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談]은 보험업계의 숨은 이야기를 다루는 코너입니다. 보험상품 개발 비하인드스토리부터 각종 카더라 통신까지 보험업계 여러 담론(談論)과 아주 사소한 이야기들, 때로는 보험사들이 민감한 험담(險談)까지도 가감없이 전달한다는 중의적 의미를 담았습니다.
[한국공제보험신문=이재홍 기자] 소방청이 전국 소방차량 통합계약을 성사시켰습니다. 1만1264대, 132억6467만원의 예산이 책정된 사업은 80억69만920원(투찰률 62.583%)를 써낸 DB손해보험이 가져갑니다. 소방청은 이번 통합계약으로 약 72억원의 비용을 절감했다고 밝혔습니다.
소방청은 보험에 굉장히 해박한 조직입니다. 앞서 헬기를 사용하는 3개 정부기관(경찰청, 산림청, 해양경찰청)과 함께 항공보험 일괄 발주체계를 구축하고, 보험사들의 컨소시엄 참가를 막으면서 큰 폭의 보험료 절감을 만들어냈었죠.
기존 소방차량보험 가입은 각 시‧도 소방본부나 소방서 단위에서 추진해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있었죠. 구급차 한 대당 보험료가 서울은 717만원, 부산은 34만원으로 나타났고, A보험사에선 528만원이었던 보험료가 B보험사에선 126만원이기도 했고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여건에 따라 보장금액이 달라진다는 점도 있었습니다. 출동 중 사고로 비슷한 수준의 부상을 당해도, 소속된 지자체가 어디냐에 따라 소방관에게 지급되는 보험금에 차이가 나는 겁니다.
소방청은 이번 통합계약으로 전체 보험료를 줄였습니다. 동시에 모든 지역 소방차량이 같은 보장을 받을 수 있게 됐죠. 커진 협상력을 바탕으로 담보조건을 더 상향하면서 말입니다. 여기까진 알려진 성과입니다.
통합계약은 보험 가입체계를 단순화했습니다. 규모는 커졌죠. 소방청이 이것까지 고려한 건지는 모르겠으나, 이걸로 중간과정을 배제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소방차량보험시장에는 중간 유통자들이 있었습니다. 대리점이죠. 이거야 모집채널 중 하나로 위법한 건 아니지만 여기에 ‘인맥’이 더해지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일부에선 고위 소방관, 혹은 보험가입 업무를 담당하는 소방관의 가족, 친지가 대리점으로 활동하며 소방차량보험을 취급했습니다. 여기부턴 법적 영역입니다. 입찰 계획을 미리 알았거나, 해당 대리점이 계약을 받을 수 있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면 명백한 위법이죠.
또 지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지자체별로 가입한 소방차량보험의 보험금 지급률은 61.1%로 나타났습니다. 사업비를 고려한 자동차보험 손익분기점이 손해율 80% 안팎이란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낮은데요. 일반적인 자동차보험이었다면 조정이 이뤄졌겠지만 그렇지 않았죠.
개별 계약의 작은 규모와 불합리하게 높은 보험료는 중간 대리점의 수익이 됩니다. 그나마 본부 단위의 계약으로 공개입찰을 거치는 경우엔 덜하지만, 소방서 규모에선 입찰을 통하지 않을 때도 많죠. 그럼 외부에선 알기 어려운 계약을 ‘인맥’으로 얽힌 대리점이 받는 거고요.
소방차량보험을 통합하면서 소방청은 보험료를 줄였습니다. 그런데 받을 돈이 적어진 보험사들도 마냥 손해는 아닙니다. 중간 대리점에 지급하던 수수료도 줄일 수 있게 됐거든요. 이렇게 커진 규모는 관리적인 측면에서도 이점이 많죠. 합리적인 결정이 모두의 이익으로 이어진 좋은 사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