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4세대 실비로 전환했다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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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4세대 실비로 전환했다길래
  • 고라니 88three@gmail.com
  • 승인 2022.06.27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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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보험라이프]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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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제보험신문이 ‘2030보험라이프’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2030세대의 보험·공제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에피소드를 공유하고, 실생활에서 진짜 필요한 보험 및 제도는 무엇인지 함께 고민합니다.

[한국공제보험신문=고라니] 얼마 전 엄마가 1세대 실비보험을 4세대로 전환했다는 얘길 했다. 보험사에서 연락이 왔는데 보험료가 1/3 수준으로 줄고, 첫 1년은 50% 할인까지 적용된다며 전환을 권했다는 것이다. 나라에서도 권장한다는 말에 엄마 친구 중에도 전환한 사람이 많다고 했다.

왠지 기분이 찝찝해 보험증권을 찍어 보내달라고 말씀드렸다. 소비자에게 좋은 일을 보험사가 먼저 권할 리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며칠간 두 상품을 꼼꼼히 비교했고, 조속히 전환 철회를 신청하시도록 권했다. 전환 후 6개월 이내 보험금 수령이 없는 경우 기존 상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철회를 말씀드린 이유는 간단했다. 엄마가 받는 돈보다 내는 돈이 더 많아질 것 같아서였다. 엄마는 이제 병원 갈 일이 많아지는 60대라는 점, 만성 무릎 통증으로 비급여 도수치료가 꼭 필요하다는 점, 1세대 보험료가 부담되지만 감당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라는 점이 결정을 도왔다.

4세대의 장점도 분명하긴 했다. 보험료는 1세대보다 훨씬 저렴했다. 10만원대 초반이었던 보험료는 50% 할인까지 더해 2만원 수준으로 내려갔다. 앞으로 1년간 100만원은 아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거기에 내가 비급여 보험금을 얼마나 많이 받았는지에 따라 다음해 보험료가 결정되는 구조여서 1세대보다 합리적으로 보였다. 1세대는 보험에 가입한 사람들의 전체 손해율이 보험료에 반영되는 방식이어서 내가 병원에 안 가도 보험료가 올라 억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가만히 살펴보니 4세대도 보험료 인상을 피할 수 없는 건 마찬가지였다. 직전 1년간 비급여 보험금을 100만원 이상 받았다면 보험료가 100% 할증되고, 150만원 이상이면 200%, 300만원 이상이면 300% 할증되는 구조였다. 비급여 보험금을 1원도 받지 않았을 때 5% 할인되는 것에 비하면 그 차이가 너무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비급여 치료가 꼭 필요한 엄마에겐 불리한 방식이었다.

더 큰 복병은 보장내용에 있었다. 우선 자기부담금의 차이가 컸다. 1세대의 경우 입원치료비는 100%, 통원치료비는 5000원을 제한 나머지 금액을 전부 받을 수 있는데, 4세대의 경우 급여는 20%, 비급여는 30%의 금액을 본인이 부담해야 했다. 장기치료나 큰 수술이 필요할 때 당장 금전적 부담이 커질 것이었다.

게다가 1세대에서는 급여, 비급여 구분 없이 보장됐지만, 4세대는 MRI, 비급여주사, 도수치료의 한도가 제한되거나 엄격해졌고, 특약으로 넣어야만 했다. 불임 관련 질환과 선천성 뇌질환 등에 대한 보장이 확대됐다지만 둘 다 엄마에겐 해당 없는 부분이었다.

5년마다 재가입을 해야 한다는 것도 불안했다. 나이가 들수록 건강이 안 좋아지는 건 당연하니 5년 뒤 보험료가 크게 오르거나, 보장내용이 달라질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4세대 실비가 도입된 지도 얼마 되지 않았으니, 급하게 전환을 결정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엄마 성격이라면 보험료가 오를 것을 걱정해 도수치료를 미루고, 자기부담금 걱정으로 아파도 병원 가기를 망설일 것이 뻔했다. 보험사 입장에선 고마운 일이지만, 자식으로서는 절대 바라지 않는 일이다.

물론 일 년에 병원 갈 일이 한두 번밖에 없는 내 입장에선 얘기가 달라진다. 굳이 비싼 1세대 실비를 유지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싶다. 차라리 그 돈으로 보험을 하나 더 들거나, 비상시에 대비한 적금을 드는 게 남는 장사일 수 있다.

이제 내 실비 전환을 고민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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