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보다는 나침반이 중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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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보다는 나침반이 중요해
  • 방제일 zeilism@naver.com
  • 승인 2021.12.31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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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제신문=방제일] 새해가 오면 매번 다짐을 한다. 올해는 무엇을 이뤄야지, 올해는 무엇을 해야지 하는 작심삼일 다짐들 말이다. 2021년에도 다짐을 했다. 그것은 바로 ‘금연’이었다.

2022년 임인년, 오지 않을 것 같았던 검은 호랑이의 해가 밝았다. 새해가 왔다고 해서 크게 변한 건 없다. 코로나19 상황은 3년째 계속되고 있고, 내 삶도 여전히 쳇바퀴 도는 일상을 지속하고 있다. 아, 확실히 변한 건 하나 있다. 새해맞이 전 직장을 잃었다는 것이다.

직장을 잃었다. 어딘가 표현이 좀 어색하지만 그렇다. 나는 2019년 반복되는 일상과 나름의 ‘꿈’을 이루고자 회사를 뛰쳐나왔다. 3년여 동안 나름의 성과가 있었다. 고정적으로 서너 군데의 회사에서 급여를 받았다. 당연히 하나의 회사에서 일할 때보다 많은 돈을 벌었다. 지금 와 돌아보면 다행이라 생각하는 4대 보험도 들어져 있었다.

프리랜서라는 미명하에 일하는 것은 매우 편한 것이었다. 일하는 시간과 공간을 내 맘대로 조정할 수 있었고, 업무량도 조절할 수 있었다. 출퇴근이 없으니 당연히 몸도 편했다. 왜 지금까지 회사를 다녔을까란 생각도 크게 들었다. 아니 좀 더 솔직히 고백하자면 회사를 다니는 일이 바보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다만 언제까지 이일을 지속할 수 있을까란 고민과 미래에 대한 불안은 지속적으로 나를 괴롭혔다.

인간이란 동물은 여유가 있을 때 대비를 하지 않는다. 그저 현재에 만족하며 게을리 살아간다. 다른 사람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나란 인간은 확실히 그렇다. 미래에 대한 대비보다 ‘오늘을 즐기자’라는 때 지난 욜로 마인드와 그로 인해 남은 후유증을 치유하며 살아간다.

악순환을 끊으려 회사를 뛰쳐나왔지만 새로운 형태의 악순환이 시작된 것이다.

그때쯤 깨달았다. 지금 내가 하고 이 생활과도 곧 작별을 해야 할 시간이 점차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그렇게 불안 속을 걷고 있을 때 한 업체에서 스타트를 끊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악화로 도급계약을 종료한다는 것이었다. 나비효과였을까. 또 다른 곳에서도 비슷한 언질을 받았다. 그 순간 내 안에서 무언가가 탁하고 끊어졌다. 그 후 나는 3년 가까이 지속했던 일들을 하나하나 정리하기로 마음먹었다. 3개월 동안 내가 해왔던 일들에 대한 이별수순을 밟기 시작했다. 그리고 2021년 12월 중순, 나는 국가공인 ‘실업자’가 됐다.

다행히 6개월의 유예기간이 주어졌다. 실업급여 수급 자격이 인정됐기 때문이다. 지난 3년여 간 내가 했던 작은 실험의 끝이 실업급여라니 어쩐지 좀 처량하긴 하다. 하지만 그마저도 받지 못했다면 정말 헛헛했을지 모른다.

돌이켜보면 실업급여를 받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 절대로 실업급여는 받으면 안 된다고 다짐했던 순간도 있었다. 그렇게 남의 이야기가 내 이야기가 되면서 나는 타인과 세상에 대해 몰랐던 사연과 사정들을 하나, 둘 이해해 가고 있다. 물론 타인의 세계에 대한 이해가 커질수록 나 자신의 세계가 작아지는 문제를 끌어안고 있지만.

어쨌든 또 한해의 시작이다. 매해 1월은 가장 설레는 달이다.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새로운 모험의 시작이지만 그동안 나름 공들인 인생의 보험들이 나를 떠받치고 있기에, 3년 전 프리랜서로 첫 발을 내딛던 그때만큼 두렵거나 불안하지는 않다.

다만 여전히 미로 속을 헤매는 기분이다. 내가 가는 이 길이 옳은 방향인지 어떤지 미스테리다. 그럴 때면 혼자 주문을 외워본다.

“명심해. 시계보다는 나침반이 중요해.”

내 나침반의 자침이 미래를 향해 크게 요동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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