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보험자 개린이, 고린이
상태바
피보험자 개린이, 고린이
  • 남상욱 서원대 글로벌경영대학 교수 kgn@kongje.or.kr
  • 승인 2019.10.14 07: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요즘 우리 주변에서 하나씩 둘씩 사라지는 것들이 너무 많아졌다.

90년대만 해도 주말이면 결혼식이다 돌잔치다 아니면 환갑잔치다 해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축의금 내고 축하하느냐고 천금 같은 휴일을 몽땅 보내곤 했던 것이 3, 40대 가장의 일상생활이었지 않나 싶다.

그런데 지금은 청첩장을 받아본 지 꽤 한참이고, 돌잔치는 거의 드물다시피 하고 환갑잔치는 아예 사라진 지 오래다.

물론 이렇게 되기까지는 수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우리 사회 기류가 개인 위주로 빠르게 변하면서 번잡한 것을 피하고, 우리보다는 자기 자신을 중시하는 풍조가 깃든 것이 크게 한몫했을 터이다.

특히, 아날로그 시대가 무너지면서 기쁜 일, 슬픈 일에 다른 사람 부르지 않고 홀로 조촐히 치르거나, 그냥 SNS상에서 대소사를 단박에 치러버리는 시대 조류도 큰 영향을 미쳤을 게다. 아울러 그 어떤 나라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인구 고령화도 무시 못 할 터이고.

사실 요즘 환갑이라 하면 젊은 아저씨, 아줌마가 아닌가. 진짜 연세 좀 드셨구나 하려면 칠순도 좀 그렇고 그래도 팔순은 되셔야 경로우대나마 받으실 수 있으신 세상이 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사라지고 있는 것을 꼭 아쉬워만 할 필요는 없을 성싶다. 그 빈자리를 대신 채우는 것이 꼭 생기니 그렇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인생의 반려자와 사랑스런 자식 자리를 급히 채워 나가고 있는 반려동물이다.

이름하여 개린이, 고린이.

혹 갸우뚱하실 분을 위해 부연하자면, 개린이는 개 어린이 그리고 고린이는 고양이 어린이다.

다소 충격적이지만,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청춘남녀가 서로 만나 평생 반려자를 맞이하는 것보다 반려견을 들이는 것이 더 빈번해졌다. 또 아이를 낳는 것보다 개린이를 입양해 키우는 것이 훨씬 평범해졌다. 사회적 분위기 또한 사람보다 더 큰 위안을 받고 아무 잔소리도 하지 않는 채 늘 꼬리를 흔들며 언제라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자기편이 되어주는 반려동물과의 공동생활을 반긴다.

반려동물로 외로움을 느끼지 않으니 자연스레 혼기는 미뤄지고, 또 개린이, 고린이를 키우면서 모성애를 넘어 부모로서의 책임감까지 느끼니 사람 가족 구성은 뒷전으로 밀리기 십상이다.

놀라운 것은 이러한 시대 변화에 탄복할 만큼 발 빠르게 움직이는 사업가들이다. 한 예가 개린이 유치원이다. 개린이 유치원의 일과는 여느 어린이 유치원과 똑같다. 소풍도 가고, 재롱잔치도 열고, 또 반장도 뽑는다. 그리고 반장이 된 개린이에게는 완장을 채워주고, 반장 부모는 자동으로 학부모대표가 된단다. 개린이 유치원의 경영전략이 참으로 기발하다.

이제 우리 보험과 공제도 이러한 신선한 아이템을 보다 적극 받아들여야 한다. 더욱이 지금과 같은 인구 고령화 진행속도를 감안하면 조만간 실질 보험가입자층은 엷어질 수밖에 없고, 그에 따라 보험 수요는 줄어들 공산이 매우 크다. 또한, 사회적으로 부양할 고령자가 많아지면 사회보장비용 지출이 늘어나 가계의 가처분소득은 줄어들고 이에 따라 보험시장으로의 자금유입 총량은 감소할 여지도 크다. 따라서 신시장 발굴의 필요성은 더욱 자명하다.

이에 맞춰 이미 선진 시장에서는 새로운 타킷시장 중 하나로 팻(pet)보험시장 공략에 나서 큰 먹거리를 창출해 내고 있다. 특히, 소액보험업자를 중심으로 반려동물 건강보험 판매부터 반려동물 보살핌 서비스나 장례 서비스까지 다양한 보험상품과 부가서비스를 활성화시키는 동시에 반려동물 얼굴감별사 채용 등 반려동물 관련 보험사기 방지까지 비즈니스모델을 진화시켜 나가고 있다.

앞으로 사회 변화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질 것이다. 그 속에서 사라지는 것 그리고 그 자리를 새로 채우는 것이 분명 있을 것이다. 다만, 그 빈자리를 메우는 것이 무엇인가를 재빨리 알아채고 그것을 비즈니스화하는 것이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는 비법 아닌 비법일 것이다.

피보험자 개린이, 고린이.

이들 개님과 야옹이님들을 위한 보다 다양한 소액보험 발굴부터 시작해 봄이 어떠한가. 천천히 서두르자. Festina lente!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