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협회장 ‘셀프연임’ 논란, 비하인드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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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협회장 ‘셀프연임’ 논란, 비하인드 스토리
  • 박형재 기자 parkhyungjae@kongje.or.kr
  • 승인 2022.06.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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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수 회장 ‘임기 1년 연장’…정관 변경에 회원사 ‘반발’
논란 커지자 계획 철회… 총회 상정 안하기로
건설협회-건공 갈등도 재조명, 조합 ‘사유화’ 시도 우려
건공 영업점 축소안 내부 반발…노조 “건설협 종속 시도”

[한국공제보험신문=박형재 기자] 대한건설협회 김상수 회장이 정관 변경을 통해 임기를 1년 연장하는 ‘셀프 연임’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회원사 반발이 커지자 결국 계획을 철회했으나 7000여 건설사를 이끄는 협회 수장으로서 부적절한 행동이란 비판이 나온다. 이와 함께 최근 김 회장이 건설공제조합을 사유화하려는 정황이 추가로 드러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4+1 셀프연임’ 추진 논란

건설협회는 지난 10일 제15차 이사회에서 ‘회장과 시·도회장 등 비상임임원의 임기 조정 및 관련 규정’을 정비하는 내용의 정관변경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정관변경안에는 회장과 시·도 회장의 임기를 현재 4년 단임제에서 3년 중임제로 바꾸고, 시·도 비상임임원과 윤리임원 임기를 4년 1차 연임⟶ 3년 중임으로 변경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와 함께 ‘현직 집행부에 대해서는 협회의 막중한 현안 마무리를 위해 임기를 1년 연장(4년→5년)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정관변경안이 확정되면 김 회장과 비상임임원 임기는 2025년 2월 28일, 시도회장과 임원, 대의원, 윤리위원 임기는 2024년 6월 25일까지 연장된다.

이를 두고 ‘셀프 연임’ 꼼수라는 지적이 나왔다. 정관을 변경해가면서까지 회장직을 유지하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설득력이 없다는 분위기다.

건설협회는 오는 21일 임시총회에서 정관변경안을 의결한 뒤, 국토교통부 승인을 거쳐 최종 확정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협회 회원사 반발을 비롯해 언론 보도 등으로 논란이 커지자 계획을 철회했다.

대한건설협회는 7000여 건설사를 대표하는 단체다. 회장은 당선과 동시에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 회장,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이사장, 건설기술교육원 이사장에 당연직으로 임명되는 등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최근 규정이 바뀌기 전까진 건설공제조합 당연직 운영위원장도 맡아왔다. 건설업계 대표 자격으로 정부 및 유관기업 협의에 참여하는 등 영향력이 큰 자리다. 이 때문에 김 회장이 무리수를 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함께 정관변경 반대 여론을 막기 위해 ‘언론통제’를 시도한 정황도 드러났다. 지난 8일 모 언론사에서 ‘[단독] 대한건설협회 김상수 회장, 연임 추진 논란’이란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으나 9일 삭제된 것이다.

또한 건설협회장의 ‘셀프 연임’을 위해서는 국토교통부의 승인이 필수라는 점에서, 국토부 담당자와 모종의 교감이 있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관 변경 같은 중요한 업무 수행시 주무부처와 사전에 업무 협의 후 수행하는 관례를 볼 때, 국토부와 이미 얘기가 끝났다는 것이다.

사정을 잘 아는 건설업계 관계자는 “국토부 모 국장이 6월 30일 임기 만료 후 지방청장으로 내려갈 예정인데, 그 전에 정관변경안 통과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법조인은 “현직 회장이 자신의 임기를 스스로 연장하는 것은 매우 황당한 일이다. 예컨대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를 1년 연장하겠다고 하면 국민들이 받아주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정관 변경 절차는 이사회 결의, 총회 통과, 국토부 승인으로 가능하지만, 현 회장의 임기는 선거 당시 4년으로 정해진 약속이기 때문에 이를 스스로 늘리는 것은 법적 쟁점의 여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공제신문이 입수한 2021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 자료 일부. 건설공제조합은 건설협회장이 회장‧이사장으로 겸직하는 4개 단체에 338.7억원을 지원했다. 자료 = 진성준 의원실
한국공제신문이 입수한 2021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 자료 일부. 건설공제조합은 건설협회장이 회장‧이사장으로 겸직하는 4개 단체에 338.7억원을 지원했다. 자료 = 진성준 의원실

건설공제조합 ‘사유화 시도?’

이번 논란을 계기로 대한건설협회와 건설공제조합의 갈등도 재조명받고 있다. 건설협회가 공제조합을 사유화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으며, 이는 김 회장 의중이 반영된 것이란 지적이다.

실제로 대한건설협회는 건설공제조합 예산을 수시로 지원받아 골프행사, 홍보비 등으로 사용했는데 그 규모가 최근 5년간 495.2억원에 달한다.

한국공제신문이 입수한 2021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 자료(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작성)에 따르면, 건설공제조합은 건설협회장이 회장‧이사장으로 겸직하는 4개 단체에 최근 5년간 338.7억원을 지원했다.

구체적으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230억7500만원,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 69억2600만원, 건설기술교육원 34억5500만원, 건설산업사회공헌재단 4억1700만원을 등이다.

이와 함께 대한건설협회 및 시도회 지원사업인 ‘상생발전 공동행사 지원’ 명목으로 최근 5년간 47억3000만원을 조합에서 가져갔고, 대한건설협회 ‘건설산업 CEO 미래전략포럼’ 행사비로 매년 2억원씩 8억원을 지원받았다. 언론사 홍보‧관리비 71.4억원은 물론, 조합 업무와 무관한 협회 연구용역비 12.25억원도 조합에서 지불했다.

이와 함께 국토부에서 추진하는 ‘건설공제조합 영업조직 축소 개편안’을 두고도 뒷말이 나왔다. 국토부는 지난해 2월 ‘건설 관련 공제조합 경영혁신안’을 발표하며, 건설 관련 3개 공제조합의 지점 축소를 명령했다. 이에 따라 건설공제조합은 전국 39개 지점을 올해 안에 10개(7본부 3지점)까지 줄여야 한다.

그러나 김 회장은 지난 4월 조합 총회에서 느닷없이 13개지점, 3보상센터(안)에 대해 국토부와 협의를 완료했다고 발언했다. 이는 영업점 개편 의결기관인 조합 운영위원회와 어떠한 사전 조율도 없던 것이라 파문이 일었다.

특히 김 회장이 언급한 13개 영업점 위치가 협회의 각 시도회 소재지와 정확히 일치해 협회가 조합을 종속시키려는 시도가 국토부의 방조 아래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와 관련, 건설공제조합 노조는 최근 성명을 통해 ‘건설공제조합 영업점 개편안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영업점 개편안으로 수도권 영업점 대폭 축소, 지점 축소에 따른 공제조합 정원 감축 및 구조조정 등이 우려되며, 조합의 경영 실적이 양호함에도 불구하고 국토부가 무리한 지점 축소를 요구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비판이다.

노조 측은 “영업점 개편안으로 인해 협회의 조합 지배력이 더욱 강해질 것이며, 협회가 조합을 지배하려는 정치적 시도라고 볼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김 회장을 둘러싼 구설은 끊이지 않는다. 2020년 3월 건설협회장에 당선된 직후, 조합에서 운영하는 세종CC 골프장에서 건설협회 회의를 하겠다며 급하게 기존 고객들의 골프행사를 취소시켜 논란이 됐다.

한번은 조합에서 홍보용품으로 갖고 있던 골프공을 달라고 해서, 부서별로 골프공을 모아서 갖다준 적도 있다고 한다.

작년 12월 건설공제조합 최영묵 이사장이 돌연 사퇴한 배경에도 김 회장과의 알력이 있다는 후문이다. 건설협회에서 인사권 침해 등 경영간섭을 시도하자 이에 반발해 사퇴했다는 것이다.

관계자는 “‘협회원=조합원’인 구조라서 공제조합에서 협회 요구를 무시하기 어렵다. 조합과 협회는 중요한 사업 파트너지만 엄연히 별도 회사인만큼, 협회에서 무리한 요구를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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