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츠(REITs) 시장에도 불어오는 ESG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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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츠(REITs) 시장에도 불어오는 ESG 바람
  • 김민석 마스턴투자운용 브랜드전략팀 과장/성균관대 박사과정 listen-listen@nate.com
  • 승인 2022.05.09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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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의 ESG 오디세이]

[한국공제보험신문=김민석] 리츠(REITs·부동산 투자회사) 시장이 심상치 않다. 최근 마스턴프리미어리츠가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공모리츠 기준 역대 최고 경쟁률(1170.44 대 1)을 기록했다. 지난해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운용하는 미래에셋글로벌리츠가 세운 수요예측 경쟁률 신기록(1019.58 대 1)을 약 반년 만에 경신한 것이다.

마스턴프리미어리츠가 기관투자자의 이목을 끌 수 있었던 배경은 여러 측면에서 해석해볼 수 있을 것이다. 전반적인 약세장 속에서 인플레이션 헤지(hedge) 목적으로 리츠에 투자금이 집중된 것일 수도 있고, 마스턴프리미어리츠의 주요 기초 자산들이 수년 전에 선매입되어 이미 가치가 상승해 높은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있다. 프랑스 아마존 물류센터(노르망디 및 남프랑스 소재)와 인천 항동 스마트물류센터에 아마존과 쿠팡이 각각 100% 임차 중이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필자는 조금 다른 맥락에서, 리츠 시장에도 ESG 바람이 불어오고 있음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마스턴프리미어리츠의 기초 자산 중에는 ESG 성격의 자산도 존재한다. 바로 프랑스 파리 뇌이쉬르센(Neuilly-sur-Seine)에 위치한 크리스탈파크(Crystal Park) 오피스이다. 

녹색 정원을 끼고 있는 친환경 사무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크리스탈파크 오피스는 영국의 친환경 건축물 인증제도인 브리엄(BREEAM, Building Research Establishment Environmental Assessment Method)의 ‘엑셀런트 등급’을 획득했다. 이는 다섯 가지 등급 기준 중 두 번째로 높은 등급이다. 또한 HQE(Haute Qualité Environnementale) 협회의 ‘매우 우수함’ 등급과 생태관리의 기준을 평가하는 EcoJardin 인증도 보유하고 있다. 

다국적 회계컨설팅 기업인 PwC(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 미국의 화장품 브랜드 에스티로더, 미국의 향료기업 IFF 등 우량 기업이 임차해 있는 크리스탈파크 오피스는 ESG 측면에서도 강점이 있기에 앞으로 더욱 기대되는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친환경 건물에 대한 수요는 점점 높아질 것이고, 종국에는 자산가치의 상승과 투자자의 이익 증대라는 선순환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의 다른 상장리츠에 눈을 돌려보자. SK리츠는 SK에너지의 주유소를 전기차·수소차 충전소 및 정비소 등으로 전환하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실제로 올해 초 서울 금천구에 분산 전원을 통해 친환경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을 선보였다. 핵심 비즈니스 자체가 ESG 철학을 내재화하고 있는 것이다. 코람코에너지리츠는 경기도에 소재한 주유소를 대상으로 ESG 특성을 입힌 모빌리티 리테일 복합개발에 나서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내 최초의 물류센터 전문 리츠인 ESR켄달스퀘어리츠의 투자자산 중에는 LEED 골드 등급을 받은 물류센터가 있으며, ESG 실사 등을 통해 자산의 생애주기에 맞춰 ESG 요소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 리츠의 자산관리회사(AMC)인 켄달스퀘어리츠운용의 모회사 ESR켄달스퀘어는 GRESB(Global Real Estate Sustainability Benchmark) 디벨로퍼 평가에서 최상위 성적을 거두었다.

미국의 경우 2021년에 시가총액 기준 100대 리츠 모두가 ESG 관련 노력을 공시하고 있다. 2020년엔 100대 리츠 중 98개가 ESG 공시를 했는데, 1년 사이에 한 단계 앞으로 진일보한 것이다. 

물론 시가총액 100억 달러가 넘는 리츠만 서른 개가 넘는 ‘리츠 선진국’ 미국과 상장리츠의 수 자체가 아직 스무 개도 채 되지 않은 한국을 등가 비교하기는 어렵다. 다만 지금부터라도 국내 리츠는 보다 적극적으로 ESG 경영을 이행하는 데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한국리츠협회 또한 미국리츠협회(NAREIT)를 벤치마킹해 ESG에 대한 공감대 확산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환경 측면뿐 아니라 사회 및 지배구조 분야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이런 움직임은 단순히 자산관리회사의 이미지 제고에만 일조하는 것이 아니라, 리츠의 주가 상승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리츠 종목에 ESG는 또 다른 경쟁력이 될 수 있다. 

ESG 전문가인 브렌단 맥카시(Brendan McCarthy) 칼버트 리서치&매니지먼트(Calvert Research and Management) 부사장은 ESG를 ‘여정(journey)’이라고 표현하며, 완벽한 ESG 회사는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뚜벅뚜벅 ESG로 향하는 여정에서 국내 리츠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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