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변화와 인류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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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변화와 인류의 진화
  • 박상범 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psb2214@hanmail.net
  • 승인 2022.05.20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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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제보험신문=박상범 교수] 인간의 진화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진화과정이 어떤 목표나 설정된 지향점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본다. 인체에서 식도와 기도가 각각의 통로를 구축하지 않고 교차하도록 진화해온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굳이 목젖을 두고 교차해서 음식물은 식도로 보내고 공기는 기도로 보내지는 방식은 효율성이나 위험성 등을 고려하면 진화라는 틀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러한 설명을 염두에 두고 생각해 보면 진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의 하나로 외부의 급격한 변화를 들 수 있다. 외부환경 등이 급격히 변할 경우 진화보다는 적응이 우선일 터이니 적응을 위해 노력하고 애쓰다 보면 진화와는 동떨어진 결과물이 나타날 수 있다.

작금의 코로나 사태는 전 지구적으로 인류의 삶을 둘러싼 환경에 급격한 변화를 가져다주고 있다. 특히 사회적인 측면에서 급격한 변화는 충격으로 받아들일 만하다. 국가별 국경차단은 물론 지역 및 기업·조직차원에서 격리를 하고 가족 간에도 거리를 두도록 한 것은 그렇지 않아도 개인주의 및 자기중심주의가 강한 젊은 층에게 견고한 자기세계 구축의 계기까지 제공한 모양새가 돼 버렸다. 상당 부분의 근로자들에게는 경제적 어려움을 안겨줘 심리적 위축까지 초래하고 있다. 이를 통해 본인 지향적인 성향으로 굳어질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술의 발전은 새로운 사회상이 생기는데 기여하고 있다. IT, 인공지능(AI) 등은 일상생활의 편리함을 가져다주는 동시에 새로운 지평을 여는 계기가 되고 있다. 교육훈련 분야의 경우 메타버스의 등장은 획기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교육훈련 중에는 반드시 실습을 거쳐야만 하는 분야가 있다. 자동차나 항공기 정비 등 기술 분야와 공학분야, 의료분야, 예술분야 등을 들 수 있다. 필요한 실습이 메타버스 안에서 실제와 흡사하게 수행될 수 있는 것이다.

교육훈련을 받아야 하는 입장에서는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접근할 수 있고 특히 자기중심적인 계층에게는 환영받을 만하겠지만 제공자 입장에서는 기존의 체계가 무너져 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진 교육훈련생들을 몇 개의 반으로 나누고 개별 강사를 배치해 교육훈련을 실시했으나, 이런 형태가 무너지면서 많은 수의 강사가 필요없게 되는 것이다. 일부 사이버대학은 피아노학과를 개설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디지털시대에는 승자독식(the winner takes all)의 룰이 지배할 것이란 점이 널리 회자됐고 빌 게이츠는 뛰어난 한 명이 만 명을 먹여 살리는 시대의 도래를 역설한 바 있다. 우리 모두는 뛰어난 한 명이 되길 원하지만 만 명 안에도 들어가기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건 아닐까?

중세의 신분주의 계층사회가 급속히 몰락하게 된 계기는 중산층 시민계급의 대두, 지식보급을 통한 의식개혁, 종교개혁 등 굵직한 계기들이 작동한 것이다. 그중 사회에 활력소로 작동한 요인 중의 하나는 18세기 백과전서파와 같이 지식과 실습을 스스로 깨우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해 준 선각자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백과전서파는 지금의 포털사이트와 흡사하다고 할 수 있다. 당시 반드시 도제시스템에 편입돼야 습득할 수 있었던 기술들을 백과전서파 발간물 가운데 그림으로 그려넣은 책자를 발간해 일반인들이 보고 따라 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했던 것이다.

현대의 포털사이트나 메타버스에 비하면 너무도 조잡하고 장난같이도 보일 수 있겠으나 중요한 점은 사회적으로 일찍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길이 제시됐다는 점이다. 당시 일반인이 가졌던 생각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 것이다. 최근의 기술발전에서 우리는 무슨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까? 기술에 따른 새로운 신분제가 구축될 수 있는 가능성은 없을까?

코로나 사태 등의 영향으로 개인중심주의로 치닫는 사회분위기 속에서 급속히 발전하는 ICT, AI, 로봇 등 기술이 앞으로의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려반 기대반으로 바라보게 된다. 최근의 급속한 여건변화가 인류진화에 계기가 돼 진화목적 및 방향으로 진행되도록 하는 촉매가 될 것인지 아니면 급속한 환경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응급조치의 하나로 작동해 자칫 먼 길로 우회하는 결과가 될 것인지는 아마 수만년이 지나봐야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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