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주도의 공제설립 움직임 활발
상태바
노동자 주도의 공제설립 움직임 활발
  • 이광호 기자 leegwangho@kongje.or.kr
  • 승인 2022.04.06 14: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동공제 설립 조력자’, 풀빵 노동공제교실 열려

[한국공제보험신문=이광호 기자] 노동자들 사이에서 공제 설립 움직임이 생겨나고 있다. 주민 스스로 협동경제운동을 실현하는 사회적 협동조합 ‘우리함께’나 일하는 사람들의 생활 공제회인 ‘좋은이웃’ 등이 그 예이다. 이밖에 다양한 단체들이 공제의 필요성을 느껴 공제회를 설립하거나 조직 내에 공제의 특성을 반영하려 하고 있다.

기존 공제기관들이 교사, 소방관 등 동일 직종의 사람들이 모여 공동의 위험에 대응하는 것과 달리, 이들은 노동자들이 모여 ‘바텀 업’ 방식으로 공제의 장점들을 가져가는 것이 특징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5일 풀빵 노동공제교실이 한겨레두레협동조합 채비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로 4회차를 맞은 풀빵노동공제교실은 노동공제를 운영중이거나 운영을 준비중인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노동공제의 기초적인 내용을 체계적으로 학습하도록 돕고 있다. 행사에 참석해 노동공제의 의미와 최근 설립 움직임을 살펴봤다.

김형미 교수가 '노동공제의 의의'에 관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행사는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총 4개의 강의로 진행됐다. 첫 번째 강의는 김형미 상지대 사회적경제학과 교수의 ‘노동공제의 의의’로 시작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GDP 규모는 10위인데 행복지수는 낮아지고 있다면서 ‘GDP가 실제 행복을 얼마나 가져다주는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의 세계 행복지수가 62위까지 떨어졌다(2018~2020년)는 통계도 함께 제시했다.

또한 노동자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사회적인 영역을 간과할 수 없음을 지적했다. 경기순환과 경제충격은 주기적으로 노동자들의 삶에 큰 충격을 주고 있는데 경제 전체의 불안정성은 개별 기업이나 산별 노동조합 차원에서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공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갈라치기가 아닌 연대의 전략을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네덜란드의 빵 기금(Broodfonds)이나 스웨덴의 TRR 재단 등의 외국 노동공제 사례를 제시하며 노동운동이 만드는 노동자복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석호 사무총장이 '노동공제운동의 주체와 역할'에 관해 강의하고 있다

2강은 한석호 전태일재단 사무총장이 맡아 ‘노동공제운동의 주체와 역할’로 강의했다. 한 사무총장은 노동 당사자가 주체가 되는 노동공제운동을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 상위 10%의 소득합계는 46.5%로 불평등 국가로 대표되는 미국 45.5%보다 높으며, 하위 50%의 소득 합계가 16%에 불과하다는 통계를 제시했다. 다음으로 ‘다중격차’를 인용하며 주거, 소득, 여가 등의 불평등이 하나의 고리로 연결되어 악순환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한 사무총장은 소득불평등을 재벌 사내보유금이나 재벌 총수 일가의 주식으로 해결하자는 방안도 실현성이 떨어지며 일시적인 해결책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영세노동, 대면노동, 이동노동, 개별노동, 다중노동 등의 특성을 언급하며 노동공제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업장의 규모가 작거나 사장과 직원이 같은 작업장에서 일을 하는 특성상 등으로 인해 기존의 노동조합 활동에 참여할 동인이 없다는 것이다. 결국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동공제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한영섭 공제팀장이 '노동공제 품목과 운영사례'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3강 ‘노동공제 품목과 운영사례’는 한영섭 화섬식품노조 봉제인공제회 공제팀장이 강의를 맡았다. 지금까지 봉제인 공제회가 공제를 품은 노동조합으로 걸어온 길과 공제 사업 현황을 제시했다.

2022년 3월 15일 기준 봉제인공제회의 조합원은 251명이며 공제부금은 약 2500만원이다. 또한 생활안정자금은 총 9600만원, 긴급운영자금은 1억4800만원 지원됐다.

이밖에도 공제회는 △녹생병원 의료비 지원서비스 △자문변호 서비스 △피부과 의료지원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김형탁 사무총장이 참석자들이 작성한 메모를 읽고 있다

4강에서는 김형탁 노회찬재단 사무총장이 ‘노동공제 품목설계 워크샵’을 열었다. 서울봉제인, 아파트경비노동자, 미디어 공제회 등의 설문조사 결과를 제시한 뒤, 각 공제조직에 필요한 공제품목 및 공제도입의 걸림돌이 무엇인지를 직접 작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편 풀빵의 공제품목으로는 목돈 마련을 위해 만기시 적립금과 응원금을 지급하는 풀장 1호 적립형 공제가 있다. 가입자는 2022년 3월 말 기준 47명이며 월 적립액은 약 565만 원이다.

또한 4월 4일에는 풀빵비상금고 상품이 출시됐다. 풀빵비상금고는 1인이 5만원(18회차) 혹은 10만원(9회차)씩 적립해 90만원을 모으면 응원금 10만원을 더해 100만원을 만들어준다. 적립 후에는 만기 수령이 가능하고, 비상금고를 유지하는 경우 300만원까지 소액대출을 할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