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대한 조금 다른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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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대한 조금 다른 ‘생각’
  • 방제일 zeilism@naver.com
  • 승인 2022.03.03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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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보험라이프]

한국공제신문이 ‘2030보험라이프’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2030세대의 보험·공제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에피소드를 공유하고, 실생활에서 진짜 필요한 보험 및 제도는 무엇인지 함께 고민합니다.   

[한국공제보험신문=방제일] 사도 힘들고, 못 사도 힘든 게 집이다. 우리는 모두 내 집 마련의 꿈을 가지고 있다. 너무 올라버린 집값 때문에 집을 사지 못할 뿐이다. 아니 조금 더 솔직해지자. 집값이 오르지 않았다고 해도 살 수나 있었을까.

주거에 대해 고민하는 이는 비단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집값이 폭등하기 전 집을 사지 않은 이들은 한 순간에 벼락거지가 됐다고 한탄한다. 반면 영혼까지 끌어 모아 대출을 내 무리하게 집을 산 높아진 이자율로 인해 이들은 하우스푸어가 됐다고 푸념한다.

동상이몽에 가까운 이 두 가지 생각은 한국사회가 가지고 있는 ‘집’에 대한 양면성을 보여준다.

한국 사회에서 집은 어떤 의미일까. 안락하고 편안하게 쉴 수 있는 홈(HOME)일까, 아니면 사고 팔 수 있는 물건으로서의 ‘하우스(HOUSE)’일까.

어렸을 적부터 나는 안락하고 편안한 홈을 가지고 싶었다. 그 꿈과 다르게 2년마다 이사를 다녀야 했다. 거처가 달라질 때마다 경제적 부담은 커졌다. 당시 내가 살던 집은 월세였다.

결혼을 한 이후 생애 최초로 전세집을 마련했다. 전세금은 은행에서 빌렸다.

대출을 하며 여러 생각에 잠겼다. 이렇게 큰 돈을 빌려도 되는 것일까라는 불안이 먼저 들었다. 그러다 생각이 달리 먹었다. 어차피 이 돈은 사라지는 것이 아닌 ‘보증금’이라는 명목으로 잠시 타인에게 맡겨두는 것 뿐이니 불안은 잠시 접어 두자.

그렇게 전세 대출금에 대해 잊고 살았다. 그러다 작년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깡통 전세’가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깡통 전세’란 전세값이 집값을 넘어서거나 육박해 전세보증금을 떼일 가능성이 있는 상태를 말한다. 임대인이 주택을 매도하거나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해 경매절차가 진행되는 경우, 세입자의 전세보증금 회수가 어려울 수 있다.

갑자기 불안감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살고 있는 이 곳이 ‘깡통 전세’라면? 그 돈을 못 받으면 나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한 순간에 빚쟁이로 수렁에 빠지는 것일까.

주변 지인들을 통해 내가 살고 있는 ‘집’ 또한 그런 깡통 전세인지 아닌지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다행히 비교적 안전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지인은 그러면서 ‘보증보험’ 가입 여부에 대해 물었다. ‘보증보험’에 가입해야 한다는 것을 머리론 알고 있었다. 다만 그 초기 비용이 부담됐기에 가입하지 않았다. 그 비용이 아깝다고 느껴졌다.

나는 이미 은행 전세대출에 대해 매달 이자를 낸다. 월세보다 저렴할 뿐이지 적지 않은 비용이다. 이 돈의 사용처와 명목은 ‘보증금’이다. 그런데 보증보험을 또 들어야 한다니, 그게 정말 억울했다.

왜 보증금으로 이미 많은 대가를 치르고 있는데, 또 다른 보험으로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것일까. 보증금 자체가 그런 위험성에 대한 서로의 신뢰에 대한 징표로서 치르는 비용이 아닌가.

한국에서 부동산 투기란 말은 그래서 위험하다. 유명 연예인은 단 10%의 현금과 90% 대출을 이용해 건물을 산다. 얼마 안 있어 그 시세차익으로 평범한 직장인이 평생 벌 수 없는 돈을 만진다. 그렇게 하우스으로써 기능하는 부동산은 타인이 ‘홈’을 가질 기회를 빼앗는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지금 살고 있는 집의 재계약 기간이 다가온다. 재계약을 앞두고 나는 오늘도 머뭇거린다. 과연 이 집에서 얼마나 더 살 수 있을까. 다음은 어디로 가야할까. 이번 재계약 때는 보증보험을 들어야 하는 할까. 혹시나 전세금을 올려달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생존에 직결된 고민들 말이다. 이 나라의 절반은 남의 집에서 눈을 뜬다는데, 언제쯤이면 나는 안락하고 즐거운 나의 집을 가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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