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의 인생보험 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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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의 인생보험 설계
  • 고라니 88three@gmail.com
  • 승인 2021.12.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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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제신문이 ‘2030보험라이프’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2030세대의 보험·공제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에피소드를 공유하고, 실생활에서 진짜 필요한 보험 및 제도는 무엇인지 함께 고민합니다.   

[한국공제신문=고라니] 우리 부부는 진지충이다. 조금이라도 아프면 혹시 큰 병의 징후가 아닐까 검색을 시작하고, 무언가 계획할 때 플랜 A 실패에 대비해 플랜 B, C까지 세워놓는 식이다. 그렇다고 모든 일에 힘을 빼는 건 아니다. 가치를 덜 두는 일엔 걱정도 시간도 투자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먹는 데 큰 의미를 두지 않아 외식메뉴 고르는 데 5분을 넘기지 않고, 식당 웨이팅이 길면 미련 없이 옆에 있는 치킨집에 들어간다.

그렇게 아낀 에너지를 이용해 세상에서 제일 진지하게 고민하는 문제는 다름 아닌 인생 자체다. 우리 부부는 소위 지속가능한 삶을 꾸려나갈 방법을 이야기하며 의기투합하곤 한다. 그 안에는 즐겁고 희망찬 계획과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현실적인 대비가 뒤섞여 있다. 최악의 상황이란 회사에서 잘리거나, 회사가 망하거나, 큰 사고가 일어났을 때다. 이를 대비해 우린 서로의 시간과 돈을 모아 우리만의 보험에 불입한다.

첫 번째 보험은 자기계발이다. 아내와 난 공공기관에 다니지만, 영원히 안정성이 보장될 거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정부 정책에 따른 부침이 워낙 심한 데다, 근거법 개정이나 민영화로 구조조정이 올 수도 있다. 그런 상황이 닥쳤을 때 조금이라도 더 회사에 붙어있기 위해 우린 퇴근 후 책상에 앉아 업무 관련 자격증과 학위 공부를 이어간다.

퇴근 뒤 공부할 수 있는 기간은 아이를 낳기 전까지로 정해져 있다. 그래서 우린 한정된 시간 동안 어떤 공부를 해야 효과적인지, 당장 업무에 도움 되는 것 말고 회사 밖에서도 써먹을 수 있는 건 무언지 자주 이야기를 나눈다. 전문자격증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유튜브로 대박날 아이템도 없으니 길게 보고 기술이라도 배워볼까 싶다.

두 번째 보험은 재테크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지만, 각자 전문분야를 정해 공부와 소액투자를 한다. 아내는 주식, 나는 부동산을 공부하고, 아내는 당근마켓 판매에, 나는 공모주 기업분석에 집중한다. 언젠가 회사가 휘청일 때 배당과 임대소득이라는 파이프라인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을 목표로 잡았다.

마지막 보험은 보험이다. 아내는 어떤 책에서 “보험은 가장 효율적인 개인 차원의 리스크관리 수단”이라는 내용을 읽었다고 한다. 가정을 하나의 회사로 보면 인적자본에 대한 의존도가 심각하게 높다. 부모 중 한 명이 사고를 당했을 때 그 결과가 너무 치명적이기에, 생명보험이나 중증후유장해 보험 등으로 경제적인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 이런 생각으로 우린 해약의 유혹을 뿌리치며 각종 보험을 유지하고 있다.

아무 일 없이 평범하게 지나는 하루가 너무나 귀하다는 걸 알기에, 우린 더욱 여러 종류의 인생보험에 집착하는지도 모른다. 노선에서 벗어나지 않는 예측 가능한 미래는 우리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가끔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현재의 기쁨을 유보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인가 싶다가도, 맞고 틀리고를 떠나 우리 부부의 성향이 비슷하다는 데에 안도한다. 둘 다 진지충에 쫄보인 덕에 차근차근 미래를 대비하는 과정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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