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마음으로 지역 현안 챙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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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마음으로 지역 현안 챙겨요”
  • 박형재 기자 parkhyungjae@kongje.or.kr
  • 승인 2022.02.10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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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국민의힘 부평구을 당원협의회 사무국장
김숙희 국민의힘 부평구을 당원협의회 사무국장이 계양구의원 활동 당시 질의를 하고 있다. 

[한국공제보험신문=박형재 기자] 자녀의 초등학교 학부모회장으로 우연히 정계에 입문했다. 주부로서, 평범한 주민으로서 평소 생활하며 느꼈던 불합리한 부분에 해결사 노릇을 하다보니 찾는 곳이 많아졌다. 주말이면 가족을 위해 일주일 반찬을 만들고, 평일이면 주민을 위해 밤늦게까지 지역 정당 살림을 꾸려나간다. 흔치 않은 이력의 주인공, 김숙희 국민의힘 부평구을 당원협의회 사무국장을 만나 대한민국 지방정치의 현실과 여성 정치인으로서 소회를 들었다.

독자들을 위해 간단히 자기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김숙희입니다. 국민의힘 부평구을 당원협의회에서 지역구를 관리하는 사무국장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공제보험신문 독자들과 지면을 통해 만나게 돼 기쁘게 생각합니다.

당원협의회 사무국장은 어떤 일을 하나요?

국민의힘 하부조직으로 지역구 관리를 총괄합니다. 부평구 주민을 만나 각종 민원을 듣고 의원 및 정당에 전달하거나, 반대로 국민의힘 중앙당에서 인천시당으로 내려오는 공문이나 지침을 당원이나 의원들에게 전달해요.

선거운동이나 메시지 개발도 하고, 특정 이슈가 있으면 결과보고도 합니다. 얼마 전 저희 선거사무소에 현수막을 걸었는데 ‘공정과 상식, 우리 손으로’였어요. 요즘 공정 이슈가 부각되고 있어서 이를 강조한 메시지입니다. 한마디로 정당의 지역구 관리자라고 보시면 됩니다.

처음 정계에 입문한 계기는 무엇입니까?

2007년 자녀의 초등학교 학부모회장 자격으로 인천광역시 학부모 간담회에 참석했어요. 현장에서 몇가지 질문을 했는데 그게 눈에 띄었나봐요. 안상수 인천시장님 시절 특보님으로부터 정치해보라는 추천을 받고 시작한 게 이 자리까지 왔습니다.

길거리캐스팅 느낌이네요.

그 당시에는 평범한 주부였으니 정당도 모르고, 정치도 아무 관심이 없었어요. 그날을 계기로 다양한 동네 일을 하게 되고, 그런 게 쌓여서 본격적인 정치인으로 활동하게 됐어요.

초등학교, 중학교 운영위원장을 8년 정도 했고, 2012년 대선 때는 새누리당 인천선거대책본부 차세대 부위원장도 하고, 그 이후 인천시당 여성위원회 수석부위원장 등 다양한 경험이 쌓이면서 인천 계양구 비례대표 구의원까지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여러 스토리가 많죠.

지역 봉사활동을 하는 김숙희 사무국장 

계양구의원으로 활동하며 지역을 많이 바꿨다고 들었습니다. 주요 성과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2014년부터 4년간 계양구 의정활동을 하면서 자전거를 타고 다녔어요. 골목골목 순회를 많이 다녔고 개선시킨 것도 많습니다. 지금도 내가 만든 버스정류장이나 횡단보도를 지나가면 감회가 새롭습니다.

우선 작전서운동 태화아파트 앞에 버스정거장을 만든 게 생각납니다. 당시에는 정거장이 없어서 아이들이 도로변에서 버스를 타고 내렸어요. 차와 사람이 혼재해 복잡하고 위험했습니다. 거기 농수로 일부에 아스팔트를 깔고, 정거장을 만들어서 주민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바꿨어요.

작전동 횡단보도를 신설한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작전동 동보아파트에서 작전도서관 쪽으로 건너가는 횡단보도가 없어요. 그래서 무단횡단자가 많고 사고도 많이 났어요. 그럼에도 오랫동안 방치되고 있어 이를 해결하려고 부단히 노력했어요.

문제는 횡단보도 설치가 생각보다 복잡한 거에요. 우선 횡단보도는 인천시와 경찰청에서 협의하고 결정하는 사안이라, 구의원의 업무 역량을 벗어난 일이었어요. 또한, 기존 횡단보도와 횡단보도 사이 거리도 몇미터에 하나씩 있게끔 법으로 정해져있어서 이를 고려해 위치를 조정해야 했습니다. 횡단보도를 설치하려는 곳에 공원 녹지가 포함돼있어서 도로로 용도변경하는 문제도 발생했고요.

다행히 유정복 인천시장님의 도움을 받아서 횡단보도 설치가 가능했어요. 횡단보도가 없어 주민 불편이 컸고 무단횡단 사고가 많은 지점이었는데,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오랫동안 바꾸지 못한 걸 제 손으로 해결해서 보람이 컸습니다. 주민들에게 감사인사를 들었을 때 너무 기분 좋았어요.

주민들이 불편해하는 지점을 찾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여러 이해관계자를 만나고 설득해서 실제로 개선하는 게 쉽지 않은데 대단하네요. 정책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으시나요?

현장 목소리를 많이 들어요. 의정활동 내내 자전거타고 다니며 각종 민원을 듣고 이를 해결하려 노력한 것이 좋은 결실로 이어졌다고 봅니다. 지역구가 한정되지 않은 비례대표 구의원이라 계양구 전체를 돌아다닌 것도 한 몫 했고요.

여성정치인으로서 장점도 있는 것 같습니다. 남성에 비해 민원인에게 친밀하게 다가가거나, 세심하게 살피는 데 유리하거든요. 엄마 같은 마음으로 지역의 소소한 현안들을 챙겨드리면 다들 좋아하시더라고요.

사실 정치인의 꽃은 국회의원이지만, 이들만 나라를 바꾸는 건 아닙니다. 시‧도의원, 구의원도 개개인이 입법 기관이거든요. 오히려 주민 목소리를 가장 가까이에서 듣고 지역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대한민국 정치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역 일꾼으로서 의욕적으로 법안을 발의하고, 지역을 활성화시키는 분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숙희 사무국장이 2018년 1월, 전국여성지방의원 우수의원으로 선정돼 상을 받고 있다.
김숙희 사무국장이 2018년 1월, 전국여성지방의원 우수의원으로 선정돼 상을 받고 있다.

시대가 많이 달라졌지만 여성정치인은 아직까지 흔치 않습니다. 국민의힘 인천지역 13개 당원협의회 중 유일한 여성 사무국장이신데, 여성으로서의 정치는 어떤 장단점이 있나요?

장점은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친밀감, 세심함에 있고요, 단점은 아직까지 여성 정치인에 대한 편견이 일부 존재한다는 겁니다. 남성 위주의 정치판에서 여성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업무도 많고, 미팅도 많고,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있는데 이를 잘 풀어갈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있어요. 아무래도 여성이 정치 전면에 나선 역사가 길지 않아서 우려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물리적으로도 약간의 제약이 있긴 해요. 저만 해도 정치인 이전에 가정주부이기 때문에, 주말에 일주일 반찬을 해놓고 냉장고에 넣어놔야 맘 편히 일할 수 있거든요. 요즘은 대선정국이라 더 바쁘지만, 평소에도 새벽 5시 10분이면 일어나서 아침 준비하고 출근하는 게 일상이에요. 하루는 남편이 “당신이 무슨 유관순인줄 아냐. 너무 욕심내지 마라”고 하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 만나는 게 재밌고, 주민들과 소통하는 게 즐겁고, 정치하면서 지역을 바꿔나가는 게 보람있어서 여전히 발로 뛰고 있습니다. 주민에게 ‘잘했다’는 칭찬을 들으면 그렇게 성취감이 클 수가 없어요.

지방정치인으로서 우리나라 지방정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우리나라 정치는 과도기적인 상황에 있는 것 같아요. 정치인 중에는 훌륭한 분들도 많지만, 함량미달인 분들도 제법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도덕성에 대한 부분입니다. 현장에 있다보면 주민들이 가장 많이 말씀하시는 게 “우리보다 깨끗하지 못한 전과자들이 후보로 나오는 게 말이 되냐”는 겁니다. 우리 당도 그렇고, 더불어민주당도 그렇고 인물의 실력 못지않게 도덕성 검증이 지금보다 강화돼야 한다고 봅니다. 언론에 노출되는 각종 이슈들도 도덕성에 대한 것들이 많고요. 정책을 입안하고 국민을 대표하는 분들은 그만큼 높은 도덕성을 요구받는 게 당연하고, 이에 대한 관리를 젊을 때부터 철저히 해야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지방정치에는 당리당략이 없어야 한다고 봅니다. 중앙정치에서는 불가피하게 정당간 부딪히는 부분들이 있지만, 시의원 구의원은 여야 따질 필요가 없잖아요. 주민들을 대표해서 지역 현안을 풀어주고 어려움을 해소해주면 그만이에요. 그런데 간혹 소속 정당의 당론에 따라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경우가 있어 안타깝습니다.

풀뿌리민주주의라는 게 동네 사정은 동네사람이 가장 잘 아니까, 그 중 대표자를 뽑아서 주민들을 위해 발로 뛰고, 입법하고 그런 거잖아요. 예전의 동장, 이장처럼 동네를 살기 좋게 만드는 일인데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죠.

바라는 점이 있다면 국민들도 지방정치에 지금보다 더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정당만 보고 투표하는 게 아니라, 우리 동네를 진짜 발전시킬 수 있는 인물을 뽑아주시면 좋겠어요. 국민들이 지방정치에 관심을 갖고 유심히 바라봐주시면 도덕성 논란이나 당리당략 같은 구태도 줄어들 거라고 생각해요.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정당생활을 하면서 한가지 직업병이 생겼어요. 지나가다 좋은 정책이나 제도가 있으면 그걸 우리 지역에 도입하고 싶은 욕심이 생겨요. 반대로 잘못된 게 있으면 바로잡고 싶고요.

몇 년 전 충북 영동에 갔는데 어르신들이 의자에 쭉 앉아계세요. “거기가 좋으세요?” 하고 물어보니 한번 앉아보래요. 앉았더니 벤치에 열선이 깔려있어서 따듯해요. 당시 인천에는 도입되지 않았는데 벤치마킹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반대로 산악회에서 등산갔는데 쓸모없는 나무데크가 있었어요. ‘예산이 많이 들어갔겠네, 돈 아깝다’라고 속으로 생각했죠. 지역정치인으로 살다 보니 주민들을 위한 ‘참견쟁이’가 되는 것 같아요.

그런 거 있잖아요. 인도에서 도로 쪽으로 가는데 저희는 무심결에 걸어가는 길이지만, 장애우들이 갔을 때 넘어질 수 있는 곳들. 거기에 있는 표지석 하나 옮겨줌으로써 불편을 해소하고, 고맙다는 말 한마디 들었을 때 행복한 마음. 그게 제일 뿌듯한 거 같아요.

앞으로 포부와 전망이 있다면?

당이 원하고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자리가 있다면 가서 능력을 발휘하고 싶습니다. 정치인으로서 부평구를 변화시키는데 일조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사실 부평구는 예전에 인천의 중심이었어요. 지금은 낙후된 도시 중 하나에요. 이렇다 할 랜드마크도 없고 배드타운화 됐습니다. 어떻게 하면 부평을 살릴 수 있을까 하는 게 요즘 저의 최대 관심사에요.

산곡동 미군부대 부지를 잘 활용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어요. 도시에 이렇게 넓은 공터가 없기 때문에, 대형공원 등 주민들이 편히 쉬고 즐길 수 있는 장소를 만드는 겁니다. 산곡역 근처 옛 공병부대 부지도 활용도가 무궁무진해요. 주변에 아파트가 재개발돼서 사람들은 늘어났는데, 정작 이들이 쇼핑하고 여가생활 즐길만한 공간은 별로 없거든요. 이 자리를 복합쇼핑몰로 개발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주민들이 꼭 필요한 시설들을 만들다보면, 사람들이 찾아오고 지역 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어요.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10년 후를 내다보면서 계획을 세우고 예산을 써서 새로운 활력이 있는 도시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여기에 제가 가진 정치 역량과 노하우를 적극 활용하고 싶어요.

경기도 광명에 있는 광명동굴은 사실 흔한 동굴에 불과했어요. 그런데 예쁘게 꾸미고 개발해놓으니 지금은 전국적인 관광 명소가 됐잖아요. 사람들이 찾아오고 소비하고 지역 경제가 활성화돼요. 이런 식으로 인천 부평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정치 후배에게, 자녀에게 부끄럽지 않은 정치인이 되고 싶습니다. 지방정치인이지만, 그래도 ‘그 사람 괜찮았어’, ‘지역을 위해 노력했어’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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