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샌드박스와 보험시장의 활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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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샌드박스와 보험시장의 활성화
  • 한국공제신문
  • 승인 2019.09.23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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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학기술대 명예교수 류근옥

거리에 설치된 교통신호등도 규제이다. 그래서 이른 새벽에 차나 사람이 없는 거리에서도 빨간 불이 켜지면 달리던 차는 반드시 정지해서 파란 불이 켜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급한 운전자는 불평하고 답답해한다.

단속 카메라가 설치되지 않던 시절에는 많은 운전자가 대충 주변 눈치를 살피면서 빨간 불에도 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은 차도 없고 한적한 거리에서도 신호등을 꼭 지켜야 하냐고 반문한다.

필자가 1980년대 초 미국에 유학을 가서 아무도 없는 새벽 거리에서 빨간색 신호등이 켜지면 차들이 예외 없이 서는 것을 보고 매우 신기하게 생각했다. 내심 미국 사람들은 좀 융통성이 없다는 생각도 솔직히 들었다. 그러나 거리의 신호등은 운전자와 보행자들을 사고로부터 보호하는 데에 꼭 필요한 장치이며 규제이다.

거리가 좀 한산해지는 시간이 되면 엄격하게 교대로 켜지는 빨간색 파란색 신호등이 깜빡이(flashing) 등으로 변하는 곳도 있다.
경직된 신호등 운영체계를 풀어주고 사방에서 진입하는 차의 운전자들이 알아서 조심하면서 유연하게 지나가라는 표시이다.
이렇게 되면 교차로에서 무조건 기다리던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 효율적이다.

이것이 규제의 샌드박스(sandbox)이다. 모래는 부드럽고 유연하므로 어린애들이 그 안에서 안전하게 다양한 놀이를 즐길 수 있다.

금융위원회가 2018년 4월부터 ‘금융혁신지원 특별법’을 통하여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운영 중이다. 특히 4차산업혁명 시대에 핀테크(fintech) 혁신 사업의 발전을 지원함으로써 대외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의도이다. 기존 금융회사는 물론 많은 신생 기업들이 핀테크 분야에서 혁신을 시도하고 있지만, 혁신 아이디어 중에는 기존 금융규제에 저촉되는 것이 많다. 그래서 금융위는 먼저 혁신적 아이디어가 있으면 기존 금융규제에서 한시적으로 적용 제외를 승인받고 실험적으로 사업을 시장에서 먼저 추진해 보라는 것이다. 게다가 금융위는 금융규제 시험대(test bed)에 참여하는 핀테크 기업에 대해서는 테스트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규제 샌드박스의 운영은 그동안 소외되었던 금융 및 보험 사각 영역에서 새로운 혁신 사업을 창출하여 소비자의 편의를 높이고 시장의 효율성을 증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기존 규제의 틀에서는 기득권을 가진 금융기관들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는 데다 거액의 자본금 요건 등에 의해 신규 사업자의 시장진입이 어려웠고 그 운영에 있어서도 다양한 규제가 따랐다. 그래서 핀테크 신생 기업이나 공제와 같은 소자본 조직들은 현실적으로 새로운 사업에 참여하기 어려웠다. 그런 데다 기존 금융 사업자들은 이윤 중심으로 상품을 개발하여 운영해 왔기 때문에 소득이 낮은 계층이나 산간벽지 지역의 소비자들은 금융이라는 보편적 서비스 혜택에서 소외되기도 하였다. 특히 상품이 간단하고 기간이 짧은 소액보험 등은 이윤이 적다는 이유로 민영 보험회사의 관심 밖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금융의 사각지대가 발생하였다.

따라서 금융위는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하여 신생 기업의 금융업 진출은 물론 소규모 공제조합 등에게도 핀테크 기반의 단기 소액보험을 중심으로 시험대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확장해 줄 필요가 있다. 여러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오늘날 젊은 층들은 단순하고 이해가 쉬운 보험 상품을 자신의 스마트 기기에서 혼자서 구매하는 것을 선호한다. 보험설계사 등 사람을 만나 상품에 대해 복잡한 설명을 듣는 것은 젊은이들에게는 너무 부담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젊은 층이 좋아하는 애완동물(pet)이나 자전거 그리고 여행 관련 보험 등을 핀테크 기반으로 개발하여 그들이 쉽게 가입하고 쉽게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혁신이 필요하다. 이러한 유형의 소액보험은 보험사 입장에서는 위험분산이 상대적으로 쉬우므로 소자본 공제 등에 특화된 상품으로 개발하도록 기회를 주는 것도 경제의 동반성장(best partnership)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고려해볼 만하다. 단기 소액보험의 대부분은 이윤 중심 경영을 하는 민영보험사들로부터 그동안 외면을 당해 왔다. 그래서 소자본 소규모의 신생 기업이나 공제 조합에게 규제의 샌드박스를 통하여 보험 공급의 기회를 허용함으로써 사각지대를 축소하고 시장 확장에 이바지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규제의 샌드박스는 기존 규제의 적용 제외를 한시적으로 승인해주는 제도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고 근본적 해결책이 되지는 못한다. 그래서 우리나라 금융 및 보험 규제 시스템을 네거티브(negative) 방식으로 전환하여 소비자 보호와 시장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금지 규정 이외에는 모두 자유롭게 허용하는 규제의 유연성 제고가 필요하다. 그래야 오늘날 4차산업혁명 시대에 핀테크 신생 기업이나 공제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소비자의 편익을 높이는 혁신 사업으로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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