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를 통한 공제보험의 활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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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를 통한 공제보험의 활성화!
  • 류근옥 서울과기대 명예교수 klew@seoultech.ac.kr
  • 승인 2019.08.26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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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은 규제 산업이다. 보험은 다른 금융에 비하여 장기 금융계약이므로 보험회사의 장기적 재무건전성 유지와 신뢰가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소비자 보호와 시장의 건전한 육성을 위해 만든 규제(regulation)는 그 이행 여부를 확인해야 하므로 감독(supervision)이라는 기능이 추가로 필요하다.

류근옥, 서울과기대 명예교수

은행 역시 규제 산업이다. 상업은행은 투자은행보다 자본금 요건 등 규제가 훨씬 더 강하다. 투자은행의 고객은 주로 금융에 대한 전문지식을 가진 기업이나 정부이기 때문에 규제가 약해도 스스로 방어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상업은행의 고객은 유치원 어린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전 국민이 포함되어 있고 그들 대부분은 금융에 대한 전문성이 없다. 그래서 고객 스스로 방어 능력이 낮은 상업은행의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규제가 강해야 한다.

이처럼 금융에서 대상 고객이 주로 누구인지, 거래 상품의 금액과 리스크는 얼마나 되는지, 상품이 간단하고 투명한지 아니면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지, 그리고 상품에 내재된 리스크가 집단화(pooling)에 의하여 잘 분산되는지 아닌지 등을 따져 보고 규제의 강도를 정해야 한다. 왜냐하면 규제가 너무 약하면 금융기관이 파산하거나 소비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규제가 불필요하게 너무 강하면 자유로운 거래 활동을 저해하고 결국 소비자들은 필요한 금융상품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한받기 때문이다.

보험 및 금융 산업에서 영역별 규제의 강약을 떠나 규제가 아예 없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공제(共濟)이다. 공제는 물론 규모와 범위가 매우 다양하다. 우리나라에서는 농협공제처럼 규모와 범위가 큰 경우도 있지만 영세한 공제도 많다. 공제는 주로 동종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끼리 미래 사고위험 손실에 대비해 만든 일종의 자가보험(self insurance)이다. 공제가 특정 지역 내에서 소수의 친지들끼리 만들어 회원 간 상부상조에 머물면 공제를 굳이 정부가 규제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공제가 전국적 규모로 사업 규모를 확장하고 가입자들이 불특정 다수이면 규제를 통해 소비자를 보호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전국적 규모의 공제가 지불능력을 상실하고 파산하면 비경제적 외부효과(externality)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일반 제조업과는 달리 대형 공제가 파산하면 보험시장 전체에 주는 부정적 효과와 금융 혼란, 일반 가입자의 권익 침해, 그리고 실업자 양산 등의 문제가 부수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국제 공제 및 상호보험연합회(ICMIF)’에 따르면 저소득국가의 63%는 공제에 관한 규제 법률 자체가 없다. 반면에 OECD를 포함한 고소득 국가 중 2/3는 공제보험에 관한 법률이 있지만 나머지 1/3은 공제보험을 허용하지 않는다. 보험의 본래 시작은 공제이었지만 오늘날에는 공제가 시대착오적인 조직이라고 생각하기도 하였다. 그래서 21세기에 들어와 유럽에서는 공제 조합의 수가 많이 줄었다. 그러나 2008년 세계적 금융 위기 이후에는 일반 보험사들이 위축된 반면 공제는 오히려 그 수입보험료가 크게 증가하면서 새로운 역할이 재조명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동안 침체 되었던 공제가 상품 다변화와 소비자들의 욕구 충족 차원에서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민영보험사들이 그동안 외면하던 소액보험이나 펫(pet)보험 등에 대한 새로운 공급자가 필요한 시점에 공제가 이러한 사각지대를 메울 수 있는 좋은 대안이다. 그러나 문제는 공제를 규제의 틀로 집어넣고 규제의 강도는 어느 정도로 해야 적정한가이다. 공제나 소액단기보험은 가입자 수를 많이 늘릴 수 있어 우선 위험분산 효과가 크고 비경제적 외부효과도 크지 않은 데다 상품구조가 단순하고 투명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규제의 강도는 낮아도 된다는 데에 공감한다. 2019년 3월 금융위원회는 현재 보험사 설립자본금 요건인 50~300억 원을 소액단기보험의 경우에는 10억~30억 원 정도로 낮출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일반보험사 설립자본금 요건의 1/100로 대폭 낮춘 실제 사례 등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에서도 좀 더 낮추어 5~20억 원 수준으로 해도 별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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