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공연업, 공제조합이 구원투수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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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공연업, 공제조합이 구원투수될까?
  • 이광호 기자 leegwangho@kongje.or.kr
  • 승인 2022.03.23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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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공협, ‘공연산업계 사회안전망 구축 세미나’ 개최
코로나19로 공연업계 직격탄…인력감축‧공연취소 심각
공연업 종사자 생계 위기 내몰려, 사회안전망 절실
이석구 전무, 에스크로‧공연취소보험 등 공제조합 설립을 통한 해법 제시
22일 열린 ‘대한민국 대중음악공연산업계의 안전한 사회망 구축 세미나’에 공연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하고 있다. 

[한국공제보험신문=이광호 기자]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대중음악 공연업계는 힘든 시기를 보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공연이 취소되고 행사 수도 급감하면서 업계 종사자들은 생계를 위협받고 있습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우리 스스로 자구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 자리를 통해 공제조합 설립은 물론 정부지원 등 대응 방안에 대해 다양한 의견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종현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장은 22일 개최한 ‘대한민국 대중음악공연산업계의 안전한 사회망 구축을 위한 세미나’에서 이 같이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대중음악공연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직원 해고를 통해 인건비를 최소화하고, 필수 행사만 개최하며 근근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나 이런 ‘허리띠 조르기’도 한계에 부딪혔다는 분석이다. 그 와중에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이 변경될 때마다 갑자기 공연이 취소되고 이에 따른 위약금을 무는 등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당분간 계속되는 가운데, “이대로 못살겠다”는 목소리가 많아 이번 세미나를 개최했다는 설명이다.

이번 행사에서는 코로나19를 통해 확인한 대중음악공연업계의 취약한 사회안전망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발제자로는 김형일 라이브네이션 코리아 대표와 이석구 위맥공제보험연구소 전무가 나서 팬데믹 이후 공연업계 현실과 공제조합 설립 등을 논의했다.

김형일 라이브네이션 코리아 대표가 해외 공연시장 동향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김형일 라이브네이션 코리아 대표가 해외 공연시장 동향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김형일 라이브네이션 코리아 대표는 ‘현재 해외 시장 각국의 공연업계의 비전과 전망’이라는 제목의 발제에서 해외 공연업 실태에 대해 설명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3월 셋째 주 기준, 미국 및 유럽 대부분 국가는 실내·외 상관없이 공연장을 100% 개장했다. 일본은 공연별, 공연장별로 백신패스를 적용해 75%~100%까지 관객을 받고 있다. 이외에도 대만,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이 100% 관객을 받고 있으며 태국과 싱가포르는 공연장을 50% 개장한 상황이다.

또한 공연업의 개점 휴업 상태가 장기화되면서 공연제작에 필요한 운영팀, 조명팀, 경호팀 등의 인력 문제가 심화됐다. 인건비 문제로 인해 방출된 인원이 다른 업종으로 이직한 뒤 다시 돌아오지 않으면서 코로나 상황이 나아져 공연을 재개해도 숙련된 인력을 구하는 것이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공연업계 내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두드러지고 있다. 코로나가 발생한 2년여 기간 동안 공연을 보지 못한 관객들이 보복심리로 티켓을 많이 구매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인기가수들의 공연에만 수요가 몰리고 어중간한 가수나 인디밴드는 공연 취소 수준으로 티켓이 팔리지 않는 쏠림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김 대표는 “공연업계는 코로나 발생 이후 2년여 동안 인력감축, 공연 미개최 등으로 모든 비용을 줄이고 근근히 버텨왔다”며 “그럼에도 상황이 당장 나아질 기미가 없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우려했다.

이어 “미국은 코로나기간 동안 정부와 보험사가 협의해서 공연업계를 지원하고, 노르웨이, 스웨덴, 영국 등은 공연업계 종사자 급여 90%를 나라에서 지원해줘서 직원 해고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가지 않았다”면서 “우리 정부도 그동안 외면했던 공연업계를 위해 긴급정책자금 지원 등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석구 위맥공제보험연구소 전무가 공제조합 설립을 통한 대중음악공연계 사회안전망 구축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는 공연업계 사회안전망으로서 공제조합 설립 문제도 본격적으로 논의됐다. 이석구 위맥공제보험연구소 전무는 ‘대중음악공연산업계 사회안전망 구축 방안’이란 제목의 발제를 통해 공제의 정의, 특장점, 대표 공제기관, 보험과의 차이점 등을 설명한 뒤 ‘대중음악공제조합’(가칭)의 청사진에 대해 소개했다.

공제는 동종업계에 종사하는 집단을 위한 사회안전망이다. 건설공사의 보증업무를 담당하는 건설공제조합, 교사의 연금상품을 운영하는 교직원공제회, 지방자치단체 시설물 관리 공제상품을 운영하는 지방재정공제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만일 대중음악산업협회가 공제조합을 설립할 경우, △공연산업 종사자를 위한 손해공제 상품 △공연 계약에 대한 보증상품 △공연 취소 보험 △에스크로(공연 계약 이행 중계업) 등의 상품을 운영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공연업계 사회안전망 구축은 물론, 공제사업 운영 수익을 대중음악공연산업 종사자 권익 향상과 복지 등 처우개선에 사용할 수 있다.

예컨대 공제조합 사업모델 중 하나인 ‘공연취소 보험’은 재난이나 국가지침에 의해 일방적으로 공연이 취소되는 경우 이를 보전하는 것이다.

현재 민간 보험사의 행사 취소보험이 있긴 하지만, 수입보험료가 전체 0.0004%에 불과해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 실정이다. 게다가 코로나19가 장기화되자 기존 취소보험을 판매하던 보험사들도 보상 약관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를 제외했다. 공제조합에서 이런 상품을 개발‧운영하면 갑작스러운 정부 정책 변경으로 공연 취소 위약금을 물어야 했던 공연업계의 고충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에스크로’ 역시 공제조합의 주요 역할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연업계는 시장 질서가 어지러워 돈을 주고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등의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데, 이를 중간에서 공제조합이 관리함으로써 투명한 거래를 지원하는 것이다.

이석구 전무는 “협회‧공제조합에 돈을 거치하고 행사 완료 시 돈을 서비스 제공자에게 지급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연산업 분야의 안정성 확보 및 종사자에 대한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해 공제조합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 이종현 회장(왼쪽)과 고기호 부회장이 자유토론을 통해 공연업계 현장 목소리를 듣고 있다. 

발제가 끝난 후에는 ‘자유토론’을 통해 코로나19 이후 공연업계 상황과 실무 종사자들의 어려움, 이에 대한 해법은 없는지에 대한 열띤 토론이 이뤄졌다.

세미나 참석자들은 공연업계도 피해갈 수 없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의견 공유와 공연업계 전문매체를 통한 업계 영향력 강화 방안, 러시아 전쟁으로 인한 물류대란으로 해외공연시 공연 장비 배송의 어려움 등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했다.

이에 이종현 회장은 “혼자 힘으로 되는 일은 아니기 때문에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 코로나 이전 각자도생하던 경쟁 관계를 넘어 이제는 함께 협의하고 안전망 구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문화체육부 등 정부부처는 물론 유관기관과 만나 우리 목소리를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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