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공제 설립 1년, 보험시장 지각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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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공제 설립 1년, 보험시장 지각변동
  • 박형재 기자 parkhyungjae@kongje.or.kr
  • 승인 2022.05.23 09:0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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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협회 독점체제 → 경쟁체제로… 방산보험 판 흔들어
요율 인하를 통한 보험료 정상화… 국방예산 절감 및 방위산업 발전 지원
연착륙 비결… 철저한 보안유지, 전문인력, 조합원 환원 정책

[한국공제보험신문=박형재 기자] 지난해 7월 출범한 방위산업공제조합이 설립 1년도 안 돼 보험시장 연착륙에 성공했다. 군 함정건조보험, 방산시설보험에 이어 군 신속(신속시범획득)사업에도 진출하며 영역을 빠르게 확대하는 것. 특히 조합원 전용 공제상품 판매로 손보사들이 독점하던 방산보험 요율을 크게 낮췄다. 그간 보험협회가 독점 운영하면서 높게 유지되던 요율을 정상화하고, 사업수익은 조합원 복지 및 방산업계 발전에 재투자해 호평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보안유지를 위해 민감정보를 손보사와 공유하지 않고 스스로 처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방위산업공제조합이 빠르게 시장에 안착하는 비결을 살펴봤다.

거품 빼고 경쟁체제 전환… 보험료 30% 인하

방위산업공제조합이 방산보험 시장의 판을 흔들고 있다. 기존 손해보험사에서 독점하던 사업 영역에 빠르게 진출하며 그동안 비싸게 유지되던 보험요율을 대폭 인하하고, 조합원 혜택으로 되돌려주는 것이다. 설립 당시 자본금 2500억원의 거대 조직으로 출범하며 기대를 모았으나 주변의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다.

최근 사업에 진출한 군 함정건조보험은 손해보험협회가, 방산시설보험은 화재보험협회가 수십년간 독점해온 시장이다. 방위산업 관련 보험은 기밀상의 이유로 민간 손보사가 개별 인수할 수 없고, 비밀취급인가를 보유한 협회에서 인수하는 형태로 운영돼왔다. 

이처럼 방위산업이란 특수성 때문에 사고가 몇 년간 발생하지 않아도 보험요율은 낮아지지 않는 병폐가 존재했다. 자동차보험의 경우 무사고 운전자들의 보험료가 매년 낮아지지만, 방위산업은 군(軍) 보험이란 특성 때문에 이런 협상과정 없이 조합원사들이 비싼 보험료를 지불해온 것이다.

그러나 공제조합이 설립되고 사업에 뛰어들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공제업무팀을 리스크관리 경험이 많은 손보사 출신 직원들로 구성하고, 사업비 거품을 걷어내 기존 보험료 대비 최대 30%까지 인하된 가격으로 조합원에게 서비스하고 있다. 게다가 조합 공제상품에 가입하면 보증료를 3% 인하해주는 혜택도 제공한다.

손보협회, 화보협회를 통해 방산보험을 공동인수하는 손보사들도 이러한 공제조합의 행보에 따라 윈윈(WIN-WIN)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 

방위산업공제조합의 주요사업인 보증 및 공제업무 소개.
방위산업공제조합의 핵심업무인 보증 및 공제사업 소개.

판매공제(X)
非보유공제(O)

방위산업공제조합은 기존 공제조합들의 ‘판매공제’ 공식도 타파했다. 대부분 공제조합들은 근로자재해공제, 배상책임보험 등 신규 공제상품을 출시할 때 손보사에게 업무 대부분을 의존한다.

손보사에 보험요율 산출, 언더라이팅, 리스크서베이, 보험사고조사, 보험금 결정 등 업무 전반을 맡기고, 자신들은 조합원으로부터 보험 가입만 받는 ‘창구 역할’에 그치는 것이다. 공제상품 출시 후 경험이 쌓이면 ‘보유공제’로 전환하기도 하지만, 운영이 편리한 판매공제에 만족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방산공제는 업무 대부분을 스스로 처리하고 손보사는 사고 발생에 대비하는 용도로만 활용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보험요율 산출, 리스크서베이, 재보험사와 협상 등 모든 업무를 조합에서 직접 수행하고 손보사 역할은 공동인수에 따른 보험료 배분, 방산공제가 결정한 보험금 지급으로 제한한다.

이는 군(軍)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방위산업 특성상 보안규정, 정보취급 규정이 엄격하기 때문이다. 다른 공제조합처럼 판매공제를 손보사 중심으로 운영할 경우 민감정보가 외부로 유출될 수 있기 때문에 공제업무는 철저히 조합 내부에서 처리한다. 

방산공제 관계자는 “다른 조합이 판매공제 관련 업무 90%를 손보사에 맡기는 것과 달리, 우리는 공제업무 90%를 자체 처리하고 10% 정도만 손보사 도움을 받고 있다”며 “불의의 사고에 대비한 리스크관리 업무만 손보사에 맡기기 때문에, 우리는 엄밀히 말해 판매공제가 아니라 ‘비(非)보유공제’인 셈이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5월 7일 열린 방위산업공제조합 발기인대회 및 창립총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방산공제는 공제, 보증, 자산운용 수익의 일부를 조합원사에 배당할 예정이다. 

사업수익 조합원 환원, 재정부담 완화

방위산업은 적의 공격에 맞서 국가를 지키는데 필요한 필요한 무기와 장비, 기타 물자를 생산하는 산업이다. 방위산업의 중심은 무기산업이지만 군인의 의류나 식량을 공급하는 소비재 산업도 일부 포함된다. 탱크, 전투기, 해군 함정 등 특수장비를 생산하는 특성상 방산업체는 방위사업청 등의 철저한 관리감독을 받는다.

정부와 방산업체 간 가교 역할을 수행해 온 기관이 1976년 3월 창립된 한국방위산업진흥회다. 방진회는 정부기관과 방산업체의 계약체결시 보증서 발급 업무를 수행해왔다. 그러나 자산의 한계로 방산업체의 보증 수요를 모두 충족하기 어렵고, 비영리법인이라 사업 확장에도 한계가 있었다. 이에 따라 회원사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 방위산업공제조합이 지난해 설립됐다. 

방산공제는 기존 방진회의 이행보증사업 뿐만 아니라 방위산업에 필요한 제조‧생산시설 및 장비 등에 관한 공제, 융자, 투자, 연구‧교육사업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특히 설립 후 1단계로 꺼내든 것이 공제다. 방산공제는 출범과 동시에 6개 손보사와 업무협약(MOU)를 맺더니, 2022년 11개 손보사로 MOU를 확대했다. 이를 통해 대형사고 발생시 보험금 지급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고 다양한 공제상품 개발을 통해 보험시장을 크게 흔들고 있다. 

이처럼 방산공제의 늘어나는 보험물량에 대해 손보사들은 입장이 곤란해졌다. 최소 사업비를 통해 운영되던 방산보험이 방산공제가 출현하고 시장을 확대하면서 경쟁체제로 전환됐고 사업비 인상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산공제와 대립할 경우 손보사 매출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불안감에 막연히 손을 놓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손보사들을 방산공제에서 강조하는 보안사항을 준수하며 방산공제를 뒤에서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방산공제는 기존 손보협회, 화보협회 독점 구도를 깨뜨리고 얻은 사업수익을 조합원들에게 되돌려줄 방침이다. 조합은 공제사업 수익 중 이익잉여금을 조합원에게 배당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2500억원 규모의 설립 자본금에 대해서도 신용등급 AA 이상 금융채 투자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고, 여기서 나온 수익 일부도 조합원에게 배당한다. 

결국 조합 설립에 따른 방산보험 시장의 경쟁체제 전환으로 정부의 국방예산 절감은 물론, 공제업무를 통한 사업수익은 조합원에게 배분되고 방위산업에 재투자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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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발전 2022-06-22 08:28:50
드디어 말도안되는 방산보험 독점이 깨졌다. 보험협회의 횡포를 막기 위해서라도 경쟁은 필요한 듯.
독점시장일 때 방산예산, 정부예산을 어떻게 썼는지 감사가 필요해보임

몬스터 2022-06-09 22:58:05
조합을 통하면 국방부의 눈을 피해 민간 손해보험사에 보험가입을 시켜줍니다!!감사합니다~

방산 최고 2022-06-06 21:42:55
팩트 체크~~
방산공제조합의 공제사업은 조합원들에게 직접 공제사업을 하는 것처럼 안내하면서, 실제는 조합원들의 보험계약을 보험사와 연결시켜주는 중요한 역할. 공제조합이 보험계약자가 되어 직접 보험사와 보험계약을 체결함.
공제조합이 건조보험 인수에 참여 후 고액의 보험료는 엄청 더 올랐음.
보험요율 산출, 재보험사와 요율협상, 보상업무 등 대부분의 업무는 보험사가 수행, 특히 요율은 보험사가 산출한 요율을 공제조합에 제시 또는 보험사가 재보험사와 협상하여 받은 요율을 공제조합에 제시. 보상업무는 당연히 보험계약자인 공제조합이 수행 불가. 보험업법 위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