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제보험신문=박형재 기자] 2024년 대법원은 건강보험에서 본인부담상한액을 초과한 금액이 실손의료보험 보상대상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본인부담상한액을 초과하는 경우 가입자의 사후환급금에 대한 실손의료보험 보상여부에 관한 실무상 혼란이 해결됐다. 이번 판결의 의미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자.
피보험자는 2008년 11월 27일부터 2080년 11월 27일까지를 보험기간으로 하는 실손의료보험계약을 체결했다. 보험계약 약관은 본인부담상액 초과금액의 면책을 규정하지 않던 이른바 제1세대 표준약관이고,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정한 요양급여 중 본인부담분과 비급여 부분’을 보상하는 손해로 규정하고 있었다.
원심법원은 ‘약관 내용이 명백하지 못하거나 의심스러운 때에 해당하여 약관 내용을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전제에서’, ‘피보험자가 지출한 의료비가 국민건강보험법상 본인부담 상한액을 초과하였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피보험자가 지출한 의료비 전액에 관하여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의미로 해석’하여 보험금지급을 명하였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보험금 지급대상이 아니라고 판시했다. 판결문은 “이 사건의 보험계약은 실손의료보험으로서 손해보험의 일종이다. 손해보험은 보험사고로 인하여 생길 피보험자의 재산상 손해를 보상하기 위한 것으로, 이 사건 보험계약은 피보험자가 질병으로 입원치료를 받음으로 인하여 발생한 재산상 손해로서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정한 요양급여 중 본인부담분과 비급여 부분’을 보상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험약관 내용은 피보험자가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요양급여 중 본인이 최종적으로 부담하는 부분을 담보한다고 봄이 타당하고, 본인부담상한액을 초과하여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환급받은 부분은 이 사건 보험계약의 보상대상이라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시 본인부담금 상한제에 관한 법령내용을 보험계약에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거나,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이후에 본인부담금 상한제로 사후환급이 가능한 금액은 보상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 포함된 표준약관이 제정되었다고 하더라도, 이에 관한 해석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건강보험에서 본인부담금은 가입자가 상해 또는 질병이 발생했을 때 의료비 중 가입자가 부담해야 하는 의료비이다. 본인부담금 제도는 국민건강보험 제도가 1989년 시행된 이후 2004년에야 비로소 도입됐다. 2009년 합헌결정을 내린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수급자 또는 공급자의 비용의식의 부재에 따른 불필요한 누수가 의료비용의 급증의 한 요인으로 지적되었고, 수급자 측면에서 본인부담금을 통해 수급자의 비용의식의 제고를 통해 적정한 의료이용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 본인부담금 제도 시행에 따른 과도한 의료비로 인한 국민의 경제적 부담을 경감하고자 본인부담상한제가 2004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는 ‘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중 연간 본인부담금 총액이 본인부담 상한액을 초과하는 경우 그 초과금액을 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하는 것’이다. 즉, 본인부담상한액에는 본인부담금만 산입되고, 비급여는 제외된다.
실손의료보험은 건강보험에서 피보험자가 부담한 의료비(건강보험공단이 지원하는 의료비 중 본인부담금과 비급여)의 일정금액을 보상하는 보험종목이다. 급여항목의 본인부담금은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를 받는 가입자가 요양급여비용의 일부를 피보험자 본인이 부담하는 것이고, 비급여항목은 건강보험공단이 지원하지 아니하는 의료비 전액을 피보험자가 부담하는 경우이다.
1999년 실손의료보험이 처음 설계·판매된 이후 2020년 말 기준 국민 약 75%(3900만명)가 가입하여 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21년부터 ‘가입자 전체의 관점에서 보험료 부담과 의료서비스 혜택이 형평에 맞게 배분될 수 있도록’ 제4세대 실손의료보험이 판매되고 있다. 이는 실손의료상품구조를 급여(주계약)과 비급여(특약)으로 구분하였다. 필수치료인 전자에 대해서는 보장을 확대하고, 선택사항인 후자에 대해서는 의료이용에 따라 보험료가 할인·할증된다.
건강보험상 본인부담 상한액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제2세대 실손의료보험 표준약관(2009년 시행)부터 면책사유가 됐다. 구체적으로 약관상 보상하지 않는 사항에 ‘국민건강보험법에 다른 요양급여 중 본인부담금의 경우 국민건강보헙 관련 법령에 따라 공단으로부터 사전 또는 사후 환급이 가능한 금액(본인부담금 상한제)’이 들어가 있다.
이와 같이 본인부담 상한액을 초과하는 사후환급금 면책조항이 시행되는 것은 2009년부터 시행되는 제2세대 실손의료보험표준약관 이후이다. 이에 따라 면책조항이 없는 제1세대 표준약관상 이 사후환급금의 실손의료보험상 보상여부에 관하여 하급심판결과 실무상 많은 혼란이 있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7년 본인부담상한제를 적용하고 있는 보험회사는 20개사(생명보험사 12개, 손해보험사 8개) 중 19개사(95.0%)이고, 이 중 소비자가 납부하는 건강보험료를 통해 본인부담상한액을 ‘추정적용’ 하는 보험사는 13개사, 최고상한액(10분위)을 ‘일괄적용’하는 보험사는 6개사이며, 본인부담상한액을 추정적용하는 13개 보험사는 소비자가 건강보험료 납부금액 확인을 거부하는 경우 자체기준(소득분위를 일괄적용)을 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인부담상한액을 초과한 금액이 실손의료보험에서 보상대상이 아니라는 올해 초 대법원판결은 보험실무의 혼란을 제거하고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생각된다. 실손의료보험 가입자가 3900만명에 이르고, 이번 대법원판결과 같이 제1세대 표준약관 보험계약이 전체 실손의료보험계약 중 24.4%, 951.6만건에 이른다. 앞으로 실손의료보험에서 연간 본인부담상한액을 초과하여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사후 환급받은 금액은 보험보상을 받지 않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