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제는 왜 책이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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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공제는 왜 책이 없을까
  • 홍정민 기자 hongchungmin@kongje.or.kr
  • 승인 2022.04.01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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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제보험신문=홍정민 기자] 온·오프라인 서점에는 인문학, 소설, 육아, 투자 등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많이 있다. 원하는 분야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다면 서점에서 책을 사보면 된다. 그러나 아무리 둘러봐도 찾기 힘든 책이 있다. 바로 공제 관련 서적이다. 공제라는 키워드로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책을 찾으면 세액 공제, 소득 공제 등만 검색된다. 공제업계에 대한 책은 왜 없을까.

우선 공제기관별로 보증, 생명, 연금상품 등 주력 공제상품이 다르기 때문에 산업을 포괄적으로 집필하기 어렵다. 예건대 보험분야 책들을 살펴보면 보험의 정의, 가입 필요성,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보장성 보험과 저축성 보험의 차이, 실손의료보험, 사망보험, 치매보험 등의 보장 특약 등 보험산업 전체를 특성별로 알기 쉽게 설명한다.

그런데 공제상품의 경우 공제기관별로 상품 성격과 보장이 제각각이다. 교직원공제회는 종신, 정기, 질병, 상해보험, 과학기술인공제회는 적립형공제, 목돈급여, 과학기술인으뜸적금, 건설공제조합은 신변안전공제, 건설공사공제, 공사대금채권공제 등을 주요 상품으로 다루고 있다. 기관마다 업역별, 회원별 성격이 상이하기 때문에 이를 하나로 통합 설명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

국내에서 공제분야에 관심있거나 연구하는 사람이 한정적이며, 전문가를 찾기 어려운 점도 걸림돌이다. 현재 공제업계 관심을 가진 사람은 현업 종사자, 공제기관 취업준비생, 기관을 관리 감독하는 주무부처 공무원 등이다. 심지어 담당 공무원들도 순환보직으로 2년마다 교체돼 공제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다. 연구 집필에 활발한 교수들의 경우 금융보험학과 교수가 있을뿐 공제업계 관련 학과도,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도 찾아보기 힘들다.

일각에서는 금융보험학과 교수들이 공제를 연구하지 않는 이유로 보험업계에 비해 돈벌이가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보험 전문가들의 가장 선호하는 ‘꿀보직’은 대형 보험사 사외이사 자리인데, 공제 전문가로 소문나면 보험사에서 불러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1년에 회의 몇 번 참석하고 수천만원을 버는 사외이사와 공제 컨설팅, 자문 용역을 수개월 수행해야 겨우 수익을 얻는 공제 전문가 중 전자가 더 매력적일 수 밖에 없다.

이와 함께 공제업계의 폐쇄성도 공제 관련 서적이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공제는 다른 산업과 달리 홍보에 소극적이다. 보험, 금융, IT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적극 홍보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기업들은 SNS 이벤트를 비롯해 다양한 보도자료를 수시로 작성해 잠재 고객에게 좋은 이미지를 구축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공제기관의 홍보 대상은 같은 직종에 종사하는 조합원과 조합원사다. 다른 업계처럼 불특정 다수에게 상품을 판매하거나 정보를 주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마케팅 비용을 들여 대중에게 홍보하거나 기관을 알리는데 인색하다. ‘집토끼’ 회원사를 대상으로 기관지 발간, SNS소통 등에 집중하고 최소한의 외부 홍보만 진행한다. 이러한 업계 특유의 폐쇄성 때문에 일반 대중들이 공제에 대해 알기도 어렵고, 관련 책도 집필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물은 흘러야 썩지 않는다. 폐쇄적인 업계는 발전이 더딜 수 밖에 없다. 공제기관과 공제 종사자들은 사명감을 가지고 공제를 외부에 알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공제기관들이 모여 정보 교류 및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공제 서적을 공동집필하면 어떨까. 아니면 교수나 연구인에게 집필을 의뢰해도 좋을 것이다.

공제업계 전반에 대한 소개는 물론, 법 제도 개선이나 해외 공제사례 연구 등 다양한 노력이 모인다면 공제업계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형성될 것이다. 공제제도의 장점들이 더 많은 대중에게 알려져 공제업계 발언력이 강해지거나, 비즈니스 가능성이 늘어날 수도 있다. 공제 관련 연구나 서적을 통해, 각 공제기관에서 도제식으로 전해지던 노하우들이 공개되길 바란다. 조합원이나 회원사만을 위한 ‘그들만의 리그’에서 벗어나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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