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보험에서 ‘계약전 발병부담보조항’이 폐지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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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보험에서 ‘계약전 발병부담보조항’이 폐지된 이유
  • 한창희 국민대 교수 chgm@kookmin.ac.kr
  • 승인 2024.04.29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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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제보험신문=한창희 교수] 2017년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질병보험약관에서 ‘계약전 발병부담보조항’의 무효 결정을 내렸다. 또한 금융감독원은 2018년 질병보험·실손의료보험 표준약관에서 이 조항을 삭제했다.

이에 따라, 모든 보험회사는 ‘청약서상 계약전 알릴 의무에 해당하는 질병으로 과거에 진단 또는 치료받은 경우에는 해당 질병과 관련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습니다’라는 ‘계약전 발병부담보조항’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

보험은 사람이 경제생활을 하는 중 피해·불이익을 입을 사고, 즉 위험이 현실화하는 경우에 대비하는 제도이다. 사람은 위험을 회피·전가하기 위하여 보험료를 지불하고, 위험의 회피는 근심·걱정을 회피하고자 하는데서 발생한다.

생노병사 중 질병은 발생 확률이 높고, 치료비 등 금전적 지출이 큰 위험이다. 그래서 가계보험 중 보험계약자 보험료 비중이 가장 높은 것이 질병보험·실손의료보험이다. 이런 맥락에서 계약전 발병부담보조항의 폐지는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금융분쟁조정위 결정의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았다. 신청인의 처남은 2014.10.30. 아버지를 피보험자로 하고 보험기간은 2014.10.30.부터 2020.10.30.까지로 하여 질병보험계약을 체결했다. 이 사건 보험계약의 보험금 지급사유에는 피보험자가 질병으로 사망한 경우 장례비용, 추모비용, 장례부대비용 등의 지급이 포함되어 있었다.

신청인의 장인인 피보험자는 2017.2.1. 만성폐쇄성폐질환으로 사망하였다. 이에 신청인은 피신청인에게 질병사망 장례비용, 질병사망 추모비용, 질병사망 장례부대비용 등 1550만원을 청구했으나, 보험사는 신청인이 제출한 A병원 외래기록지에는 ‘오래된 폐결핵(2013년) A병원’이라고 기재되어 있는데, 이러한 치료력은 청약서의 계약전 알릴 의무사항에 해당한다고 맞섰다.

2013년 피보험자에게 발병하였던 오래된 폐결핵과 만성폐쇄성폐질환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이므로 이 사건 보험계약 질병사망 장례비용Ⅰ· 질병사망 추모비용Ⅰ· 질병사망 장례부대비용은 ‘계약전 발병부담보조항’에 해당하여 보험금지급을 거부했다.

약관에 따르면 보험계약이 성립한 후 2년이 도과하면 고지의무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고, 사망사고 시점은 보험계약 성립후 2년 4월이 지났으므로 고지의무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고 하였다. 금분조위는 보험회사가 보험금의 지급거부근거로 든 ‘계약전 발병부담보조항’을 무효라고 하고, 보험금지급을 인용하는 결정을 내렸다.

금분조위의 ‘계약전 발병부담보조항’의 무효결정의 주요 근거는 ①이 조항은 상법상 고지의무 규정보다 보험계약자 측의 지위를 불리하게 하므로 상법 규정의 불이익한 변경에 해당하여 무효인 점, ②조항은 보험계약자 측의 정당한 이익과 합리적인 기대에 반하는 등 일반적으로 예상하기 어려운 조항이며, 신의칙에 반하여 보험계약자 측을 부당하게 불이익하게 하고, 보험자가 부담하여야 할 담보책임을 상당한 이유없이 배제하는 것이어서 현저하게 형평을 잃었으므로 약관규제법에 위배된다는 것이었다.

첫째 근거에 대하여 이 조항에 따르면 ①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계약전 알릴의무에 해당하는 사항을 알리지 않은 데에 고의·중과실이 있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② 보험자가 보험계약 당시 고지의무 위반 사항을 알았거나 과실로 알지 못하였거나 ③ 보험자의 보험계약해지권의 행사기간인 보험계약 체결일로부터 3년 또는 2년이 도과하였을 뿐만 아니라 ④ 고지대상에 해당하는 질병을 보험자 측에 고지하였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보험자는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었다.

둘째 근거에 대해서는 이 조항을 유효한 경우 보험사고의 발생에 대한 증명책임을 부담하는 보험수익자로서는 피보험자의 질병으로 인한 보험사고의 발생이라는 사실뿐만 아니라 피보험자의 질병이 보험기간 중에 최초로 발병한 것이라는 점, 보험계약 청약 이전에는 보험사고와 인과관계 있는 그 어떤 질병으로도 진단·치료 받은 적이 없다는 점까지 증명해야 하는데, 이는 그 의미가 지극히 포괄적이고 모호한 ‘계약전 발병’ 이유로 한 보험자의 무제한적인 면책효 주장을 허용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의 ‘계약전 발병부담보조항’은 원래는 일본의 ‘계약전 발병부담보조항’에 따라 ‘피보험자가 책임개시 이후에 발생한 질병을 원인으로 입원 또는 치료를 받는 경우 보험금을 지급합니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따라 보험회사는 진료기록 등을 보험금지급을 거부하여 보험소비자와 보험회사간 분쟁이 많이 발생했다. 2008년 이후에는 계약전 발병부담보의 인정기간을 5년으로 제한하여 ‘회사는 보험기간 중에 질병을 원인으로 입원 또는 치료를 받는 경우 보험금을 지급합니다’는 내용으로 개정되었다.

2010년 표준약관에서는 금분조위의 무효결정사건의 약관과 같이 계약전 발병부담의 범위를 고지의무대상으로 한정하였으나, 2017년 금분조위의 결정으로 현재의 실손의료보험 표준약관 등 질병보험 표준약관에서 ‘계약전 발병부담보조항’ 자체가 삭제됐다.

‘계약전 발병부담보조항’이 규정된 취지와 고지의무제도와의 관계에 대해서 살펴보자. 후자는 계약체결시에 위험측정상 중요한 사항에 대해 고지를 요구하여 위험선택을 통해 예정사고발생률을 유지하고 계약당사자 사이의 형평을 꾀하는 제도이다. 전자는 계약성립 후에 위험선택을 하여 고지의무제도를 통해 이룰 수 없는 위험선택을 보완하는 것이라고 설명된다. 즉 계약전 발병부담보제도는 사후적인 위험선택의 수단이고, 고지의무제도를 보완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다수의 보험민원을 야기하여 보험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것으로 인정되면서 계약전 발병부담보제도는 질병보험의 역사적 유물로 남게 되었다.

한편 일본 질병보험실무에서는 ‘계약전 발병부담보조항’에 대하여 보험계약자 측에 대하여 부당하게 보험담보를 한정하는 부당조항이라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판례상으로는 부당조항으로 그 효력을 부정하는 것은 인정받지 못하고, 경우에 따라 신의칙에 의하여 보험자가 계약전 발병부담보의 주장을 하는 것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에 그친다. 반면 현재 독일에서는 계약전 발병부담보는 약관조항상의 부당조항으로 그 효력이 부정된 예가 있다.

계약전 발병 부담보제도에 대해서는 질병보험상의 2가지 사항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첫째는 특정 신체부위·질병 보장제한부 인수 특별약관이다. 실손의료보험 표준약관과 질병보험 표준약관에서는 보험계약자가 고지한 사항이 따라 특정한 질병(한국 질병사인분류표에 따름)·부위(예컨대 척추)부담보를 설정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회사가 일부보장 제외 조건을 붙여 승낙하였더라도 청약일로부터 5년이 지나는 동안 보장이 제외되는 질병으로 추가 진단(단순 건강검진 제외) 또는 치료 사실이 없을 경우, 청약일로부터 5년이 지난 이후에는 이 약관에 따라 보장합니다’는 조건으로 보험계약이 체결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는 암보험 상의 대기기간이다. 현재 암보험 실무에서는 ‘계약전 발병부담보조항’은 삭제되었지만 ‘암에 대한 보장개시일(책임개시일)은 이 계약의 보험계약일로부터 90일이 지난 다음날로 합니다’는 조항이 규정되어 있다.

암보험 등에서 대기기간을 설정하는 이유는 역선택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예컨대 유방암과 같이 신체의 일부에 응어리가 생긴 경우, 암이 아닐까라고 의심하면서도, 전문의의 진단을 받기 전에 암보험에 가입하는 사례가 존재하고, 이것을 모두 고지의무위반에서 처리하는 것은 실제상 곤란하기 때문에, 약관상 90일의 대기기간을 설정하여 이에 대처하고 있다. 대기기간 제도는 고지의무위반에 의하여 배제할 수 없는 역선택을 효과적으로 방지하는 것이 가능하고, 건전한 보험제도의 운용에 유효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계약전 발병부담보제도가 페지된 것과 다른 점이다.

예전에는 당뇨나 고혈압을 앓고 있는 경우 질병보험가입이 어려웠었다. 하지만 평균수명이 늘어 고령자가 많아지고 의료기술의 발달로 보험시장환경이 변화하고 있다. 최고 인기상품을 간단한 사항만을 질문표에 담아 간편형으로 출시하는 경우도 늘었다. 암 완치자가 늘고 ‘두 번째 암’도 많아지면서 암진단과 치료를 받은 후에도 암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유병자보험상품도 많이 나왔다. 높은 보험료와 고액의 자기부담금의 설정이 일반적이기 떼문에 유병자보험가입에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질병보험 실무에서는 일본과 달리 계약전 발병부담보제도가 2018년 이래 페지됐다. 이는 건강보험가입자가 부담하는 치료비와 약제비에 대한 본인부담금에 대하여 폭넓게 보험급여를 허용하여 보험계약자의 의료비부담을 덜어주고자 하는 실손의료보험을 포함한 질병보험에 대한 국가의 보험정책과 보험회사의 보험실무의 흐름에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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