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 나에게 득이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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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기, 나에게 득이 된다면
  • 다면 dumber421@nate.com
  • 승인 2021.12.07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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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보험라이프]

한국공제신문이 ‘2030보험라이프’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2030세대의 보험·공제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에피소드를 공유하고, 실생활에서 진짜 필요한 보험 및 제도는 무엇인지 함께 고민합니다.   

[한국공제신문=다면] 보험은 재해나 사고와 같은 감당하기 힘든 피해에 대비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예측불가능한 사고로 인한 피해를 함께 부담해 조금이라도 위험을 줄이려는 시도다. 이는 누군가 제도를 악용하지 않는다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그래야만 장기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 하지만 얼마 전 방영이 시작된 드라마 ‘구경이’의 주인공이 보험사기 사건을 추적하는 보험조사관인 것처럼 우리에게 보험사기라는 말은 그다지 낯설지 않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0년 보험사기 적발 금액은 8986억원, 적발 인원은 9만8826명이다. 보험사기 적발 금액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에는 자동차를 이용한 고의 충돌 사고가 늘어나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SNS나 구인구직 사이트를 통해 동승자를 구한 뒤 차선을 변경하는 차량에 고의 사고를 내 보험금을 타낸 일당이 경찰에 의해 검거됐다.

보험사기는 돈을 목적으로 한다. 또한 그 과정에서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밖에 없다. 특히 자동차 고의사고의 경우 상대방 운전자에게 신체상, 재산상 손해를 입힐 가능성이 높다. 사기꾼들은 이를 충분히 알고 있음에도 자신의 금전적 이익을 위해 사고를 낸다. 보험사기를 적발하고, 사고를 처리하기 위한 사회적 비용의 증가와 보험료 상승 등은 타인에게 전가된다.

1020세대, 학생의 보험사기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것이 사기라고 해도 위험을 감수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이 실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공동체보다는 개인의 이득과 수치화 가능한 물질적 가치를 중요시하는 사회의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고의로 사고를 내고 보험금을 지급 받는 행위는 개인의 범죄행위이기도 하지만 우리 사회의 문제를 보여주는 신호인 셈이다.

물론 이전부터 보험금을 노린 범죄나 허위 환자들은 존재해왔다. 하지만 지인을 통해, 브로커를 통해 허위 진단서를 발급받거나, 사고를 과장하는 등의 범죄가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불특정 다수에게 접근해 공범을 모집하는 형태가 늘고 있다. 이는 같은 보험사기라 하더라도 그 양상이 분명 다르다. 심지어는 멀쩡한 눈을 백내장으로 진단받은 뒤 시력교정수술을 받는 ‘생내장’ 시술도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개인의 이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제도의 허점을 이용하고 타인을 기망하는 행위가 벌어지고 있다.

소비사회에서 쉽고 빠르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은 강렬하다. 임금의 가치가 하락하고 불안정성이 커질수록 돈은 더 큰 효능감을 느끼게 한다. 돈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방법은 걱정 없을 만큼의 돈을 벌고, 소비하는 것밖에는 없어 보인다. 이런 상황에 사회나 공동체와 같은 말은 고리타분하게 들린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 가치를 지켜야 한다. 선의 혹은 타인의 존재마저 의심해야 하는 사회에서는 불안이 존재를 앞서게 될 것이다. 안타깝게도 보험사를 위한 보험인 재보험은 존재하지만, 우리가 서로에 대한 신뢰를 잃었을 때 그것을 다시 보장해 줄 재보험은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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