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보호장치 마련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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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보호장치 마련할 것”
  • 홍정민 기자 hongchungmin@kongje.or.kr
  • 승인 2021.11.24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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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동만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 이사장
‘무늬만 사장님’ 노동자 권익 향상 목표…법‧제도 사각지대 해소
목돈마련 사업, 직업훈련, 직종별 맞춤형 공제 개발 추진
김동만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 이사장이 공제회가 설립된 계기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형재 기자
김동만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 이사장이 인터뷰 도중 공제회 설립 계기를 설명하고 있다. 

[한국공제신문=홍정민 기자] 배달 라이더, 대리운전 기사, 헤어디자이너, 학원 강사… 이들의 공통점은 특수고용노동자라는 것이다. 하는 일은 노동자와 동일하지만, 법적 지위가 ‘사장님’인 덕분에 노동법과 사회보험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정부가 비정형 노동자들을 위한 대책을 준비 중이지만, 실제 현장 적용까진 시간이 걸린다. 이런 제도적 공백을 보완하기 위해 한국노총에서 공제회를 설립했다.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 김동만 이사장을 만나 공제회 설립 이유와 앞으로 비전을 들어봤다.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에 대해 소개해 달라.

노동공제회는 개인이 짊어져야 하는 실직과 사고의 위험, 소득 불안정을 노동자들의 상호부조를 통해 공동으로 대응하는 협동의 경제조직이다.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는 노동법과 사회보험 사각지대에 놓인 플랫폼 노동자와 프리랜서들을 경제적으로 보호하고 조직화하기 위해 설립됐다. 이 시대의 불안정·비정형 노동자들의 경제적 보호와 이해대변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법적으로는 비영리 재단법인이지만 건설근로자공제회, 교직원공제회와 같은 특정 직역의 정책성 공제회들과 달리 노동자 자조조직을 표방하고 있다. 공제회 설립을 위해 지난해부터 한국노총과 노동자협동조합들이 수차례 논의 과정을 거쳤고, 지난 8월 25일 발기인대회를 거쳐 10월 26일 출범했다.

공제회 이사장은 어떻게 맡게 됐나?

2014년부터 2017년 초 한국노총 위원장을 역임했고, 그해 말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에 올라 3년 3개월동안 이사장직을 수행했다. 올 초 공단 이사장직을 마칠 즈음 현 한국노총 김동명 위원장으로부터 비정형노동자를 위한 공제회의 초대 이사장을 맡아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노동운동 현장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 산업인력공단에 있으면서 산업구조가 급격히 변화하고 직업 세계 또한 빠르게 달라지는 모습을 자세히 지켜봤다. 사각지대에 있는 새로운 고용형태의 노동자들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함을 절감했기에 노동운동의 새로운 도전에 힘을 보태고자 이사장 직을 수락했다.

공제회는 플랫폼, 프리랜서 노동자의 권익보호를 위해 출범했다. 어떤 방식으로 노동자를 도울 수 있는지 궁금하다.

비정형 노동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목돈마련 사업이라고 생각된다. 플랫폼 노동자들은 소득증빙, 일자리에 대한 보증이 어려워서 금융기관 대출 이용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공제회는 초기사업으로 이번 달부터 공식적으로 회원모집사업을 진행하면서 동시에 목돈마련 응원이자 매칭지원사업을 해나가려 한다. 공제회 회원이 월 10만원씩 납입하는 시중은행의 적금상품에 가입하면 연 최대 24만원까지의 우대이자를 지급하는 내용이다. 금융권 노사가 공동으로 조성한 금융산업공익재단이 연 최대 24억원을 지원한다.

플랫폼 노동자가 직업훈련이나 자영업 등으로의 전직을 지원하는 사업도 추진한다. 가령 가사노동자의 경우 요양보호사자격증 등 국가 자격증을 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학원비 등 비용이 부담스러워서 못하는 경우가 많다. 공제회 회원이 국가자격증이나 국가공인자격증 취득시 직업교육 이수, 직무테스트, 면접비용 등으로 1인당 50만원까지 비용이 지원된다. 금융산업공익재단이 3년간 연 6억원 내로 지원하며 지원금은 서민금융진흥원을 통해 지급된다.

이와 함께 공제회는 안전한 노동, 건강증진, 직무능력 향상을 출범초기의 주된 사업방향으로 설정하고 있다. 정부나 지자체의 정책성 사업을 수탁하거나, 기업이나 공익재단들의 사회공헌기금을 지원받아 자체 사업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관련 부처나 기관들과 협의해 나가려 한다.

이미 올해 서울시의 배달라이더 안전교육 공모사업 수행기관으로 선정돼 교육을 진행하고 있고, 내년도 비정형노동자 건강검진지원사업으로 공공상생연대기금에서 지원받기로 예정되어 있다. 많은 취약노동자들이 요구하는 사업으로 생활안정을 위한 소액융자나 직종별 특성에 맞는 저렴한 보험 등이 있는데 공제회 내에 준비단을 구성해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할 것이다.

지난달 26일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 출범식에서 김동만 이사장이 포부를 밝히고 있다. 사진=노동공제회
지난달 26일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 출범식에서 김동만 이사장이 포부를 밝히고 있다. 사진=노동공제회

플랫폼프리랜서노동자는 매우 다양하다. 배달라이더, 가사노동자, 프리랜서 등 각각의 특성이 제각각인데 이들을 모두 회원으로 받아들여 하나의 공제회로 운영하는게 가능할지 의문이다.

물론 어려움도 있지만 체감효과가 큰 공제사업을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가입자 규모가 반드시 필요하다. 개별 단체들의 공제사업이나 특정 직군만의 공제회는 법적 근거가 확보되지 않는 이상 안정적인 재원 마련이 어렵고 소규모성을 벗어나기 어렵다고 봤다.

공제회에서 직접 모든 직종의 노동자 회원들을 모집하고 운영하는 것은 쉽지 않으므로 각 직종을 대표하는 노동단체들을 공제회의 회원단체로 두고 이들 단체가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도록 할 예정이다. 공제회 내에 운영위원회를 설치해 이들 단체의 대표나 집행책임자들이 수시로 모여 공제회 사업과 운영을 계획 점검해 나갈 것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공제상품도 전체를 아우르는 내용으로 구성할 수 있을까? 현재 검토 중인 공제상품이 있다면 무엇인지 설명해달라.

앞서 말한 것처럼 공제회 초기 사업으로 진행하는 목돈마련 응원이자 매칭지원사업은 직종과 상관없이 모든 공제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다. 내년도 시범사업으로 진행할 건강검진 지원사업도 전체 회원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생활안정자금대출은 신중하게 여러 방안을 검토한 후 공제회 운영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도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식을 채택해 추진할 것이다. 3년 내에 적립형 공제상품을 개발해 모든 회원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 목표다.

공제회 설립 과정에서 재원마련이 쉽지 않았다고 들었다. 목표 자본금은 얼마이며 이를 위해 어떤 움직임을 가져갈지 듣고 싶다.

원칙적으로 공제회는 당사자들이 갹출한 회비와 상호부조로 운영된다. 하지만 이를 통한 실제 혜택이 피부에 와닿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와 공제회의 ‘신뢰도’ 확보가 이뤄져야 한다. 초기엔 현실적으로 사회적 자원의 유입이 절실하다. 공제회 설립을 준비하며 초기 재원으로 최소 15억원 가량이 필요하다고 보고 8억원은 한국노총의 모금과 출연으로 나머지는 기업 후원으로 마련하고자 했다. 노총에서 어려운 시기에 최선을 다해 6억원이 넘는 재원을 마련하였는데 이후에도 추가 재원이 모금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사회적 금융기관이나 공익재단들의 지원 및 정부나 지자체의 정책사업들에 대한 수탁이나 지원요청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공제회가 지속가능한 경제생태계를 구축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이나 공공기관들에게도 사회적 책임의 일환으로 사회공헌기금 후원을 요청하고자 한다. 그런데 이러한 사회적 지원들이 확대되기 위해서는 공제회가 결국 사업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는 것이 맞물려 진행돼야 할 것이다.

김동만 이사장이 노동공제회의 향후 공제회의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박형재 기자
김동만 이사장이 노동공제회의 향후 공제회의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공제회의 단기 목표 및 중장기 목표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향후 행보 및 방향성이 있다면 말해달라.

우선은 앞서 말했듯이 추가적인 재원을 확보해 운영을 안정화하는 것이 급선무다. 기업이나 기관들의 후원을 유치하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이지만 본격적으로 회원들을 모집하고 이들의 회비를 통해 공제회가 기본적 운영을 해나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공제회의 인지도와 신뢰성을 빠르게 확립하는 것이 과제다.

한편 직종별 맞춤형 공제사업을 개발함으로써 해당 직종의 보다 많은 노동자들이 공제회로 가입할 유인을 만들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제회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법적 근거의 마련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지금도 근로복지기본법에 노동자들의 공제회 설립과 운영 및 정부지원에 대한 근거조항을 포함시키는 대안들이 제시되고 있다. 입법논의가 확대되고 빠르게 현실화되도록 우리 공제회도 다른 노동공제조직들과 함께 적극 노력할 것이다.

공제회 가입대상은 중장기적으로 불안정노동계층 전반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플랫폼·프리랜서만이 아니라 소규모 영세사업장 노동자, 단기알바 등을 모두 포괄하는 조직으로 발전을 꿈꾸고 있다. 공제회가 비단 비정형 노동자들에게만 유용한 조직은 아니며 고용관계가 분명하더라도 처우나 노동조건이 열악한 노동자들의 보호와 조직화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노동공제회는 지난 10월 26일 출범식을 시작으로 이제 첫발을 뗐다. 하지만 아직 극복해야 할 장애와 과제가 산더미다. 이것은 지금 공제회를 직접 만드는 사람들의 힘만으로 헤쳐가기 어렵다. 노동운동의 새로운 도전, 혁신적 시도를 많은 현장 노동조합들과 우리 사회가 함께 응원하고 지원해 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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