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자 부담금 상향조정과 중과실의 보험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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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자 부담금 상향조정과 중과실의 보험처리
  • 한창희 국민대 법학과 교수 chgm@kookmin.ac.kr
  • 승인 2022.08.01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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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제보험신문=한창희 교수] 앞으로 마약·약물, 음주, 무면허, 뺑소니 사고 시 운전자가 부담해야 하는 사고부담금이 대폭 늘어난다. 이는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자배법)이 개정됐기 때문이다. 법 개정에 따라 7월 28일부터 음주운전, 마약·약물 등으로 발생한 교통사고 피해에 대하여 보험회사는 의무보험금한도로 피해자에게 지급한 보험금 전액을 운전자에게 구상하게 된다. 교통사고시 대인 1명당 1억5천만원(사망)‧3천만원(부상), 사고 1건당 대물 2천만원 등이다.

상법 보험편은 ‘보험사고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생긴 때에는 보험자는 보험금액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고 하여 고의와 함께 중과실을 면책으로 한다. 중과실이 법정면책사유로 되어 있는 것은 신의칙에 근거한다. 즉 위험성이 높은데 근거하는 다른 면책사유와 같이 중과실의 경우도 이와 같이 위험성이 높은 행위를 보험금 지급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중과실은 거래상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현저히 위반한 경우를 말하고, 많은 경우에 행위자의 고의에 대한 입증이 어려운 경우에 이를 구제하기 위한 탈출구로서의 역할을 한다. 즉 보험은 우연한 사고에 대비하기 위한 제도로 고의로 인한 사고는 보장하지 않지만, 고의에 의한 사고가 의심되더라도 보험자에 의한 증명은 쉽지 않기 때문에, 고의에 준하는 면책사유로서 중과실이 위치한다는 견해가 있다. 이에 대해 고의와 중과실은 아주 다른 개념이고, 중과실면책에 의해 고의가 아닌 보험계약계약자 측이 보험급부의 이익을 받지 못하게 되는 엄격한 제재의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에 중과실을 쉽게 인정해서는 안된다는 견해가 유력하다.

보험에서 중과실처리와 관련해 보험종목별로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각종 손해보험에서 보험계약자의 고의 또는 중과실은 면책사유로 되어 있는 것이 보통이다. 화재보험과 관련하여 2007. 8. 30. 실화자의 경과실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지않는 것으로 하는 실화책임에 관한 법률을 무효로 하였다. 그 근거는 일본과 달리 경과실로 인한 실화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을 완전히 부정하는 관습도 없을 뿐만 아니라, 실화책임법 제정 당시와는 달리 오늘날에는 내화성이 강한 건축양식에 따른 대형건축물이 증가하여 일반손해배상원리에 따르는 것이 옳다는 것이었다. 그 이래 화재로 인한 이웃에 대한 인적·물적 손해에 대한 책임을 보장하는 일상생활중배상책임보험 등에 가입하는 소비자가 많아졌다.

손해보험에 해당하는 책임보험약관에서는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의 중과실을 면책으로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일반면책조항에 공제계약자의 중과실을 면책으로 하고 있는 해운조합의 선주배상책임공제(여객)약관이 그 예이다. 2014년 4월 16일 33명의 승무원과 443명의 승객을 실은 세월호가 침몰하여 304명이 실종 또는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한 세월호에 대하여 여객공제에 가입했다. 여객 1인당 3.5억원을 한도로 하는 여객공제에 이 약관이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되어 있었고, 코리안리와 삼성화재가 국내재보험에, 나아가 해외재보험에 가입되어 있었다.

세월호는 조선소에서 수리 및 증축공사 결과 좌, 우 불균형이 심화되어 복원성에 상당한 영향이 있었고, 상습적인 과적, 안전교육·해양사고 훈련을 이행하지 않은 점, 선장의 직접지휘의무위반, 급변침, 과적 및 고박의무위반 등과 관련하여 보험계약자측의 중과실이 인정되어 여객에 대하여 보험금지급이 인용되지 않았다.

그러나 보험계약자의 중과실을 면책으로 하는 이와 같은 실무는 책임보험의 주요기능인 피해자보호에 반한다. 2010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일본보험법에서는 이런 사정을 감안하여 ‘책임보험계약에서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의 고의에 의하여 생긴 손해를 전보할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중과실을 제외하고 있다. 이 규정은 임의규정이므로 약관에서는 면책으로 할 수 있지만, 그 예는 실무상 없다. 예를 들어 해운조합의 보험계약자 측의 중과실을 면책으로 하는 선주배상책임공제(여객)조항은 세월호사건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피해자의 보호를 형해화하는 점에서 삭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둘째, 인보험의 경우에는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에서 보험계약자측의 중과실로 사고가 발생한 경우를 면책으로 하지 못한다. 따라서 상해보험에서는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의 중과실로 하는 상해사고를 면책으로 하는 것이 이론상 가능하고, 일본 인보험실무에서는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의 중과실을 면책으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 실손의료보험약관에서는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의 중과실로 인한 상해사고를 면책으로 하지 아니한다. 생각건대 피보험자를 두텁게 보호하고자 하는 것과 중과실을 면책으로 하는 경우 중과실과 경과실의 구별이 용이하지 아니하여 민원이 증가하여 비용편익관점에서 중과실로 인한 상해사고를 보장한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나라의 상해보험실무는 피보험자를 두텁게 보장하는 점에서 현대적인 트렌드에 합치한다고 판단된다.

또한 상법 보험편에서는 인보험에서는 보험금을 지급한 보험자가 가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하는 제도인 보험자대위가 금지되지만, 상해보험에서는 약관의 정함으로 보험자대위를 허용한다. 그 이유는 상해보험은 손해보험과 인보험의 성격을 동시에 가지는 제3보험이기 때문에 손해보험에서 허용되는 보험자대위를 상해보험에도 허용하자는 것이다. 반면 실무에서는 상해보험에서 보험자대위를 시행하고 있지 아니하다. 이 또한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된다.

셋째, 자동차보험의 경우 자배법이 적용되는 대인배상Ⅰ에서는 운행자의 중과실만이 아니라 고의로 인한 경우에도 보상하지만, 7월 28일부터 음주운전자 등에 대한 구상한도가 의무보상한도로 상향조정되었다. 열심히 살아가는 3개월의 아이를 가진 화물자동차운전자가 우유를 사러 외출했다가 음주운전차량에 의해 사망한 사고와 같이 음주운전피해가 심각한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음주운전자에 대한 민사상의 규제 외에도 미국과 같이 음주운전자에 대한 형사상처벌수위를 높여 음주운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교통문화를 개선하도록 제도적 보완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임의보험인 대인배상Ⅱ와 대물보험에서는 음주운전면책조항을 두고 있다. 이는 책임보험이기 때문에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에서는 사고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경우에도 보험자는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는 상법 보험편의 규정이 적용되지 아니한다.

이상과 같이 보험제도는 우연한 사고에 대비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고의는 면책으로 되어 있고, 중과실은 고의에 의한 사고초래임이 보험자에게 고도로 의심되지만, 보험자에 의한 고의의 증명이 용이하지 않기 때문에 고의에 준하는 면책사유라고 할 수 있다. 상법은 손해보험의 경우에는 중과실을 면책으로 하지만, 인보험의 경우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경우에는 면책으로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손해보험실무에서는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의 중과실을 면책으로 하지 아니하는바, 피보험자를 두텁게 보장하고자 하는 현대적인 경향에 합치한다고 생각된다.

다음으로 자배법 개정에 따라 음주운전 등으로 발생한 교통사고로 인한 피해에 대하여 의무보험금한도로 보험회사가 피해자에게 지급한 보험금 전액을 운전자에게 구상할 수 있게 된다. 음주운전 사고 등은 피해규모가 크기 때문에 운전자의 경제적 책임을 강화해 경감심을 높이는 입법취지로 바람직하다고 생각되고, 동시에 음주전운전자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교통문화의 향상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나아가 책임보험실무에서 채용되고 있는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의 중과실 면책제도는 책임보험의 피해자보호기능을 약화시킨다는 점에서 일본보험법과 같이 보험계약자의 중과실을 면책으로 하지 아니하도록 개선하는 것을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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