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이란 농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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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신’이란 농담
  • 방제일 zeilism@naver.com
  • 승인 2022.02.04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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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보험라이프]

한국공제신문이 ‘2030보험라이프’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2030세대의 보험·공제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에피소드를 공유하고, 실생활에서 진짜 필요한 보험 및 제도는 무엇인지 함께 고민합니다.   

[한국공제보험신문=방제일] MZ세대는 문화와 소비의 중심이 됐다. 모든 언론과 기업이 MZ세대를 분석하고 그들의 니즈에 따라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으려 노력한다.

MZ세대의 특징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주로 ‘비대면’, ‘현생 중심’, ‘가심비’란 말로 요약할 수 있다. 비대면은 말 그대로 얼굴을 맞대지 않는 활동에 익숙한 것이고, 현생 중심이란 미래를 대비하기 보다, 지금 현실에 충실한 것을 더 중시한다는 것이다. 가심비(價心比)는 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을 추구하는 소비 형태로, 가격 대비 성능을 중시하는 가성비에서 나온 말이다.

나 또한 MZ세대라는 걸 가장 크게 느낄 때는 가심비를 철저히 따질 때와 현생 중심의 사고를 고집할 때다.

그렇다면 MZ세대에게 보험이란 어떤 의미를 지닐까. 1980년대 중반생인 나만 해도 꼭 보험이 필요한가란 의문을 품고 살아간다. 차라리 보험료를 내기보다 그 돈으로 다른 것을 사거나 하면 더 낫지 않을까란 고민에 깊게 빠진다.

이런 생각을 하는 건 나뿐만이 아니다. 보험을 들 바에는 차라리 재테크나 플렉스를 하겠다는 MZ세대가 늘고 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그들은 당장 보험의 도움을 받을 일이 거의 없기에 매달 나가는 보험료가 너무나 아깝다.

90년대 태생인 아내 또한 꼭 필요한 보험이라 불리는 실손보험과 암보험을 제외하곤 다른 보험을 갖고 있지 않다.

나 역시 아내 나이에는 저 두 가지 보험만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 최근 여러 가지 일들이 겹쳐서 나의 경제상황에 대해 정리해 볼 일이 있었다. 한 달 소비패턴 및 카드 지출, 각종 구독료를 포함한 보험료가 얼마나 나가는 지에 대한 세부적이고 나름 대대적인 조사였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이렇게 많은 돈들이 매달 정기적으로 지출되고 있으니 통장에 돈이 없을 수밖에 없었다. 이 중 무엇을 줄일 수 있을까란 생각이 계속 들었다.

그러다 1년 전 가입한 ‘종신보험’ 비용이 눈에 들어왔다. 종신보험은 장기 가입해야 유리한 보험이며 큰 질병이나 상해에 대한 보장성 보험이다.

어쩐지 종신보험이라는 말 자체가 너무나 멀게 느껴졌다. 보험 상품의 특성상 평소 보험료를 꾸준히 지불하고 미래 위험을 대비하는 것은 맞지만, 당장 내일 죽을지, 1년 후 죽을지 모르는데 종신보험을 내야 하는 10년, 20년, 40년은 전혀 가슴에 와 닿는 숫자가 아니었다.

MZ세대의 끝자락에 있는 나조차 이렇게 느끼는데, 나보다 더 젊은 세대들은 얼마나 종신보험이 멀게 느껴질까란 생각이 들었다. 특히 종신보험이나 CI보험 등은 정말 심각한 질병에만 보험금이 나온며 이 돈도 나를 위해서가 아닌 남겨진 이들을 위해 지급되기에 더욱 거리감이 느껴졌다.

종신보험의 효용은 과거 가족공동체를 소중히 했던 X세대에게는 중요했겠지만, ‘나’를 가장 중요시 여기는 MZ세대에게는 크게 쓸모가 없어 보인다.

실제로 종신보험은 가입 2년 안에 해약하는 비율이 매우 높다는 통계가 있다. 2년 내 해약하면 그동안 낸 보험료를 대부분 돌려받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해약율 50%가 넘어가는 이유는 이 보험의 ‘가심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보험사나 보험설계사들은 마진이나 수당이 큰 종신보험 가입을 유도한다. 그러나 종신보험 구조를 잘 모르고 보험에 덜컥 가입한 MZ세대들은 예상보다 긴 보험료 납입 기간과 정작 자신에게 돌아오는 게 별로 없는 보장내역에 불만을 품고 해약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 상품은 해약환급금이 거의 없다보니 보험사에 큰 이득을 주지만, 종신보험에 학을 뗀 MZ세대가 보험사를 외면하게 되면서 결국 장기적 관점에서 손해가 날 수도 있다. 고객과 돈 그리고 신용을 잃었기 때문이다.

이런 루즈-루즈 딜이 나오는 것은 종신보험이 과거의 방식에만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최근 보험사들도 이를 인식했기에 최근 다양한 형태의 변액보험이나 종신보험 상품을 내놓으려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한번 잃어버린 신뢰는 다시 얻기 어렵다. 그때가 보험사와 보험설계사에게 가장 위험한 상황이다.

나 또한 결혼하면서 계약했던 종신보험을 해약했다. 지금껏 넣은 보험금이 아깝지만, ‘가심비’적으로나 ‘현생 중심’으로 생각해 봤을 때 굳이 갖고 있을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매달 나가는 보험료로 아내와 근사한 저녁을 먹는 게 더 나은 선택이라 판단했다.

보험을 해약할 때는 손이 떨렸는데, 하고 나니 속이 후련했다. ‘현생 중심’으로 봤을 때 정말 잘한 일이고, 지금 해약하는 것이 ‘가심비’로도 옳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은 아내와 근사한 저녁 한 끼를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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