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제조합, 중대재해처벌법 대응 ‘온도차’
상태바
공제조합, 중대재해처벌법 대응 ‘온도차’
  • 박형재 기자 parkhyungjae@kongje.or.kr
  • 승인 2022.01.17 1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해운‧전기공사, TF팀 만들고 회원 매뉴얼 배포… 공제상품도 출시
건공‧엔공, 기업 처벌사례 등 모니터링… 민감한 쟁점 정리 후 상품 개발
기계설비, 기존 상품 특약으로 해결… 조합원 영향 적어 미출시

[한국공제보험신문=박형재 기자] 오는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공제기관들이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앞으로 노동자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 발생 시 현장책임자는 물론 최고경영자까지 구속될 수 있어, 조합원 대응 매뉴얼을 제작 배포하거나 신규 공제상품을 개발하는 등 리스크 관리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노동자 사망사고 등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원청의 최고 책임자까지 형사처벌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존에는 주로 하청업체나 현장책임자 선에서 ‘꼬리자르기’ 식으로 처벌받고 끝났지만, 이제는 원청 업체 경영진까지 책임을 물어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다.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함으로써 경영진의 경각심을 높여 산업현장 전반으로 안전문화를 확산하겠다는 취지다.

이 때문에 다수의 노동자가 근무하는 건설사들이나 공장, 제조사 등을 중심으로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이들은 최고안전책임자를 선임하고 안전 조직을 강화하는 등 사고 예방에 힘을 쏟고 있다. 또한, 법무법인 컨설팅은 물론 공제기관에도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공제기관도 이에 화답해 중대재해처벌법 상담 창구를 만들거나, 대응 매뉴얼을 제작 배포하는 등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법률상 배상책임 손해와 징벌적 배상책임 손해, 형사 방어비용을 보장하는 공제상품도 개발, 출시할 예정이다.

연도별 사망사고 추이. 자료 = 고용노동부
연도별 산재 사망사고 추이. 자료 = 고용노동부

가장 적극적인 곳은 한국해운조합이다. 우선 중대재해처벌법 이행 매뉴얼을 제작해 조합원사에 배포했다.

매뉴얼은 「중대재해처벌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해사법령에서 요구하는 모든 이행사항을 반영해 140페이지 분량으로 제작했으며, 전문기관의 검증을 거쳐 완성도를 높였다. 조합원사는 해운조합에서 파일 형태로 제공한 표준화된 매뉴얼을 가지고 선사별 실정에 맞게 수정해서 사용하면 된다.

해운조합은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공제상품도 개발해 1월 중 출시할 예정이다. ‘종합배상책임공제’라는 신규 공제상품을 만들고, 여기에 특약 형태로 조합원사의 법률방어비용 및 형사지원금(합의금)을 담보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또한,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해운조합 내부 중대재해처벌법 대응 컨설팅 용역’도 추진한다.

조합 관계자는 “해운업계는 연간 20여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하며, 거친 바다에서 일하는 해운업계 특성상 날씨 등의 영향을 받아 불가피하게 선원 인명피해가 발생할 때가 있어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매뉴얼과 공제상품을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기공사공제조합도 중대재해처벌법에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우선 ‘중대재해업무지원 TF팀’을 구성하고, 2022년 사업계획에 ‘중대재해처벌법 공제상품’ 개발을 포함시켰다. 오는 2/4분기 정도에 새로운 공제상품을 출시해 조합원사의 부담을 덜어줄 계획이다.

이와 함께 홈페이지 안에 ‘중대재해업무지원 서비스’ 코너를 마련했다. 이는 조합원의 중대재해 발생시 피해자와 합의, 민·형사 소송 및 법률자문 등을 신속하게 도와주는 것이다. 조합은 손해사정사, 노무법인, 법무법인 등 외부기관 연계해 법률자문, 산재처리 자문, 손해사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법률 시행에 앞서 업무지원 서비스 코너를 만들어 공제사고가 났을 때 대응방법을 안내 중이고, 빠른 시일 내에 공제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해운조합이 제작 배포한 중대재해처벌법 매뉴얼 일부. 156페이지로 된 매뉴얼에는 법률 시행에 대비하기 위한 체크사항들이 자세히 정리돼있다.<br>
한국해운조합이 제작 배포한 중대재해처벌법 매뉴얼 일부. 156페이지로 된 매뉴얼에는 법률 시행에 대비하기 위한 체크사항들이 자세히 정리돼있다.

중대재해처벌법에 적극적인 두 조합과 달리 다른 공제기관들은 아직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조합원들의 문의사항이 많고, 공제상품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있지만, 공제상품을 실제로 개발 운영하려면 상품구성 및 적정 손해율 등 따져야 할 게 많으니 일단 모니터링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법 시행 후 타 기업 처벌 사례, 보험사의 상품 출시 움직임, 경영자의 책임 범위 등 법 해석상 애매모호한 쟁점들이 어느정도 정리된 뒤 신규 공제상품을 개발할지, 아니면 기존 상품에 특약 형태로 보장을 추가할지 결정할 방침이다.

엔지니어링공제조합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내부 검토는 하고 있으나, 아직 사태 추이를 보는 중”이라며 “보험사에서 관련 상품이 나오면 좀 더 고민해보고 공제상품을 도입할지, 말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공제상품에 특약 형태로 붙일지, 아니면 별도 상품으로 구성할지에 대한 질문에는 “기존 상품 중 특약으로 붙일 만한 것이 없어서 상품이 출시된다면 별도 상품으로 나올 것”이라고 답했다.

건설공제조합 역시 법 시행과 관련해 공제, 보험업계 움직임을 모니터링 중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조합원인 건설사들에 민감한 이슈인만큼, 관련 공제상품 도입이 필요하지만 손해보험사에서 출시 예정인 상품들은 건설사의 실질적인 리스크 해소에 어려움이 있어 모니터링 중이란 설명이다.

건설공제조합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사망사고로 인해 유죄 판결이 날 경우, 건설사와 경영자가 이중으로 과징금을 물게 되는데, 손보사에서 출시 예정인 상품들은 이런 과징금 중 일부만 보상하는 형태로 실질적인 건설사업자의 리스크를 모두 해소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모니터링만 하고 있으나, 보험사 상품이 건설사에게 실제로 도움이 된다면 즉각 도입할 계획은 있다”고 말했다.

전기공사공제조합 홈페이지에 마련된 중대재해업무지원 서비스.
전기공사공제조합은 홈페이지에 중대재해업무지원 서비스를 마련하고, 중대재해 발생시 원활한 처리를 돕고 있다.  

반면, 건축사공제조합, 건설엔지니어링공제조합, 기계설비건설공제조합, 한국골재협회 공제조합 등 타 공제기관들은 각각의 이유로 관련 상품을 출시하지 않고 있다.

건축사공제조합 관계자는 “기획팀에서 관련 상품에 대한 논의가 된 적은 있으나, 내년 3월 총회와 이사장 선거에 관심이 쏠려있어 아직까지 준비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엔지니어링공제조합은 “사업범위가 설계, 감리에 국한돼있어서 법 개정이 조합원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고, 영세업자가 대부분이라 관심이 적다”는 미개발 이유를 전했다.

이밖에 기계설비건설공제조합, 엘피가스협회, 한국골재협회 공제조합, 한국조선업협동조합 등도 “내부적으로 논의된 바 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한편, 보험사들도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보험상품을 개발 중이다. 가입 대상은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이며, 주요 보장은 법률상 배상책임, 징벌적 배상책임, 형사 방어비용 등으로 구성됐다. 다만, 사건의 수사 결과가 ‘혐의없음’ 혹은 ‘무죄’로 선고된 경우에 한해 비용을 보상하는 형태라서, ‘유죄’판결을 받으면 보상받기 어렵다.

보험 상품 구조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징벌적 손해배상 및 형사방어비용을 얼마로 책정하고, 기업에 얼마의 보험료를 받을지 가늠하기 어려워 이 부분을 고민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주요 보험사들이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보험상품을 개발하거나, 조만간 출시 예정인데 보험료와 보상 범위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며 “특히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재보험을 활용하려는 곳이 많지만, 처벌법이 한국에만 국한된 상황이라 외국 재보험사가 리스크를 받아주지 않고 있다. 보험사에 따라 선제적으로 상품을 출시해 치고 나갈지, 아니면 손해율 관리를 위해 상황을 지켜볼지 전략이 엇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