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소액단기보험 현황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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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소액단기보험 현황과 과제
  • 코이즈미 타케히코 일본소액단기보험협회 전무 kgn@kongje.or.kr
  • 승인 2022.07.15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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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단기보험 한국 VS 일본]

[한국공제보험신문=코이즈미 타케히코 일본소액단기보험협회 전무] 소액단기보험은 말 그대로 보험료가 소액이고 보험기간이 짧은 보험을 의미한다. 매달 1만원 이하의 저렴한 보험료로 기존 보험사에서 취급하지 않지만 실생활에서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보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의 경우 소액단기보험은 보험기간이 손해보험 2년‧생보 분야 1년에 불과하다. 일반 보험사에 비해 상품 설계 제약이 존재한다는 차이가 있다. 그 대신 법률상 설립 요건이 매우 간단하다. 최저 자본금 1000만엔(약 1억원), 1000만엔 이상의 순자산, 공탁금 1000만엔이 있으면 된다. 한국처럼 금융당국의 허가제가 아닌 등록제라서 관련 서류만 갖추면 사업을 할 수 있다.

이처럼 유연한 참여 규정을 둔 이유는 다양한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혁신보험상품을 개발하라는 의미다. 일본의 소액단기보험 업계는 2006년 보험업법 개정에 의해 새롭게 탄생했다. 기존의 생명보험회사‧손해보험회사는 행정 규제에 의해 한정된 규정 범위 내에서만 사업 운영이 가능했으나, 소액단기보험이 시작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미니보험이 생겨나고 있다.

예컨대 △층간소음 분쟁시 피해를 보상해주는 ‘층간소음보험’ △갑작스러운 질병 등으로 여행을 취소하면 위약금을 보상하는 ‘여행자보험’ △1인 세입자가 임대주택에서 사망했을 때 특수청소나 유품정리 등을 하는 ‘고독사보험’ 등이 대표적이다.

일본의 소액단기보험사는 2022년 5월 기준 115개사가 있다. 이 중 다수는 대기업 가전제품 대리점, 부동산 관리 회사, 의료벤처기업 등 기존에 보험을 취급하지 않았던 기업이다. 이들은 자신의 비즈니스와 보험을 연계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 예컨대 동물병원에서 소액단기보험사를 만들어 펫보험을 운영하고, 동물사료 및 애견용품 비즈니스와 연계하는 식이다.

소액단기보험은 제도 도입 이래 기업 수‧수입보험료‧보유계약건수 모두 증가하고 있다. 2020년도 결산 기준 수입보험료는 1000억엔(약 1조원), 보유계약건수는 957만건에 달한다. 최근 5년간 추이를 살펴보면, 수입보험료와 보유계약건수 모두 매년 10%씩 성장하고 있다.

업계의 주력 분야는 임대주택입주자가 입주 시 거실이나 가재도구의 파손 등을 보상하는 가재보험이다. 일본에는 임대주택 입주 시 가재보험에 가입하는 문화가 있기 때문에 널리 보급돼 있다. 이로 인해 가재보험 마켓에서 소액단기보험이 손해보험회사보다 많은 시장 점유율을 갖고 있다.

펫 소액단기보험의 성장도 뚜렷하다. 가입건수과 보험료 모두 매년 20% 초과 성장이 지속되고 있다. 고액의 반려동물 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펫보험에 가입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일본의 펫보험 가입율은 아직 10%에 불과해 앞으로 성장이 기대된다. 한국의 소액단기보험업에서도 펫보험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최근 트렌드와 과제

최근 일본 소액단기보험업계의 트렌드 중 하나는 디지털 전환(DX, Digital Transformation)이다. 일본은 한국, 중국 등에 비해 보험업계에 디지털 기술 적용이 느린 상황이다. 소비자분야에서는 캐시리스 결제(현금없는 결제)가 보급되기 시작했으나, 산업분야에서의 기술 혁신은 아직 미흡하다. IT강국인 한국이 전자정부를 비롯해 시민생활 전반에 기술을 접목시킨 것과 비교된다. 중국은 스마트폰 보급으로 IT화가 폭발적으로 진행된 것에 비하면 일본은 많은 과제가 남아있다.

이 때문에 보험 분야의 시장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소액단기보험을 중심으로 DX를 도입해 혁신적인 보험을 산출하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소액단기보험의 선구적인 사례로 AI를 사용해 개인마다 보험료를 계산하는 구조를 이용한 보험, 사업자들에게 필요한 보험을 본업의 서비스에 편입시킨 보험(Embedded Insurance) 등 일본 최초의 보험이 판매되고 있다. 새로운 기술을 도입해 국민의 니즈에 빠르게 대응해 상품을 개발하는 소액단기보험의 기동력은 소비자의 생활양식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현재 보험분야의 중요한 역할이다.

일본의 소액단기보험 시장은 대기업의 진출도 활발하다. 대기업 손보사가 소액단기보험사를 설립해 틈새 보험시장을 공략하는 것이다. 이들은 직접 보험사업을 수행하기에는 사업성이 떨어지지만, 소비자 수요가 있는 분야를 소액단기보험사에 이관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일본생명, 스미토모생명, 제일생명, Aflac 등 대기업 생명보험회사의 소액단기 참여도 유행하고 있다. 본 보험회사에서 상품 개발‧판매하지 않는 틈새분야의 상품이나 실험적인 보험 상품을 개발‧판매해 시장 반응을 지켜보는 용도로 활용한다. 예컨대 제일생명 자회사는 다이나믹 프라이싱(Dynamic Pricing)을 이용해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린 경우 일시금을 지불하는 보험을 출시한 바 있다.

이런 도전적인 보험은 시류에 맞춰 빠르게 출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조직이 큰 대기업 보험회사는 상품 개발이나 시스템 개발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하지만 소액단기회사를 설립하면 빠르게 상품을 개발하고 시장에 도입하는 것이 가능하다. 최근 보험회사가 잇따라 소액단기보험에 참여하는 것은 갈수록 다양화되는 소비자 니즈에 적확하게 대응하기 위한 그룹 전략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일본은 소액단기보험이 제도화되어 17년째를 맞이했지만 아직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하나는 경영 거버넌스, 컴플라이언스의 문제다. 소액단기보험은 이제까지 전통적인 금융‧보험 플레이어가 아닌 이종업종으로부터의 참여가 많다. 이들이 소액단기보험 사업을 영위하려면 보험업법과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 이를 통해 소비자가 안심하고 소액단기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는 업계 전체의 DX레벨 향상이다. 소비자에게 기존에 없던 혁신 보험상품을 제공하는 사업자들은 디지털 기술 레벨을 지금보다 더 높여야 한다. 이를 통해 소비자에게 긍정적인 보험 경험을 제공하고, 기업의 업무 효율도 증가시킬 필요가 있다. 소액단기보험은 새로운 기술과 틀을 도입해 앞장서는 산업인 만큼 자기 혁신을 계속해야 한다.

일본의 소액단기보험은 여러 규정 속에서도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구현해왔다. 일본 최초의 보험을 개발하고, 생활밀착형 보험을 개발, 제공함으로써 소비자에게 존재 가치를 인정받으며 성장했다. 한국은 뛰어난 IT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반도체 등 새로운 분야를 선도적으로 개척한 경험이 있다. 또한 유행에 민감하고 감성이 넘치는 소비자도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많은 기업들이 소액단기보험 업계에 진출하고 혁신보험 상품을 개발해 한국만의 독창적이고 특색있는 소액단기보험 업계가 형성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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