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한건설협회, 건설공제조합 사금고화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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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대한건설협회, 건설공제조합 사금고화 논란
  • 박형재 기자 parkhyungjae@kongje.or.kr
  • 승인 2021.12.20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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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공-협회 갈등②] 협회, 최근 5년간 조합에서 495억원 지원받아
골프행사, 홍보비 등으로 사용, “재주는 조합이 넘고, 생색은 협회가”
협회 자금부족 60억, 조합에 ‘책임전가’…공동사업 일방적으로 추진
국토부 국감질의서 분석, 진성준 의원 “협회가 조합에 간섭 말아야”

 

[한국공제신문=박형재 기자] 대한건설협회가 건설공제조합을 사금고화하고 있다. 조합 예산을 수시로 지원받아 골프행사, 홍보비 등으로 사용했는데 그 규모가 최근 5년간 495.2억원에 달한다. 그럼에도 협회 재정이 66억원이나 부족해 조합에 추가 자금을 요구하다 거절당했다. 협회가 조합 운영에 수시로 개입한데 이어, 수백억원을 쌈짓돈처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관련기사: ‘[건공-협회 갈등①] 최영묵 이사장 돌연 사퇴, 사건의 내막’

이 같은 사실은 한국공제신문이 입수한 2021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 자료(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작성)에 자세히 나와 있다. 

진성준 의원은 ‘대한건설협회, 건설공제조합 예산 사금고화 심각’이란 제목의 국토교통부 국감 질의서를 통해 “건설공제조합이 대한건설협회 관련 5년간 495.2억원을 지원했다”며 세부 내역을 공개했다. 

우선 조합은 건설협회장이 회장‧이사장으로 겸직하는 4개 단체에 338.7억원을 지원했다. 

구체적으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2016년 38억5000만원, 2017년 41억원, 2018년 48억3700만원, 2019년 51억4400만원, 2020년 51억4400만원 등 총 230억7500만원을 제공했다.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에는 2016년 11억6800만원, 2017년 19억8600만원, 2018년 10억400만원, 2019년 17억2900만원, 2020년 10억3900만원 등 총 69억2600만원을 지원했다. 

건설기술교육원에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6억9100만원씩 총 34억5500만원을, 건설산업사회공헌재단에는 2016년 1억9700만원, 2017년~2020년 각각 5500만원씩 총 4억1700만원을 줬다. 

한국공제신문이 입수한 2021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 자료 일부. 건설공제조합은 건설협회장이 회장‧이사장으로 겸직하는 4개 단체에 338.7억원을 지원했다. 자료 = 진성준 의원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작성)에 자세히 나와 있다. 진성준 의원은 ‘대한건설협회, 건설공제조합 예산 사금고화 심각’이란 제목의 국토교통부 국감 질의서를 통해 “건설공제조합이 대한건설협회 관련 5년간 495.2억원을 지원했다”며 세부 내역을 공개했다. 우선 
한국공제신문이 입수한 2021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 자료 일부. 건설공제조합은 건설협회장이 회장‧이사장으로 겸직하는 4개 단체에 338.7억원을 지원했다. 자료 = 진성준 의원실

이 뿐만이 아니다. 대한건설협회 및 시도회 지원사업인 ‘상생발전 공동행사 지원’ 명목으로 적게는 6억6000만원에서 많게는 11억400만원까지 최근 5년간 47억3000만원을 조합에서 가져갔다. 대한건설협회 ‘건설산업 CEO 미래전략포럼’ 행사에는 매년 2억원씩 8억원을 지원받았다. 

언론사 홍보 및 관리에도 조합 돈이 활용됐다. 대한건설협회가 대주주인 건설경제신문에 광고비 62.7억원, 구독료 3.3억원 등 66억원을 조합에서 제공했다. 또한 협회와 조합 공동으로 사용한 언론홍보비 5.4억원도 조합 주머니에서 나갔다. 

조합 업무와 무관한 협회 연구용역 2건, 12.25억원의 비용도 조합에서 지불했다. 용역명은 ‘지역별 인프라투자 정책방향 및 핵심인프라 프로젝트 발굴 연구’와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공사기간‧공사비 산출 및 산정방식 도출 등에 관한 연구’ 등이다. 

2017년 6월부터 1년간 진행된 인프라 연구 용역비용 총 13억7500만원 중 78.2%(10억7500만원)를 조합이 내고 나머지 21.8%(3억원)를 협회가 분담했다. 2019년 9월부터 8개월간 진행된 근로시간 단축 대응 용역에는 총 2억4000만원의 예산이 사용됐으며, 조합과 협회 분담금은 각각 62.5%(1억5000만원) : 37.5%(9000만원)였다. 

이밖에 △협회 우수대학생 장학금 연간 52명에게 1.5억원씩 총 7.5억원 △건설회관 내 협회 사무실 무상 사용료 최근 5년간 5.27억원 △건설회관 내 회의실 무상사용 최근 5년간 2.24억원 △협회 행사에 대한 지원금 2.27억원이 조합에서 지원됐다. 

진성준 의원은 이런 10가지 항목에 대해 국토교통부에 질의하며 “최근 5년 동안 건설공제조합 예산 495.2억원이 대한건설협회로 흘러갔으며, 내용을 살펴보면 대한건설협회장이 대표로 있는 단체에 지원되는 등 조합 업무와 연관성이 없는 예산들이다. 이에 대한 국토부의 입장과 재발방지대책은 무엇인가”라고 지적했다. 

대한건설협회는 건설공제조합으로부터 행사비, 홍보비 등으로 수백억원을 지원받아 논란이 일고 있다. 자료 = 진성준 의원실

협회 자금부족 60억, 조합에서 메워라? 

상식에서 벗어난 협회의 조합 사금고화 시도는 이 뿐만이 아니다. 협회는 방만 운영으로 자금 사정이 악화돼 2020년 약 66억원이 부족한 상태였다. 김상수 회장은 2020년 5월 8일 열린 조합 운영위원회에 운영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해 이 같은 사실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조합에 자금 수혈을 요구했다. 

김 회장은 운영위 발언을 통해 “협회 재정현황을 보시면 2020년 자금부족액이 66억원이다. 창피한 얘기지만 직원들 퇴직적립금이 64억원 있는데, 이 돈을 불법으로 당겨 쓰고 있다. 조합에서 협조해주지 않으면 협회가 당장 금년부터 부도가 난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협회는 조합에서 일정금액만큼 지원을 받아서 일단 부족한 예산을 메워나가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런 시도는 류영창 전문가 운영위원(대한건설진흥회 사무총장)에 의해 제지됐다. 류 위원은 “협회 자금사정이 나쁘다는 것은 이 자료를 보고 알았으나, 공제조합에서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사업 얘기를 해서 분담하던지, 타당성에 맞춰서 심의해야지, 이것을 그냥 ‘경상경비가 모자라니까 지원한다’는 것은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협회는 자금수혈 의지를 꺾지 않았다. 일방적으로 협회-조합 공동사업을 만든 뒤 예산 60억원을 책정해 조합에 요구한 것이다.  

협회는 2020년 6월 9일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건설공제조합과 함께 매주 수요일 Weekly CEO Brief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는 회원사들에게 매주 유익한 건설정책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로, 사업예산은 인당 50만원씩 매년 60억원을 책정했다. 조합이 협회에 비용을 납부하는 방식이지만, 사업 진행 과정에서 조합과 아무런 협의도 하지 않았다. 

진성준 의원은 “협회가 조합과 사전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조합을 공동사업자로 하여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아무런 근거와 권한 없이 조합으로부터 사업비 명목의 자금지원을 받으려했다”며 “정당한 사유 없는 조합과 협회와의 사실상 증여는 형법상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토부는 운영위원회에서 김상수 회장이 ‘조합이 협회를 도와줘야한다고 공개 발언한 것과 그동안 불법적으로 협회 직원들의 퇴직적립금으로 부족 예산을 충당해왔다고 스스로 밝힌 점, 그동안 조합 예산이 부당하게 협회 쪽으로 흘러 들어간 내역을 파악해 제출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제296차 건설공제조합 운영위원회 회의록 일부. 자료= 진성준 의원실
제296차 건설공제조합 운영위원회 회의록 일부. 자료= 진성준 의원실

5년간 500억, “도 넘었다”

이번 국정감사 자료에서 드러난 내용은 충격적이다. 최근 5년간 협회가 조합에서 495.2억원을 지원받았으며, 그럼에도 협회 재정이 66억원이나 부족해 추가 자금수혈을 요구하고 공동사업계획을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등 조합 돈을 쌈짓돈처럼 사용해온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대부분 공제조합들은 협회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협회 공제사업부 소속으로 한솥밥을 먹다 공제사업이 커지면서 별도법인으로 떨어져나온 경우가 많아 직원들끼리 친분이 있고, ‘협회원=조합원’인 구조라서 협회 요구를 무시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일부 공제조합은 매년 협회에 수백~수천만원을 회비 명목으로 제공하고, 협회 행사가 있으면 지원금을 내기도 한다. 협회와 조합이 같은 건물을 쓰거나, 일부 업무를 공유하는 등 ‘형님-동생’처럼 지낸다. 

다만, 협회는 운영 수익이 회원사 회비와 교육사업, 연구사업 등으로 제한적인 반면, 공제조합은 각종 부대사업을 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자금 사정이 좋다. 이 때문에 협회에서 조합 경영에 개입하거나, ‘감놔라 배놔라’ 하는 바람에 곳곳에서 갈등을 빚고 있다. 

그럼에도 최근 5년간 500억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조합에서 가져간 건설협회의 경우는 업계 관행을 감안해도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건설협회장이 조합 운영위원장 선출에 개입하고, 수시로 경영에 간섭하며, 조합 예산을 협회 사업에 사용하는 등 사금고처럼 활용하는 바람에 ‘건설공제조합 이사장 사퇴’라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건설공제조합 노조 관계자는 “조합에서 매년 10억원 가량 지원하는 ‘상생발전 공동행사’의 경우 사실상 회원사 골프비용이고, 매년 2억씩 지원하는 ‘건설산업 CEO 포럼’ 역시 비슷한 맥락의 협회 친목모임에 사용된다. 심지어 대학생 장학금도 조합 지원금으로 주고 생색은 협회가 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서방이 챙기는 셈인데, 그러면서도 조합 경영에 수시로 개입하니 이런 사달이 벌어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토부 국감 질의서를 작성한 진성준 의원 측은 협회가 조합에 간섭하는 행위는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원실 관계자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작년 국토부 국감 당시 박덕흠 의원 관련 문제를 지적하면서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 개정을 주문했고, 이에 따라 협회장이 조합 당연직 운영위원에서 제외 등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상수 회장이 운영위 도중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을 확인하고, 각종 제보를 통해 건공과 협회간 갈등, 예산 문제 등을 청취해 국토부 국감 질의서로 작성했다”며 “앞으로도 공제협회가 조합에 과도한 간섭을 하지 않도록 감시하고 국토부에 철저한 관리감독을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국토교통부는 협회와 조합간 갈등에 대해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국토부는 진성준 의원실 질의에 대해 “향후 투명한 운영위원회를 구성하여 공제조합이 공정하게 운영되도록 하고, 조합의 협회 지원은 조합 경영진이 판단할 사항으로 향후 예산집행의 적정성에 대해 운영위를 통해 면밀히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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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준 의원이 국토부 국감 질의서를 통해 건설공제조합 예산이 대한건설협회로 흘러가는 것을 비판하고 있다. 자료 = 진성준 의원실
진성준 의원의 국정감사 질의서에 대한 국토부의 답변 일부. 협회 지원은 조합 경영진이 판단할 사안이며, 향후 예산집행의 적정성에 대해 면밀히 검토할 계획이라고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진성준 의원의 국정감사 질의서에 대한 국토부의 답변 일부. 협회 지원은 조합 경영진이 판단할 사안이며, 향후 예산집행의 적정성에 대해 면밀히 검토할 계획이라고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자료 = 진성준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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