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내가 코로나 백신 부작용으로 죽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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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내가 코로나 백신 부작용으로 죽으면
  • 고라니 88three@gmail.com
  • 승인 2021.11.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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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보험라이프]

한국공제신문이 ‘2030보험라이프’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2030세대의 보험·공제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에피소드를 공유하고, 실생활에서 진짜 필요한 보험 및 제도는 무엇인지 함께 고민합니다.   

[한국공제신문=고라니] 모더나 2차 접종 후유증은 생각보다 심했다. 다음날 두통과 근육통은 기본이고 심장을 찌르는 기분 나쁜 느낌이 계속됐다. 불안한 마음에 연차를 내고 병원으로 향했다. 당일 바로 정밀검사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은 없었지만, 그나마 집 근처 내과에서 심전도검사와 엑스레이가 가능했다.

의사의 권유로 자율신경계 검사까지 마쳤다. 심장박동이 다소 느린 증상 외 특이사항은 없었다. 애초에 마음 편해지려고 한 검사였기에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셈이었다. 자율신경계 검사는 비급여 항목이어서 검사비가 4만원이나 나왔다. 곧장 진료비영수증과 진료비세부내역서를 발급받고 실손 보험금을 청구했다.

검사결과도 받고 실비도 청구했지만, 마음은 좀처럼 개운해지지 않았다. 갑자기 백신 부작용으로 죽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계속됐다. 우리나라에서 백신 접종 후 사망한 사람은 천 명을 훌쩍 넘었지만, 그중 인과성이 인정된 사람은 2명뿐이라는 기사만 눈에 들어왔다. 죽음에 대한 원초적인 두려움과 동시에, 갑자기 죽으면 뭐가 남을까 싶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해지의 유혹을 물리치고 유지해온 종신보험이었다. 지금만큼 이 보험이 가깝게 느껴진 적이 없었다. 생명보험은 손해보험과 달리 사망 원인을 따지지 않고 모든 죽음에 적용받는다. 백신과의 인과성을 인정받기 위한 지난한 과정 없이도 남은 가족이 보상받을 거란 생각에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다.

혹시 심장이나 뇌에 부작용이 생기면 진단금을 받을 수 있나 싶어 손해보험 약관도 들춰봤다. 아쉽게도 뇌출혈과 급성심근경색증일 경우에는 진단금을 주지만, mRNA 백신의 대표적인 부작용인 심근염과 심낭염에 걸렸을 땐 입원과 수술급여만 받을 수 있었다. 아나필락시스 관련 보장은 찾을 수 없었다.

보험약관을 뒤적이는 나 자신이 괜히 호들갑 떠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백신 부작용을 심하게 겪은 것도 아니니 말이다. 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백신에 대한 두려움을 가라앉히기 위해서는 안심될만한 무언가가 필요했다.

회사에선 백신 부작용을 걱정하는 이들을 과민하다 비웃지만, 백신 접종 후 사망한 사람들은 날마다 늘어간다. 백신 접종을 거부해 불이익을 감수하는 것도, 목숨을 건 확률게임에 걸려 손도 못 써보고 죽는 것도 오로지 개인의 몫이다.

그러니 백신 부작용으로 인한 죽음 이후를 미리 그려보는 건, 누구도 책임지지 않을 내 목숨에 대한 예의이자 가족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이다. 이 글만큼은 아내에게 꼭 공유하려 한다. 혹시 내가 백신 부작용으로 죽으면 생명보험 청구를 잊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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