 예산이 부족해 정산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본래 정부가 줬어야 하는 것을 받지 못한 만큼은 농협의 미수금으로 잡힌다. 농작물재해보험에 관한 미수금만 따로 공시하지는 않아 정확한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이 미수금 규모가 수천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20년 농협의 미수금은 4399억원에 달하며 손해보험사 중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같은 기간 전체 볼륨에서 농협보다 큰 4개 대형사(삼성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DB손해보험)도 1200억~2100억원대에 그친 데 비하면 압도적인 차이다. 당시 농작물재해보험에서의 미수금만 2000억원이 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업정책보험금융원에 따르면 그해 농작물재해보험 관련으로 배정된 예산은 3528억원, 전체 보험료는 7288억6200만원이었다. 이 보험료 절반을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돈은 3644억3100만원, 농작물재해보험 전체 예산보다 컸다. 다시 미수금이 쌓일 수밖에 없었던 거다.
올해 농작물재해보험 예산은 6025억원으로 2020년 대비 1.7배가량 늘었다. 그런데 가입도 늘었다. 7월 기준 가입보험료는 8447억3000만원, 정부가 지원할 몫은 4223억6500만원으로 산출된다. 이 예산이 모두 보험료 지원에만 쓰이지는 않는다는 점, 7월 기준으로 가입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6025억원의 예산도 미수금을 모두 정산하기엔 넉넉지 않다.
정부가 지원하는 부분이기에 향후 예산이 늘면 기존에 처리하지 못했던 미수금을 정산해주는 방식이기는 하다. 그런데 여기에도 불합리한 점이 있다. 미수금 때문에 악화됐던 재무건건성이나, 자산운용 등에 관한 기회비용 고려 없이 원금 그대로 정산하기 때문이다.
보험사는 보험료를 재원으로 다양한 사업에 투자한다. 채권이나 부동산을 매입하거나 주식에 투자하는 등 추가 수익을 올린다. 하지만 미수금은 당연히 이러한 운용이 불가하다. 금액의 규모도 그렇지만, 장기적으로 묶여 있을 때 손해는 상당하다.
이 때문에 사업 종료 후 정산되는 정부 지원사업으로 인한 미수금은 별도의 회계 처리를 도입해 사업자의 재무건전성 하락을 막고, 장기간 지속된 미수금 정산 시에는 투자운용수익률 수준의 이자 지급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