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설명의무 편익과 정보과잉 불이익 사이 조정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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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설명의무 편익과 정보과잉 불이익 사이 조정 필요성
  • 한창희 국민대 법학과 교수 chgm@kookmin.ac.kr
  • 승인 2021.11.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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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제신문=한창희 교수] 보험소비자보호의 핵심은 불완전판매의 방지이고, 이를 위하여 보험자의 정보제공이 필수적이다. 정보력과 협상력에 있어서 열위인 보험소비자는 기울어진 운동장에 서있는 것이고, 보험약관은 수리가 가미되고 은행·증권상품과 결합되는 등 더욱 복잡해졌다. 이에 대하여 보험자의 보험약관에 대한 설명뿐만 아니라 보험교육의 강화도 긴요하다.

9월 25일부터 전면 시행되는 금융소비자보호법은 판매자는 보험 가입 권유시 또는 보험소비자가 요청하는 경우 설명서를 작성교부하고 파악하기 힘든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하여 맨 앞에 핵심설명서를 두도록 한다. 설명서에는 보험상품의 내용, 보험료, 보험금, 위험보장의 범위, 보험료납입기간 등을 기재하고, 매년 보험연구원 실태조사 등을 바탕으로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설명의무 위반에 대한 구제제도도 충분히 마련되어 있다. 먼저 약관규제법상 보험약관의 설명의무위반의 경우 당해 조항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하지 못한다. 실제로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최근 조정결정을 통해 2019년의 해양경찰의 사고에 대하여 보험사의 설명의무 미흡을 들어 해양경찰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보험계약이 체결된 2011년 당시 보험사가 해양경찰 등 직무상 선박에 탑승하는 동안의 행위로 인한 상해 관련 보험금 지급 면책사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둘째, 금융소비자보호법상 설명의무위반에 대하여 보험자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 예컨대 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 체결시 위 피보험자의 서면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러나 판매자가 보험계약자에게 이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피보험자 동의란에 서명하게 하여 보험금을 받지 못하는 손해가 발생했다. 법원은 보험계약자에게 30%의 과실비율을 상계하고 보험금을 손해배상으로 지급하도록 판결했다.

셋째, 금융소비자보호법에 새로 도입된 설명의무위반시 위법계약의 해지제도이다. 즉, 약관상 중요한 사항의 설명의무위반은 물론 약관상 중요한 사항이 아니더라도 보험상품을 사실과 다르게 알리는 경우 계약체결일로부터 5년 또는 보험소비자가 위반사실을 안 날로부터 1년 중 먼저 도달한 기간 안에 위약금 등 없이 해지가 가능하다.

글로벌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세계적으로 금융소비자보호 조치가 강화되는 추세다. 2010년의 G20 서울 정상회담 선언, 2011년 OECD의 금융소비자보호 상위원칙은 ‘정보는 금융상품의 중요한 측면에 대하여 제공돼야 한다. 적절한 정보는 소비자와 관계의 모든 단계에서 제공돼야 한다’고 선언했다. ‘불간섭’ 방식이 최선이고 시장은 독자적인 보호메커니즘에 맡겨도 충분히 효율적이라는 믿음은 철저히 파괴되었다.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 패러다임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연구에 따르면 가계의 의사결정에서 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금융안정이 더 이상 은행의 지급능력과 유동성만이 아니라 개별 가계의 금융안정성에 대한 우려까지 확장된다는 점에서 정보제공을 통한 소비자보호강화의 필요성은 보다 높아졌다. 따라서 비효율적인 소비자보호는 금융시장의 안정을 저해할 수 있다. 다만 단순한 정보제공이 가장 효율적인 소비자보호수단은 아니다. 명료성조치가 계속 강화될 필요가 있다. 핵심은 ‘단순한 시장정보’의 제공에서 ‘개인맞춤정보’의 제공으로 변화되고 있다.

정보제공의무강화와 관련된 몇 가지 쟁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정보제공에 집중된 소비자보호제도는 제공정보를 소비자가 이해하도록 하는 조치로 확대되어야 한다. 금융교육의 증진과 판매프로세스에서의 정보제공방법이 새로운 소비자보호모델의 중점이 되었다. 금융교육은 건전한 금융의사결정을 위하여 필요하고 궁극적으로 개인의 금융복지를 달성하기 위한 금융의식, 지식, 기술, 태도와 행동의 결합으로 정의된 금융리터러시를 증진한다.

반면 정보제공의무와 비교하면, 금융교육은 목적을 달성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 이것이 금융교육이 일반적으로 보조적인 수단에 그치는 이유이다. 금융교육프로그램의 도입과 실현에는 비용이 많이 들고, 이러한 비용 부담은 사기업보다는 국가에 지워진다. 또한 금융교육에는 부정적인 효과가 없지만, 정보제공에는 정보과잉이라는 주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둘째, 정보과잉의 문제이다. 정보화시대에 이르러 전문가가 행하던 많은 작업이 소비자에게 이전되었다. 계속 증가하는 정보를 처리하는 외에도 소비자는 많은 정보화에 직면한다. 보험계약자는 약관, 상품설명서, 상품요약서라는 동일내용을 담은 다른 유형의 3가지 서류를 수령한다. 또한 보험모집인의 서류를 포함하여 많은 양, 그리고 다른 형태와 수준의 복잡한 정보를 제공받는 것이다. 정보과잉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너무 적은 정보도 좋지 않지만, 너무 많아도 좋지 않다. 소비자가 흡수할 수 있는 정보량에 한계가 있고, 과잉정보는 그릇된 선택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적절한 정보량이나 복잡성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적정한 복잡성이론에 따르면 역 U자가설은 합리적인 결정을 위해 적절한 양의 정보를 측정하는 실용적인 도구가 된다고 하였다. 이 이론은 군사연습시뮬레이션에서 경험적으로 증명됐다. 이 결과는 후일 조지 에이 밀러에 의하여 여러 정보단위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인간능력은 7±2라는 ‘매직넘버7’으로 발전하였다. 연구에 따르면 소비자는 수령하는 정보 항목에 대하여 선택이 가능하면 보다 나은 결정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소비자에게 적절한 정보가 주어질 경우 그 중에서 최선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부적절하고 이해불가능한 정보는 정보과잉을 초래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방해한다. 영국과 미국의 금융감독당국의 연구에 따르면 금융소비자의 주요 문제는 정보의 결여가 아니라, 반대로 소비자의 혼란을 야기하는 것은 다량의 복잡한 정보이다.

셋째, 과잉정보의 문제는 부정적인 효과와 비용으로 연결될 수 있다. 정보제공의무가 보험모집인에게 과도한 비용 부담을 초래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문제이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은 설명서와 핵심설명서 기재사항으로 표준화하여 이를 해결하였지만, 설명서류에 대해서는 끊임없는 업데이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보험상품의 정보제공의무강화는 불완전판매를 방지하는 금융소비자보호장치로서 긴요한 반면, 정보과잉과 비용의 불이익을 초래한다. 보험상품 설명의무의 편익과 정보과잉의 불이익·비용부담 사이의 적절한 조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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