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와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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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와의 전쟁
  • 남상욱 서원대 글로벌경영대학 교수 kgn@kongje.or.kr
  • 승인 2019.11.11 0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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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선인들의 기막힌 어록 중 삼상(三上)이라는 말이 있다.

서원대 남상욱 교수

말인즉슨, 책 읽기 좋고, 생각에 잠기기 좋은 세 곳이 있는데, 하나는 침상(枕上)이고, 또 하나는 마상(馬上)이고 그리고 또 하나가 측상(廁上)이라는 것이다.

침상은 말 그대로 베개 침(枕)에 윗 상(上)자로 베개 위, 즉 잠자리에 들 때다. 포근하고 푹신한 이부자리에 누워 책을 보거나 하면 상상의 나래가 마냥 펼쳐지고, 또 갖은 공상 속에 불현듯 번뜩이는 영감이 떠오르는 건 예나 지금이나 매일반인 것 같다.

또 마상은 말안장에 올라 있을 때다. 지금으로 치면 차 안에 앉아 있을 때다. 특히, 전철이나 기차 바퀴의 규칙적인 진동이 우리 뇌 깊은 곳을 자극해 그간 생각지 못한 아이디어가 불쑥 솟아나는 경험을 누구나 갖고 있지 않은가.

측상은 정말 공감되는 장소이다. 말 그대로 화장실 안이다. 화장실이야말로 혼자만의 공간이고, 그 안에 앉아 있노라면 인생무상, 무아지경에 이르고, 그 와중에 느닷없이 기발한 묘수가 떠오르기도 하니 말이다.

여하튼 남이 생각지 못한 아이디어, 남보다 탁월한 생각, 남을 앞서는 영감이야말로 요즘과 같은 무한 경쟁시대에 누구보다 앞설 수 있는 파워풀한 경쟁력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4차 혁명의 물결이 휘몰아치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남과 다른 아이디어이고, 그 아이디어를 실체화해 남이 이를 탐하지 못하게 방어막을 쳐 수익원을 공고화하는 것이다. 즉, 특허권이다.

최근 특허청에서 특허 공제를 출시하고, 기술보증기금에 사업위탁을 했다. 이번 특허 공제는 중소, 중견기업이 예기치 못한 특허권 분쟁에 휘말릴 위험을 보장하는 것 외에도 특허, 상품 및 디자인 해외 출원 등을 위한 필요자금 대출 서비스 등도 병행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는 공제업 자신을 위한 특허 출원을 생각해 볼 때다. 그중 하나가 공제 BM(Business Method) 특허이다.

BM 특허는 자기만의 독특하고 진화된 영업 방법을 독창적으로 개발해 혼자만이 사용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두텁게 보호막을 두르는 것으로, 이미 선진 금융보험회사는 지난 1990년대 말부터 적극적으로 BM 특허 취득에 나서고 있다.

사실 그전까지만 해도 영업 방법은 하나의 사업아이디어일 뿐 자연법칙을 이용해 독창적인 기술을 결합해 발명한 것이 아니기에 특허대상으로 보지 않았다.

그러나 1998년 미국연방법원이 영업 방법도 특허를 받을 수 있다고 판결하면서, 세계 각국에서 영업 방법에 관한 특허를 인정하는 쪽으로 특허 정책을 바꿨다. 이에 따라 기업이건 개인이건 새로운 영업 방법을 개발하면 그 즉시 BM 특허를 출원해 자기만 사용할 수 있게끔 튼튼한 보호막을 쳐 왔다.

이제 우리 공제업도 이러한 세계적 추세에 부응해야 한다.

앞으로 독창적인 공제 영업 방법을 개발해 특허권을 어느 정도 보유하고 있느냐가 공제업의 시장경쟁력을 결정하고, 더 격렬해질 보험공제시장에서 생존 여부를 결정짓는 시대를 곧 맞이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 공제업은 하루라도 빨리 보다 적극적인 특허 대응 준비와 특허 분쟁 대처 자세를 갖추는 것부터 시작해 공제만의 영업 방법을 개발해 특허권을 취득해 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고 그저 편한 방식대로 보험업이나 금융업의 영업 방법을 좇다 보면 자칫 예상치 못한 BM 특허 분쟁에 휘말려 순식간에 시장에서 도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을 필히 염두에 둬야 한다.

이는 기우가 아니다. 해외 금융보험시장에서는 BM 특허 전쟁이 발발된 지 오래다. 특허 전선의 우리나라 금융보험업계로 벋치고 있다. 공제업도 이에 예외는 아니다. 싫든 좋든 참전할 수밖에 없고, 그 참전 시기는 점점 다가오고 있다. 준비해야 한다.

공제 BM 특허, 경쟁업계와의 차별화인 동시에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최고의 전략임을 인식해야 한다. 업계 공감이 무엇보다 긴요하다.

그리고 나서 BM 특허를 위한 전문 인력 육성과 BM 특허 대응 조직 정비에 관심을 기울여 나가야 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이는 먼 훗날의 얘기가 아니다. 곧 우리 눈앞에 특허와의 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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