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보험엔 아직 ‘Strengths’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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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보험엔 아직 ‘Strengths’가 없다
  • 이재홍 기자 leejaehong@kongje.or.kr
  • 승인 2024.06.11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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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데이터와 제도적 미비…산적한 과제
반려동물시장 성장성, 정부 지원방침은 기회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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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제보험신문=이재홍 기자] 펫보험이 손해보험사들의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다. 계속해서 커지는 반려동물시장과 정부당국의 활성화 지원 계획은, 아직 1%대에 불과한 가입률과 맞물려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복수의 손해보험사는 속속 신규 상품을 내놓고 있으며, 이번 달엔 플랫폼을 통한 비교‧추천 서비스도 등장할 전망이다. 소문만 무성했던 펫보험 전문 소액단기보험사 출범 준비도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근래엔 가시적인 성장세도 보여준다. 지난해 전체 펫보험 신계약 건수는 5만8456건, 원수보험료는 468억4784만원을 기록했다. 건수로는 전년 대비 66.4%, 원수보험료 기준으로는 62.9%나 급증한 수치다.

하지만 이러한 소기의 성과가 반등의 시발점이라고 볼 수 있느냐란 질문에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고개를 젓는다. 미래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는 단계, 초기 선점을 위한 공격적 마케팅 효과였을 뿐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수익성을 논할 수 있는 시장으로 성장하기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본래 보험은 대표적인 규제산업이다. 보험사는 이윤을 도모하는 기업이고, 사고를 보장하는 특성으로 소비자 보호와 부딪힐 여지도 크다. 그래서 정부와 금융당국은 보험사의 사업이 소비자 피해를 유발할 가능성을 제한하고자 다양한 규제를 둔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펫보험은 범정부 차원에서도 활성화를 고민하는 분야란 점이다. 새로운 먹거리를 기대하는 보험사들과 정부당국의 방침이 한 방향을 향하고 있음에도 몇 년째 지지부진한, 흔치 않은 상황이다.

기회(Opportunities)

펫보험의 잠재력은 확실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펴낸 ‘반려동물보험 활성화를 위한 선결과제’에 따르면 국내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반려가구는 2022년 말 기준 약 552만 가구에 달한다. 2020년과 비교하면 2.8% 증가했으며 전체 가구의 25.7%에 이른다. 또 반려동물을 기르지 않는 가구 중 78.7%는 향후 양육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반려가구의 약 55%는 최대 관심사로 건강관리를 꼽았다. 반려동물의 병원 진료나 수술비용 등 의료비도 펫푸드 구매비용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지출 비중을 보였다. 특히 의료비에 관해서는 ▲그 자체로 비싼 의료비(52%) ▲지출 규모 예상의 어려움(38.8%) ▲의료비가 병원이나 수의사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점(27.2%) 등을 부담으로 꼽았다.

즉 많은 가구가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고, 이보다 많은 가구가 향후 양육을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반려동물 양육에 있어 의료비는 큰 부담이다. 이를 해소할 수 있는 펫보험의 시장성이 주목받는 이유다.

범정부 기조도 펫보험엔 긍정적인 기류다. 지난해 11월 농림축산식품부와 금융위원회는 펫보험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보다 앞선 10월에는 비상장관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반려동물보험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었다. 최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만난 보험사 CEO들은 펫보험 관련 규제 완화를 건의하기도 했다.

약점(Weaknesses)

국내 소비자들의 펫보험에 대한 인식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 KB금융연구소의 ‘2023년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펫보험에 가입한 이들이 느끼는 불편사항으로는 ▲낮은 치료비 보상률(48.7%) ▲좁은 보장범위(46.2%) ▲적은 보장금액(44.5%) ▲월납 보험료 부담(35.3%) 등이 나타났다. 또 펫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이들은 그 이유로 ▲월납 보험료 부담(48.4%) ▲좁은 보장범위(44.2%) ▲높지 않은 필요성(33.4%)를 들었다.

실제 반려동물의 의료비 대비 펫보험의 보험료가 소비자엔 큰 효용이 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도 있었다. 2022년과 2023년 2년간 반려가구 중 73.4%가 정기검진이나 장비를 사용한 검진, 피부 질환 치료 등을 위해 의료비를 지출했고 평균 규모는 78만7000원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펫보험에 가입한 반려가구의 월 평균 납입보험료는 6만9000원으로 조사됐다. 2년으로 계산하면 평균 의료비 지출액의 약 2배에 이르는 165만6000원이다. 많은 펫보험상품이 반려동물의 장례비나 타인에 대한 배상책임도 보장하고 있다지만, 의료비 부담에 대한 대안으로는 소비자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위협(Threats)

이러한 펫보험의 약점은 외부 요인에서 기인한다. 보험에서 가장 치명적인 정보의 비대칭이 바로 그것이다. 국내에선 질병명이나 진료행위명, 진료코드 등 기본적인 반려동물의 진료정보가 아직 표준화되지 않았다. 서울 지역 반려견의 초진 진찰료가 적게는 3300원에서 많게는 7만5000원까지 천차만별인 이유다.

수의사의 반려동물 진료부 발급 의무도 현행법에선 없다. 반려견 등록률은 여태 70%에 머물러 있으며, 이마저도 외장형 칩을 사용하는 경우 외형이 비슷한 여러 마리가 하나의 칩을 공유하는 등 모럴해저드 위험이 크다.

진료기록부 없이 영수증 만으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보험사로선 정확한 손해사정이 어렵다. 당연히 양질의 데이터를 축적, 더욱 합리적인 보험상품을 개발하는 데도 활용할 수 없다. 동물병원마다 제각각인 진료비를 보장하는 펫보험이 대중적 효용성을 갖추긴 힘든 현실이다.

EMR을 활용한다면?

펫보험 활성화에 가장 큰 걸림돌은 보험사가 확보할 수 있는 정보가 제한적이란 점이다. 일부에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동물병원이 사용하는 전자의무기록(EMR)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한다.

EMR은 근래 동물병원에서도 사용량이 크게 늘고 있다. 단순히 의료기록을 남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예약과 접수, 관리 및 협진까지 지원하면서 필수적인 아이템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펫보험에서 EMR 활용이 용이할 수 있는 부분은 말 그대로 그 대상이 반려동물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의무기록은 민감한 개인정보로 취득이나 활용에 상당한 제약이 있지만, 반려동물은 그렇지 않다. 반려동물 주인의 이름이나 연락처 등 식별 가능한 개인정보만 제외한다면, 동물의 의무기록을 집적하는 데는 법리적 문제가 크지 않을 수 있다.

이렇게 양질의 의무기록을 데이터화 할 수 있다면 펫보험상품의 질적 개선도 가능하다.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는 사업인 만큼, 보험개발원이 자료를 모아 참조순보험요율을 개발하는 데 활용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오프라인을 활용한다면?

펫보험의 또 다른 약점은 여전히 낮은 인지도와 니즈다. 최근 플랫폼을 통한 비교‧추천 서비스나 간단손해보험대리점 규제 완화 등 판매채널을 다각화하려는 노력도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플랫폼에서의 비교나 간단손해보험대리점만으로 푸시하기에, 펫보험상품은 다양하고 복잡하다. 보험사마다 다른 특약을 내세우며, 보장범위나 면책조건도 각기 다르다. 이러한 상황에선 상품에 관한 상세 설명과 필요성을 느끼게 해줄 대면영업이 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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