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봇서비스 시대 명암
상태바
챗봇서비스 시대 명암
  • 박상범 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psb2214@hanmail.net
  • 승인 2022.06.21 09: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공제보험신문=박상범 교수] 경영학의 한 분야에서는 기술수용에 대해 연구한다. 기술수용이란 새로운 기술 및 그 기술을 탑재하거나 응용한 기기나 제품들, 예컨대 컴퓨터, 휴대전화, 각종 정보통신기기 등에 대해 소비자가 용인하고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관련 연구는 소비자는 어떤 정서적, 심리적, 혹은 이성적 판단과정을 거쳐 구매 혹은 사용하기로 결정하는 것인가, 혹은 어떠한 요인들이 그러한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부분에 대한 것이다.

이러한 연구는 제품의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서 어떤 전략을 펼쳐야 할 것인가, 그리고 품질이나 성능을 어떤 방식으로 개선할 것인가, 어떻게 고객만족도와 소비자의 효용을 높이고 판매자의 수익도 증가시킬 것인가에 집중하게 된다.

연구 대상 정보통신기기는 컴퓨터, PDA, MP3, 스마트폰 등이었다가 웹서비스와 전자상거래 시대로 넘어갔다. 다시 본격적인 모바일 시대가 열리면서 플랫폼 기반 상거래 및 서비스가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있다. 중심축이 정보통신기기에서 모바일서비스로 관심 분야가 옮겨가고 있다. 정보통신기기 관련 경쟁은 공급자 측면에서는 치열한 성능개선 위주의 경쟁이었다. 사용의 용이성, 정보처리의 신속성, 안전문제 등이 경쟁분야였다. 그러던 것이 모바일 기반 플랫폼 서비스, 특히 챗봇서비스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양상이 다소 달라지게 된다.

챗봇서비스는 말하기를 뜻하는 챗(chatter)과 로봇을 결합한 합성어이다. 물리력을 제공하는 생산로봇 등과 달리 주로 언어나 대화로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고안된 기기이다. 처음에는 이용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에서 출발하였던 것이 진화를 거듭하여 가장 적합한 정보, 예컨대 가장 저렴한 제품이나 고객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패션, 가장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찾아주는 큐레이팅 역할까지 하다가 이제는 교감의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다. 교감은 의인화, 즉 사람과 유사하게 느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용자의 정서나 감정상태를 이해하고 이에 걸맞는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다.

서비스기업으로서는 업무의 상당 부분을 이러한 챗봇이 대행해 줄 수 있다. 그리하여 인건비를 줄일 수 있고, 서비스의 표준화가 가능해지며, 소위 말하는 감정노동으로부터 해방되고 조직내 갈등이나 괴롭힘 등의 문제로 고민할 필요가 없어진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신기하고 흥미로운 서비스다. 무엇보다도 신속 정확하며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상담 대기시간 등 시간절약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러한 장점들로 인해 서비스기업들은 앞다투어 챗봇서비스를 도입하고 활용하고 있다. 챗봇서비스 세계에서의 경쟁은 어떤 모습으로 전개될 것인가? 기업과 이용자‧고객 모두에게 유익한 챗봇서비스에 아무 문제가 없을까?

관련 문제를 짚어보자면, 우선 사람의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또한 챗봇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개인정보 유출이나 조작 미숙 등으로 기대했던 결과를 얻지 못하는 위험도 있을 것이다.

서비스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핵심서비스와 보조‧보완‧보충서비스로 구분해 볼 수 있다. 보조‧보완‧보충서비스는 핵심서비스를 좀 더 완벽하게 제공하기 위한 보조수단이다. 예컨대, 항공운송의 핵심은 장소 이동이고 호텔은 쾌적한 숙박, 레스토랑은 근사한 음식이며, 예약이나 안내 홍보 등은 보조수단이다. 챗봇서비스는 아직까지 보조수단으로 제공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보조수단이 핵심서비스에 접근하는 길목에 포진하는 경우 예상못한 문제가 생겨날 수 있다.

최근에는 상당수의 음식점들이 키오스크를 도입하여 주문과 결제를 수행한다. 인건비 절감 등 비용문제, 사회적 거리두기에 익숙해진 고객들의 호응으로 점점 더 많은 음식점이 활용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기기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이나 기기사용을 꺼려하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점이다. 노인 등에게 키오스크는 조작이 어려운 기계다. 주문단계에서 장애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많은 수의 서비스기업들이 예약이나 안내 등의 서비스를 챗봇 등 자동기기에 의존하도록 할 때 일부 고객들은 예약단계부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챗봇서비스 관련 경쟁은 더 많은 챗봇투입, 챗봇의 기능확대 등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 결과는 챗봇 등의 자동화, 자동기기에 익숙하지 않으면 전반적으로 상당히 제한적인 삶을 살 수밖에 없다고 하는 사회적 분위기, 압력이 될 수 있다. 또한 챗봇서비스를 통한 예약, 구매 등 계약에 문제나 하자가 발생했을 경우 누구에게 책임을 지울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잠재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측면은 특히 보험업계에서 중요한 이슈로 부각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사료된다.

장기적으로 보험계약 유도를 위한 설명, 고객에게 맞춤형 보장 설계 및 안내, 사고 접수, 상담 등 보험업계에서 챗봇서비스 적용가능 업무분야 역시 점점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이 복잡하고 전문적 분야이니만큼 핵심부분에 대한 서비스가 챗봇서비스로 대체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챗봇의 장점은 살리고 책임문제 및 소외되는 고객이 없도록 하는 노력이 수반되길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