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3주년] 공제회가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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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3주년] 공제회가 뜬다
  • 이광호 기자 leegwangho@kongje.or.kr
  • 승인 2022.06.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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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공제설립 움직임 잇따라
낮은 공제료, 조합원 전용상품 등 ‘입소문’
위기 대응, 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장점 많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국공제보험신문=이광호 기자] 공제조합 설립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공제기관을 설립하거나, 설립 준비 중인 협·단체가 급증한 것이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사회안전망의 빈틈이 드러나면서 스스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각자도생 분위기와 함께 조합원에게 필요한 상품을 만들어 상부상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입소문을 탔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대안으로 떠올라

3년 이상 계속된 코로나19 사태는 기존 사회안전망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확진자가 한때 수십만명까지 치솟고,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모임인원 제한이 오랫동안 이어지면서 식당, 공연, 관광, 여행 등 대면 영업이 필수적인 산업이 심각한 타격을 입은 것이다.

생존 위기에 몰린 이들은 한시적인 정부 지원만으론 코로나 상황을 극복할 수 없다는 생각에 머리를 맞댔다. “이럴 때 서로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 끝에는 공제조합이 있었다.

실제로 소상공인연합회는 코로나로 인해 심각한 피해를 본 소상공인들을 위해 공제조합 설립을 선언했다. 소상공인은 우리나라 전체 기업 수의 93%, 종사자 수의 약 43%를 차지하는 중요 계층이면서도, 국가 지원에 한계가 있어 소상공인 전용 공제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공제조합이 설립되면 조합원 납입금에 대한 복리 운영, 납입금에 대한 세액공제, 저금리 약관대출(2%이하) 등 맞춤 공제·복지상품을 출시하고, 이에 따른 수익금은 조합원 혜택으로 되돌려줄 것으로 기대된다.

코로나 피해가 심각한 공연업계도 위기 탈출구로 공제회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대중음악 공연업계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공연이 취소되고 행사 수도 급감하면서 생계를 위협받고 있으며, 스스로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에 공제 설립을 검토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는 3월 22일 ‘대한민국 대중음악공연산업계의 안전한 사회망 구축을 위한 세미나’를 개최하고, 공제 설립은 물론 정부 지원 등 위기 대응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만일 공제회가 설립되면 조합원에게 일반보험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공연취소보험’을 제공하고, 분쟁이 자주 발생하는 ‘공연대금 미지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에스크로 사업(공연료를 공제회에서 관리) 등을 할 것으로 보인다.

소상공인, 대중음악업계는 물론 코로나 이후 국토교통부에서 적극 추진해 작년 12월 설립 근거법이 마련된 항공산업발전조합도 눈길을 끈다.

항공산업발전조합은 국적 항공사들의 자생력 및 경쟁력 강화, 코로나와 같은 재난 대비를 위해 마련된 항공산업 금융지원정책기구이다. 해외관광이 올스톱되면서 항공사들은 경영 위기에 봉착했고, 코로나 이전 소극적이었던 조합설립 추진 논의가 본격화됐다.

조합은 조합원 출자금 등을 단계적으로 적립해 보증, 펀드 투자, 공동장비구매·임대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 경영위기시 긴급자금을 지원하게 된다.

특히 코로나 이후 항공사의 신용이 악화됨에 따라 추가적으로 요구되는 신용장(L/C) 발행 보증금에 대한 지급 보증을 통해, 항공사의 유동성 문제를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와 함께 항공사, 항공기 취급업·정비업에서 업무 수행상 필요한 보증서의 발행, 장비 등 자산의 임대와 공동사용 등 조합원의 경영곤란을 해소하기 위한 금융지원정책기구로의 역할이 기대된다.

김용석 항공정책실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항공산업발전조합을 차질 없이 연내 설립하여, 항공사·정비사·지상조업사 등을 대상으로 공적보증, 공동장비 임대 및 긴급자금 융자사업 등을 통해 항공업계 비용절감과 자금 유동화를 지원함으로써 자생적인 항공산업 발전을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새 직업군, 새 공제조합

경제·산업 변화로 새로운 직업군이 생겨나면서 이들의 리스크와 보험 수요를 지원하기 위한 공제조합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한국노총이 2021년 설립한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가 대표적이다.

노동공제회는 플랫폼을 매개로 일하는 프리랜서, 특수고용직 종사자를 가입 대상으로 한다. 이들은 플랫폼기업과 독립사업자로 형식상 대등한 계약을 맺지만 실제 하는 일은 노동자에 가깝다. 이런 애매한 위치 때문에 법과 사회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주요 사업은 △연 24만원의 목돈마련 응원사업 △자격증 취득시 30만원 수당 지급 △직업훈련 수료 후 30만원 지원 △취업 면접 7만원 응원비 지급 △건강검진비 지원 △법률상담 및 세무상담 등의 서비스 등이다.

앞으로 대리운전기사, 가사도우미, 교습강사 등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의 직종별 특성을 반영한 맞춤 공제보험도 개발·출시할 예정이다.

코로나19는 경제·산업지형을 뒤흔들었다. 가장 많은 수혜를 본 업종 중 하나는 배달업계다. 인원제한이 걸리고 대면영업이 어려워지면서 비대면, 배달서비스가 호황을 이룬 것이다.

이런 가운데 배달라이더들의 보험 미가입 문제가 사회 이슈로 떠올랐다. 비싼 보험료로 인해 유상운송보험 가입률이 19%에 그치고 위험천만한 질주를 하는 라이더들이 많아지면서, 이들을 조직화하고 적정 보험상품을 제공해 사회안전망 안에 끌어들이려는 움직임이 생겨났다.

이와 관련 배달관련 플랫폼사업자와 국토교통부가 함께 ‘소화물 배송대행업 공제조합’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 조합은 배달종사자의 과도한 유상운송 보험료 부담을 덜어주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배달라이더가 가입해야 하는 유상운송 오토바이 보험료는 가정용 보험료의 11배에 달해 합리적인 상품으로 보험료를 낮추고, 라이더들의 보험 미가입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국토부는 지난 2월 24일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위대한상상(요기요), 쿠팡이츠, 바로고, 만나코퍼레이션, 로지올, 슈퍼히어로, 스파이더크래프트, 메쉬코리아 등 9개 배달 플랫폼 기업들과 공제조합 설립을 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공제조합은 2023년 설립 예정이며 추진단장으로 주용완 강릉원주대 교수가 선임됐다. 현재 공제 사무국을 설립하고 ‘연단위 라이더 보험’ 및 ‘배달시간에만 보험에 가입되는 온오프보험’ 등을 준비 중이다.

공제회 장점多, 스스로 이슈 관리

공제 제도의 다양한 장점을 활용하기 위해 공제조합을 설립하는 움직임도 늘고 있다. 금융·보험업을 통해 스스로 위험을 관리하고 조합원들을 하나로 모으며 보증, 공제, 연금저축 등 공제상품 운영에서 나온 수익금을 조합원 복지 등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입소문을 타면서 설립 논의가 활발한 것이다.

공제조합의 가장 큰 장점은 구성원(조합원, 회원)이 필요로 하는 금융업무를 자체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도화된 공제는 조합원을 상대로 대출이나 융자, 연금저축상품 판매 등이 가능하다.

또한, 자체 상품을 통한 내부 이슈도 해결할 수 있다. 예컨대 건설공제조합이 ‘근로자재해공제’를 조합원사에 제공하는 것처럼, 각 기관이 필요한 공제보험 상품을 개발, 서비스할 수 있다. 게다가 보험사에 비해 사업·관리비를 절약할 수 있어 저렴한 요율로 공제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

이밖에 공제 수익을 활용해 조합원 복지 등에 사용할 수 있고, 흩어져 있던 이해관계자들을 공제회를 통해 하나로 묶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실제로 다양한 분야에서 공제 설립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문화재수리협회에서 추진하는 ‘문화재수리협회 공제조합’의 경우, 문화재수리업 등 사업자들이 모여 공제조합을 설립할 예정이다. 현재 문화재수리업 등은 중소 건설사들이 하고 있는데, 부수고 새로 짓는 일반 건설공사와 달리 문화재는 정교한 복원 과정이 들어가기 때문에 까다로운 점이 많다. 문화재 실측, 설계, 보수 과정에서 다양한 보험 요구가 있어 조합 설립을 통해 이를 해결할 계획이다.

종교계에서도 공제회 설립 수요가 계속되고 있다. 뚜렷한 노후 대책이 없는 종교인을 위해 공제회를 설립하고, 여기서 얻은 사업 수익을 종교인 연금 등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전국에 있는 종교시설에서 화재보험, 배상책임보험 등에 가입해있는데, 이 상품을 공제회에서 직접 운영하는 방안이 검토됐다. 체육인들을 위한 공제회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작년 3월 체육인공제회법 제정안이 발의되고,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도 이런 내용이 포함됐다.

체육인공제회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체육인의 생활안정을 위한 전문기관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설립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운동선수 중 소수의 스타플레이어 외에는 살 길이 막막하고, 엘리트선수로 성공해도 몸을 쓰는 직업 특성상 20~30대 젊은 나이에 은퇴하면 이후 경제력이 담보되지 않는 등 불안정한 삶을 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공제회가 설립되면 체육인을 위한 공제나 연금저축 등의 상품을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은퇴체육인의 기본생활을 보장하고 맞춤형 경력 개발 교육과 취업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며, 체육인 상해보험 및 손해보험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석구 위맥공제보험연구소 대표는 “2010년 이후 민간주도의 공제 추진이 상당히 활발하다. 사업자 및 전문직 종사자들이 수십년간 구축한 공제조직은 경영위험과 노후 대비 등에 있어, 부족한 공적 보장을 보완하는데 큰 역할을 수행해왔다. 향후, 아직 공적 보호가 미진한 소상공인·체육인·예술인 등 영역에서 공제제도를 활용한 사회안전망이 마련된다면, 한국형 복지체계의 큰 성장도 기대할만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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