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협 공제조합 설립, 정부 무관심 속 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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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협 공제조합 설립, 정부 무관심 속 표류
  • 김요셉, 김장호 기자 kgn@kongje.or.kr
  • 승인 2020.02.03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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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관부처 공정위, 소비자 피해 우려 주장하며 미뤄
생협은 소비자가 주인, 일반 소비자로 봐선 안되
소비자 피해 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공정위, 업무 이관해야 주장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의 공제조합 설립이 정부의 무관심으로 표류하고 있다.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 ‘공제규정’에 따르면 “연합회 또는 전국연합회가 공제사업을 하는 때에는 공제규정을 정하여 공정거래위원회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공제사업 시행 근거는 마련됐지만 인가기준 설정 등 절차가 갖춰지지 않아 조합원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공식적인 공제사업을 시행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생협이란 소비생활을 도모하기 위한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한 협동조합으로, 한살림, 두레 등 친환경 물품을 판매하는 지역생협과 대학생협, 의료생협으로 구분된다.

공정위는 2017년 입법발의를 통해 생협연합회가 아닌 생협전국연합회만 공제사업을 할 수 있도록 법개정을 추진한바 있으나 반대에 부딪혀 실패한 바 있다.

공정위는 현행 생협법 규정만으로는 소비자 피해예방이 어렵고, 안정적인 공제사업 시행이 곤란하다 면서 전국연합회에서만 공제사업을 시행하려고 법개정을 추진한 바 있다.

생협이 전국연합회를 구성하려면 생협법 72조 ‘설립인가’ 규정에 의하면 “전체인가 조합원 수의 50% 이상이 동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국 생협이 지역, 의료 및 대학생 등 다양한 형태로 혼재하고 있어, 이해관계가 다른 생협들이 전국단위의 연합회를 구성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생협의 공제사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는 대목이다.

생협법 제1조 ‘목적’에 의하면 “상부상조의 정신을 바탕으로 한 소비자들의 자주, 자립, 자치적인 생활협동조합활동을 촉진함으로써 조합원의 소비생활 향상과 국민의 복지 및 생활문화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생협은 소비자가 소비의 주체이면서 조합원이기 때문에 생협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공정위가 주장하는 소비자 피해예방이 어려워서 안정적인 공제사업 시행이 어렵다고 주장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생협의 주무부처는 공정거래위원회다. 공정위은 공정위의 역할에 대해 “독점 및 불공정 거래에 관한 사안을 심의 의결하기 위해 설립된 국무총리 소속의 중앙행정기관이자 합의제 준사법기관으로 경쟁정책을 수립 운영하며 공정거래 관련 사건을 심의 의결 처리하는 역할”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정거래법 제1조는 “사업자의 시장지배적지위의 남용과 과도한 경제력의 집중을 방지하고, 부당한 공동행위 및 불공정거래행위를 규제하여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창의적인 기업활동을 조장하고 소비자를 보호함과 아울러 국민경제의 균형있는 발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했다.

한마디로 공정거래위원회는 산업을 육성하고 장려하는 것이 아닌 시장에 대한 규제를 하는 부처이다.

생협의 경우 이미 사업규모가 1조를 넘어선 단체로 소비자를 보호하는 규제를 목적으로 하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주무부처로 있는 것은 문제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생협은 이미 큰 산업을 이루는 집단으로 성장했다. 생협은 1996년 조합원 6만 가구, 사업규모 연 330억원이었던 것이, 2018년 조합원 120만 가구, 사업규모 연 1조2000억원으로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그간 생협은 국민의 복리와 시민의 삶의 질 향상, 친환경 유기농업의 지속가능한 생산과 소비, 나아가 사회적경제 활성화와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해 온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1998년 처음 제정된 생협법은 2010년 전부 개정된 후 지금까지 크게 변화하지 않고 있다. 생협 거버넌스 구축 등 정책 환경은 조금도 나아지지 못했고, 공동사업법인ㆍ 출자회사 등 현실의 다양한 사업조직들은 생협법의 규율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조합원 차입 등 조금조달을 위한 법적 기반은 여전히 미비하다. 생협법의 정비 지체는 현재 생협의 성장과 법적 안정성을 저해하고 있는 것이다.

위맥공제보험연구소 이석구 전문의원은 "일본의 경우 전체 보험시장에서 공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20%가 넘으며, 이중 5.2%가 생협공제가 차지한다"면서 "우리나라는 생협을 단지 소비자를 위한 보호차원으로 접근하다보니 산업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 전문위원은 "산업이 전체적으로 일본 보다 10년이 뒤쳐져 있다고는 하는데, 생협공제의 경우는 몇 십년 뒤떨어져 있는 느낌이어서 지금이라도 정부가 나서서 생협의 발전을 위한 제도를 뒷받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소비자보호만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복지부동이다. 공정위는 생협의 주무부처 이관에 대한 필요성은 공감하면서 실행에 옮기지는 않는 상황이다.

생협관계자는 “지난 10년간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와 함께 조합원 가입이 급증하고 생협의 대중화가 빠르게 진전됐다”며 “그러나 법체계는 과거 10년 전에 머물러 현재 생협의 사업구조와 정책적 필요를 제대로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생협관계자는 또한 “생협이 확장된 규모에 걸맞게 제도도 뒷받침돼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자금조달이 필수인데 자금조달을 하려면 법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하루빨리 실질적인 공제사업이 추진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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