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규제 샌드박스와 그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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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규제 샌드박스와 그 효과
  • 최미수 서울디지털대 금융소비자학과 교수 kgn@kongje.or.kr
  • 승인 2019.12.02 0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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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규제를 하는 목적은 금융시스템의 안정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그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더욱 높아졌다. 금융산업은 일반산업에 비해 위기시 전염효과가 크기 때문에 개별 금융회사의 부실이 한 국가를 넘어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최미수교수
최미수교수

이에 금융산업은 규제수준이 엄격하고 복잡하여 다양한 금융서비스가 시도되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었다. 금융회사와 핀테크기업의 금융혁신을 촉진하여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국민편익을 향상하고자 지난 4월 영국과 호주에서 운영하고 있는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우리 금융분야에 도입하게 되었다.

금융규제 샌드박스는 혁신적이고 소비자편익이 큰 새로운 금융서비스에 대해 규제 특례를 부여하여 실험해 볼 수 있는 제도이다. 규제 샌드박스란 아이들이 안전하게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모래놀이터에서 유래한 것으로 혁신성이 인정되는 서비스에 대해 일정 기간 동안 기존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하여 기업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제도이다.

금융규제 샌드박스는 영국에서 핀테크산업의 육성을 위해 처음 시작되어 2015년 금융행위감독청(FCA)이 규제 샌드박스 도입방안을 발표한 이후 적용하고 있고 뒤이어 싱가포르도 통화청(MAS)이 핀테크 금융규제 샌드박스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면서 시행하고 있다. 호주와 일본에서도 프로젝트형 규제 샌드박스를 시행하고 있다.

금융규제 샌드박스는 새롭고 혁신적인 금융서비스에 대해 금융법상 인허가 및 영업행위 규제를 최대 4년간 적용유예 및 면제를 해주는 것이다. 물론 소비자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사업자에게 책임을 부과하고 영업과정을 감독한다. 사업자가 소비자보호 및 위험관리 방안을 마련하고 준수하도록 하며 사업자 배상 여력이 부족할 것에 대비해 책임보험 가입도 의무화하고 있다.

기존의 금융업 인허가제와 금융규제 샌드박스는 여러 가지 면에서 차이가 있다. 샌드박스는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테스트적 성격이 강한 반면 금융업 인허가는 테스트가 아닌 영구적인 정식영업을 위한 절차이다. 샌드박스 심사의 경우 테스트라는 취지를 감안하여 심사기준을 유연하게 적용하지만 금융업 인허가는 세부여건이 엄격하고 심사도 엄격하게 진행된다.

금융규제 샌드박스에서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기 위한 심사기준은 국내 금융시장이라는 서비스 지역, 기존의 금융서비스와 비교할 때 서비스의 혁신성, 금융소비자의 편익 증대, 규제 특례 적용의 불가피성, 서비스의 영위 자격과 능력, 서비스의 업무방법 및 사업계획, 소비자보호 및 위험관리 방안, 금융시장 및 금융질서의 안정성, 금융관련법령의 목적 달성 등이 그 심사기준이 된다.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금융회사와 핀테크기업은 새로운 혁신서비스의 사업성을 검증해 볼 수 있다. 정부당국은 혁신서비스가 소비자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고 제도개선의 필요성을 검토하게 되어 선제적인 규제개혁의 기회를 갖게 된다.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는 다양한 혁신서비스를 경험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통해 금융의 접근성이 높아지고 금융비용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지정된 다양한 혁신금융서비스는 핀테크기업에게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테스트해 볼 수 있는 기회이면서 일자리 증가, 투자유치, 해외진출 등의 긍정적인 효과도 발생한다.

실제로 최근 23개 핀테크기업에서 총 225명의 고용이 증가하였다. 재생에너지 전문 P2P 금융서비스를 운영중인 한 핀테크기업은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이후 고용규모가 78% 증가하였으며, 고객 데이터 기반 자동차 금융서비스를 운영 중인 핀테크기업은 고용이 58% 증가하기도 했다.

투자유치 효과를 살펴보면 최근 11개 핀테크기업이 약 1,2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였으며 추가로 연내 100억원 이상의 투자유치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즉 혁신금융서비스 이후 투자 문의가 대폭 증가하고 있으며 온라인 대출상품 비교 플랫폼을 운영 중인 한 핀테크기업은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이후 총 45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받기도 하였다.

이와 함께 최근 7개 핀테크기업이 동남아, 영국, 일본, 홍콩 등 6개국 해외진출을 하였거나 현재 해외진출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국내 새로운 금융서비스 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선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고 금융권의 경쟁 및 혁신을 촉진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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