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의 배상책임 문제, 공제보험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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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의 배상책임 문제, 공제보험이 답이다.
  • 한국공제신문
  • 승인 2019.11.18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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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옥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명예교수)

2016년 인천의 K 대학 병원에서 손가락 골절 접합수술을 받은 육군 일병이 간호사가 놓은 주사를 맞고 몇 분 뒤 심정지 상태에 빠졌다. 의사가 처방한 약은 궤양을 막는 ‘모틴’과 구토를 방지하는 ‘나제아’였으나 간호사는 실수로 근육이완제인 ‘베카론’을 잘못 투약하였다. 환자는 곧 의식 불명에 빠져 회복되지 못했고 수술 후 한 달여 만에 결국 사망하였다. 해당 간호사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되어 인천지법으로부터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류근옥 교수
류근옥 교수

2018년에는 경북 안동의 한 산부인과 의원에서 사산아에 대한 유도분만을 진행하던 중 산모가 과다 출혈로 사망하였다. 대구지방법원은 의료진이 부주의로 산모의 태반조기박리에 의한 과다 출혈을 인지하지 못했고 그 결과 산모가 사망했다고 보고 의사를 법정 구속하였다. 아울러 분만 담당 간호사에게도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였다.

오늘날 간호사들은 다양한 배상 책임 문제로 고통을 당하고 있다. 대한간호협회가 2019년에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6.4%가 간호사를 위한 배상책임보험이 필요하다고 응답하였고 87.4%는 적절한 제도가 마련되면 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하였다.

우리나라에서 의사들은 다행히 대한의사협회가 운영하는 의료배상공제조합 등을 통하여 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하고 있다. 그러나 간호사의 경우에는 배상책임보험에 의한 보호를 아직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간호사들의 책임보험 가입과 보장이 저조한 이유로는 우선 제도적 미흡이 있고 아울러 간호사들은 의사들과 비교하면 의료 사고로 인한 책임이 미미하다고 그동안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 간호사들의 역할과 책임 범위도 점점 넓어지면서 의사들처럼 배상 책임을 져야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최근 병원들이 비용 절감 차원에서 간호사 수를 줄이면서 간호사 1명당 업무량이 과다하게 늘어나고 있다. 그 결과 간호사들은 근무 피로가 과도하게 쌓이고 집중력이 떨어져 실수를 저지를 확률이 높아졌다. 그래서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간호사들의 이직률이 높아졌으며 이로 인해 의료 서비스의 질 저하가 우려되고 있다. 따라서 간호사들의 배상 책임 불안감을 줄이고 그들의 권익 향상과 복지 확대를 위하여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오늘날 인구의 장수화와 노령화의 진전으로 환자 수가 늘어나고 간호 및 간병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충분한 수의 간호 인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의료 사고가 발생하기 쉽고 이는 국가적 재앙으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대한의사협회의 공제조합이나 일부 민영보험사를 통하여 간호사들이 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할 수는 있지만, 그 보장 범위가 매우 제한적이고 보험료도 합리적이지 못하다. 그 이유는 간호사의 과실로 인한 배상 책임 청구액이 점점 커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여 대부분 보험회사가 간호사에 대한 개별적 배상책임보험 공급을 꺼리거나 제한적으로 설계해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간호사들과 같이 특수한 전문 직종에 국한해 판매되는 배상책임보험을 이윤을 추구하는 민영 보험에 맡기면 불안전한 제도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오히려 간호사들이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전문인 집단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공제보험 형태로 제도를 마련해 주는 것이 여러 면에서 합리적이다. 기존의 불안전한 보험 제도하에서는 수요자인 간호사들도 만족하기 어렵고 또한 이윤을 추구하는 민영보험사도 만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간호사를 회원으로 하는 공제를 조직하고 이를 통하여 배상책임보험을 수요자의 니즈(needs)에 맞게 설계하여 공급하면 훨씬 더 효율적인 제도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간호사들만을 대상으로 공제보험을 만들면 회원간 동질성과 유대감이 높고 그 결과 다른 회원의 이익을 희생하여 자신의 사적 이익을 챙기려는 도덕적 해이도 적기 때문이다.

공제에서는 보험료 수준도 보장 수준에 상응하여 탄력적으로 결정하여 운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보험사업의 결과 잉여금이 생기면 회원들에게 계약자배당 형식으로 환급하여 보험료를 정산해 줄 수 있고 반대로 손해율이 높아지면 보험료를 추가로 징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윤을 추구하는 주식회사형 보험회사의 경우에는 탄력적인 보험료 책정이 어렵다. 그 이유는 보험회사 주주와 보험계약자 사이에 이익 지향의 방향이 다르고 발생한 손익 배분에 대해서도 견해 차이와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간호사 보험공제 형태가 가지는 또 다른 장점은 회원들을 위한 전담 법률 전문가를 고용하여 의료 사고에 연루된 간호사의 법적 권리와 이익을 보호하는 상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그래야 간호사들도 제대로 된 법률자문을 받을 수 있고 마음의 평화를 얻으면서 병원에서 자기 일에 열중할 수 있다. 게다가 보험공제조합 자신도 법률 전담팀을 통하여 분쟁에 대한 재판보다는 화의와 조정을 가급적 유도해 낼 수 있다. 그 결과 공제가 불필요하게 지급하는 비용과 보험금을 줄임으로써 효율적인 기금 관리가 가능하고 아울러 지속적인 제도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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