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재공제조합 성추행 논란,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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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재공제조합 성추행 논란, 그 후…
  • 박형재 기자 parkhyungjae@kongje.or.kr
  • 승인 2022.03.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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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경찰에 고소장 제출…민사소송 검토
가해자, 자회사 근무 중…피해자와 분리조치
조합, 후속조치로 직원 성평등교육… 재발방지 시스템 아쉬워

[한국공제보험신문=박형재 기자] ‘직장 내 성폭력’이 발생한 기업의 후속대응은 천차만별이다. 윤리위원회를 신설하고 직원 교육 등 재발방지 프로그램을 강화한 기업이 있는 반면, 미온적인 태도로 피해자를 방치한 기업도 있었다. 관건은 조직 문화를 바꾸려는 의지 차이였다.

자본재공제조합 성추행 논란 이후 10개월이 지났다. 당시 가해자와 피해자는 어떻게 됐을까? 부하직원 6명을 상대로 수년간 성추행, 폭언, 폭행 등을 저지른 가해자 A부장은 ‘감봉 2개월, 자회사 전출’이란 솜방망이 처벌을 마치고 다시 조합으로 돌아왔을까? 그렇다면 피해자들이 우려하던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조치는 제대로 이뤄졌을까? 성추행 논란 이후 조직 내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점검해봤다.

피해자는 여전히 ‘투쟁 중’

지난해 5월, 한국공제보험신문에 제보 메일이 접수됐다. ‘자본재공제조합 폭로’라는 제목의 메일에는 “자본재공제조합 A부장이 부하직원을 폭행하고, 성추행 했으며, 부하직원에게 법인카드 허위결재를 지시하는 등 여러 행위가 있었다”고 언급됐다.

또한, 직원들 엉덩이잡기, 배만지기, 가슴만지기 등 성추행과 함께 머리를 때리거나 뺨을 때리는 등 폭행도 발생했다고 한다. 아울러 ‘OO새끼’ 등 입에 담지 못할 폭언도 일상적으로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공제조합은 피해자 신고를 접수하고 인사위원회까지 열었으나, 징계 수위를 ‘감봉 2개월, 자회사 전출’로 결정해 솜방망이 처벌이란 비판이 나왔다. 한국공제보험신문을 비롯해 SBS, 뉴시스 등 다수의 언론이 이번 사건을 다루면서 논란이 커졌다.

▷관련기사: [단독] 자본재공제조합, ‘성추행’ 부장 ‘솜방망이’ 징계 논란

▷관련기사: 슬쩍 복귀하는 가해자, 불안에 떠는 피해자들

그 후 10개월이 지난 현재, 피해자들은 여전히 투쟁 중이다.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 6명 중 3명이 변호사를 선임하고 경찰서에 가해자의 처벌을 요구하는 고소장을 접수했다. 이 중 2명은 불송치결정이 났고 나머지 1명은 여전히 조사 중이다.

불송치는 혐의가 없거나, 공소권이 없거나, 고소 내용상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경찰 수사를 종결하는 것이다. A부장이 직장상사라는 지위를 활용해 2016년부터 다수의 피해자를 괴롭혀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결정은 이해하기 힘들다.

해당 사건을 담당한 서울 강서경찰서 관계자는 불송치이유에 대해 “증거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충분한 개연성은 있으나, 강제추행이나 폭행 등에 대해서 결정적 증거가 없고, 형사법상 구속 요건까진 이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 2명은 이 같은 결정에 불복해 이의제기를 한 상황이다. 나머지 피해자 1명도 수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으며, 추후 민사 소송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후속조치 ‘성평등교육’, 충분한가? 

어느 조직이건 개인의 일탈은 있을 수 있다. 기업 규모가 커지고, 수백명의 직원이 함께 일하다보면, 서로 마음이 맞지 않거나 갈등을 빚기도 한다. 어떤 사건이 벌어졌을 때 이에 대한 적절한 징계와 재발방지 시스템이 중요한 이유다. 같은 문제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누구나 납득할만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자본재공제조합의 초기 대처는 이런 점에서 아쉬웠다. 지난해 사건 당시 조합은 수년째 직원 비위가 있는데도 이를 수수방관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노조를 통해 A부장에 대한 직원들의 항의가 여러번 접수됐음에도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 사건을 키웠다.

내부 고발이 접수돼 공식 징계절차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피해자를 보호하기보다는 사건을 축소하고 덮는데 골몰했다. 인사위원회 끝에 나온 징계는 ‘감봉 2개월, 자회사 전출’에 불과했다. 이를 두고 A부장과 조합 상근부회장이 친한 사이라 그렇다는 뒷말이 나왔다.

사건 이후 자본재공제조합은 어떻게 피해자 보호 조치를 취했을까? 재발방지 시스템은 새롭게 마련된 게 있나?

위기관리 측면에서 조합이 잘 한 것은, 가해자를 원대 복귀시키지 않은 것이다. 사건 당시만 해도 자회사 2개월 전출 징계가 끝나면 가해자가 본사로 복귀하고 피해자가 불안에 떠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다행히 가해자는 당시 전출당한 공제조합 부천지사에서 1인 팀장으로 계속 근무 중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한다. 다수의 피해자와 확실히 분리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또한, 조합 내 인사이동이 있었다. 이를 통해 가해자와 친한 사이였던 상근부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상근부회장이 임명됐다. 자본재공제조합은 명예직인 이사장 외에 상근부회장이 사실상 이사장 역할을 수행한다. 그는 이번 사건에 대해 ‘확실한 가해자 분리조치’를 약속했다고 한다.

아쉬운 점은 재발방지 시스템이다. 조합은 ‘성추행 논란’ 이후 후속조치로 직원 교육을 했다. 지난해 말 외부 강사를 초빙해 팀장급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성교육 강의’를 한 것이다. 이 외에 직장 내 괴롭힘을 방지하기 위한 다른 추가조치는 없었다. 직장 내 위법행위에 대해 보다 강력한 징계와 이후 재발방지를 위한 강화된 후속조치가 아쉬운 대목이다.

자본재공제조합 관계자는 “작년 불미스러운 사건 이후 임원들이 직원을 편하게 막 대하는 경우가 사라지고, 서로 조심하는 분위기”라며 “신임 상근부회장이 재발방지를 약속한 만큼 피해자가 추가로 불이익을 보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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