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건축 인증제도 ‘LEED’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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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건축 인증제도 ‘LEED’에 대하여
  • 김민석 마스턴투자운용 재직 / 성균관대 박사과정 listen-listen@nate.com
  • 승인 2022.03.10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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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의 ESG 오디세이]

[한국공제보험신문=김민석] 국내에서도 LEED(Leadership in Energy and Environmental Design) 인증을 받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친환경 건축 평가 및 인증제도 중 하나인 LEED는 미국 그린빌딩위원회(USGBC, US Green Building Council)가 개발한 것으로 2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LEED는 에너지 및 자원 절약, 자연환경 보전, 사용자를 위한 쾌적한 환경 제공 등 다양한 측면에서 건축물을 평가한다. 건축물의 어느 특정 요소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큰 그림에서 건축물의 지속 가능성을 측정하기 위해 여러 요소를 고려하는 전체론적(holistic) 시각을 견지한다. 

플래티넘(Platinum), 골드(Gold), 실버(Silver), 일반 인증(Certified) 순의 등급 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만점은 110점이다. 80점 이상이면 최고 등급인 플래티넘, 60점부터 79점까지는 그 다음 등급인 골드, 50점부터 59점까지는 실버, 40점부터 49점까지는 일반 인증을 부여받는다. 

LEED의 평가 대상은 도시 및 커뮤니티, 지역 개발(ND, Neighborhood Development) 등으로 확장될 수 있지만, 이 글에서는 건물 단위로 논의를 한정하기로 한다. 건물 단위도 세부적으로는 신축·대수선(BD+C, Building Design and Construction), 인테리어 디자인(ID+C, Interior Design and Construction), 기존 건물의 운영·관리(O+M, Building Operations and Maintenance), 주거 등으로 나눠서 살펴볼 수 있다.

가령 ESR켄달스퀘어리츠는 고양물류센터에 대해서 2019년 신축 당시 LEED BD+C 골드 인증을 획득했고, 2021년에는 LEED O+M으로도 골드 인증을 받았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올해 사내 카페와 호텔형 라운지로 조성한 사옥 13층에 대해 LEED ID+C 부문에서 골드 인증을 따냈다. 

보통 골드 등급 이상을 받는 경우에 해당 기업에서 인증 결과를 미디어에 적극적으로 알리려고 노력하는 경우가 많다. 건축주 혹은 관련 기업의 ESG 경영에 대한 강고한 의지를 드러내기 위함일 것이다. 

그렇다고 LEED를 단순한 홍보 도구로 치부하는 것은 곤란한다. ESG가 단순한 선행이 아닌 ‘투자’의 논리와 연결되어 있듯이, LEED 또한 ‘투자자’의 렌즈로 독해할 수 있다. LEED 인증을 취득한 건물에 대해서는 임대료 상승과 공실률 최소화를 기대해볼 수 있다. USGBC에 따르면, LEED 인증 건물의 임대율은 여타 건물의 평균치보다 약 20%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임대 수익의 증감과 직결되는 요소다. 

LEED 인증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친환경 자재 사용 등으로 인해 예상 공사비가 늘어날 수 있지만, 우량 임차인 유치와 장기적인 자산 가치의 전체적인 상승을 생각한다면 투자 관점에서도 LEED는 합리적인 선택이다. 

최근 들어 테넌트(tenant)들 또한 LEED와 같은 친환경 인증을 획득한 건물을 선호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 친환경 건물에서 근무하는 입주자들의 업무 생산성 증대와 근로 만족도 제고 등으로 이런 트렌드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어떤 평가체계나 마찬가지이겠지만, LEED도 항목 구성상의 한계점이 존재한다. 또 LEED 등급이 높다고 해서 곧바로 해당 건축물의 에너지 효율이 높다고 100% 확언할 수는 없다. 에너지 외의 다른 부문에서 점수를 많이 받았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ESG 철학이 추동하는 경영 패러다임의 거센 변화 속에서 현대인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건축물에 대한 관심과 (개선) 요구는 앞으로 더욱 커져만 갈 것이다. 아직 국내에서 LEED와 같은 친환경 건축물 인증의 역사는 일천하기 짝이 없다. 지금부터라도 이런 평가체계에 대응하는 근육을 길러야,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에게 추후 외면받는 일을 방지할 수 있다. 

어떤 건축물이 열섬 현상을 완화하는 데 적합한 주차시설을 갖췄고 수자원을 절약하는 방향으로 조경을 디자인했는지, 건설 폐기물의 재활용도는 어느 정도인지, 에너지 절감 기술의 도입으로 얼마나 에너지 효율이 개선됐는지 등을 보다 면밀히 따져봐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LEED 인증을 위한 기업 간의 경쟁이 지금보다 활발해질 것이다. ESG 실사를 더욱 철저히 하고, 기후 변화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지속 가능한 건물에 지속 가능한 기업이 모여들 것이다. 리드(LEED)로 업계를 리드(LEAD)하는 기업이 많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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