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용 우려되는 간단손해보험대리점 확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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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작용 우려되는 간단손해보험대리점 확대안
  • 이재홍 기자 leejaehong@kongje.or.kr
  • 승인 2024.05.17 13: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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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후조리원 간단손해보험대리점 등록 허용 추진
태아 때 가입하는 어린이보험, 출산 후 재가입?
설명 미흡 시 부당 승환, 적법해도 유지율 악재
제3보험 영역…생명보험사 역차별 논란도 과제
손해보험협회는 지난달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판매채널 다변화를 위한 방안으로 산후조리시설의 간단손해보험대리점 등록을 허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사진=손해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는 지난달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판매채널 다변화를 위한 방안으로 산후조리시설의 간단손해보험대리점 등록을 허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사진=손해보험협회

[한국공제보험신문=이재홍 기자] 손해보험협회가 간단손해보험대리점의 등록 범위 확대를 추진하는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산후조리시설도 포함시켜 어린이보험을 판매하는 게 골자인데 보험업법과 부딪힐 소지가 있다. 그렇지 않아도 보험사들의 계약 유지율 하락이 심각한 문제로 꼽히는 상황에서 적절치 못한 방향이란 비판도 나온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손해보험협회는 간단손해보험대리점에 관한 보험업 감독업무 시행세칙 개정을 추진 중이다. 노인복지시설과 산후조리시설의 간단손해보험대리점 등록을 허용하는 내용이다. 지난달 4일 열린 ‘2024년 손해보험협회 기자간담회’에서 판매채널 다변화를 위한 방안으로 언급됐던 사안이기도 하다.

간단손해보험대리점은 재화나 용역을 판매‧중개하는 자가 본업과 관련된 간단한 구조의 손해보험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현재 여행사업자(여행자보험), 가전제품소매업자(휴대폰보험) 등을 비롯해 21개 업종이 간단손해보험대리점으로 등록할 수 있다. 여기에 노인복지시설, 산후조리시설을 추가하겠다는 게 손해보험협회의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노인복지시설은 고령자보험, 산후조리시설은 어린이보험 판매가 가능(간단손해보험대리점 등록 시)해진다. 그런데 어린이보험의 경우 부당 승환계약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 보험업법에 저촉될 가능성이 크다.

보험업법에선 이미 성립된 보험계약을 부당하게 소멸시킴으로써 기존 계약과 보장이 비슷한 새로운 계약을 청약하게 하거나, 새로운 청약으로 기존 계약을 부당하게 소멸시키는 행위, 그밖에 부당하게 보험계약을 청약하게 하거나 이러한 것을 권유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또 이때 부당한 소멸은 ▲기존 계약 소멸일로부터 1개월 내 새로운 계약을 청약하게 하거나 새로운 계약 청약 후 1개월 내 기존 계약을 소멸하게 하는 행위(손해 발생 가능성을 인지한 소비자의 의사임이 증명되는 경우 예외) ▲6개월 내 소멸과 청약이 이뤄지며 기존 계약과 새로운 계약의 중요한 사항을 비교해 알리지 않는 행위로 규정한다.

어린이보험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은 가입 시기다. 어린이보험은 저체중아입원일당, 신생아질병입원일당 등의 특정 담보에 가입하기 위해 22주 이하 태아 때 가입하는 게 대부분이다. 만약 출산 후 산후조리원에서 기존 어린이보험 계약자를 대상으로 해지와 재가입이 이뤄진다면 부당 승환에 걸릴 수 있다. 

근래 일반적으로 어린이보험 가입보다 산후조리원 예약 시기가 빠르다는 점을 고려, 예약을 위해 찾은 임산부를 대상으로 모집행위를 하는 경우를 가정하더라도 불안요소가 있다.

간단손해보험대리점에서 취급하는 재화 또는 용역의 판매‧제공‧중개가 보험 가입의 조건이나 보험료와 보험금의 지급조건 등의 차별적 요소가 돼선 안 된다는 보험업법 시행령이다.

예약이 쉽지 않은 산후조리원에서 어린이보험 가입을 조건으로 예약을 받아주는 경우엔 여기에 위배된다. 또 보험료에 차등을 두지 않더라도 보험 가입의 대가로 산후조리원 금액이나 기타 유료서비스 등을 제공한다면 특별이익제공에 저촉될 수 있다.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효용성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 예약차 찾은 산후조리원에서 예약이나 비용 할인, 추가 서비스 등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과연 얼마나 많은 어린이보험 계약이 체결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다. 

통상 산후조리원 예약은 임신 안정기에 접어든 12주차부터 2차 기형아 검사가 완료되는 16주차에 이뤄진다. 아무런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소비자가 구태여 두 달가량 보험료를 더 내가면서까지 미리 가입할 유인은 크지 않다. 

보험사들의 계약 유지율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어린이보험은 많은 보험사가 주력으로 밀고 있는 상품이다. 다양한 특약이 존재하고 개정도 잦다. 복잡하지만, 수수료율이나 시책이 좋아 전문 보험모집인들의 관심도 높다.

12~16주 사이 산후조리원에서 체결된 계약들이 보험모집인에 의해 소멸, 재가입됐을 땐, 근래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 계약 유지율 하락을 가속한다. 22주에 임박해 이뤄진 계약이 출산 후 산후조리원에서 소멸, 재가입됐을 때도 그렇다. 정확한 비교설명이 수반돼 부당 승환계약은 아니게 되더라도 짧은 기간 계약이 깨지는 건 마찬가지다.

생명보험사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거론된다. 어린이보험의 경우 생명보험사들도 운영하고 있는 제3보험 영역이다. 간단손해보험대리점은 이름처럼 손해보험 상품만 취급할 수 있는데, 손해보험사의 제3보험만 판매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열어주는 역차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요즘엔 어린이보험의 가입 연령이 올라가긴 했지만, 여전히 많은 비중이 태아 시기에 가입한다”며 “산후조리원에서 판매하는 어린이보험은 태아 혹은 신생아가 주 대상인데, 계약이 적으면 제도의 실효성, 많으면 계약 유지율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간단손해보험대리점의 본래 취지처럼 어린이보험이 간단한 상품은 아니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며 “시험을 통해 자격을 취득하는 타 보험모집인들과 달리 일정 시간 교육만 받고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불완전판매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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