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사고, 명확한 규정 없어 기술개발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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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차 사고, 명확한 규정 없어 기술개발 ‘제동’
  • 강태구 동경특파원 kgn@kongje.or.kr
  • 승인 2021.10.21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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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레벨4 이상 자율차 사고시 책임소재 불명확, 보험상품 등 개발 난색
기업 “법적 책임자 없으면 기업도 개발방침 굳히기 어려워”

[한국공제신문=강태구 동경특파원] 자율주행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관련법과 규정 등 제도개선 속도는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경우 레벨3단계에 해당하는 규정만 마련돼있어 기업들이 레벨4 기술 개발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자율주행차 상용화는 자동차업계와 보험업계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얽혀있는만큼, 조속히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본에서는 자율주행차 사고 시 형사책임에 관한 규정 정비가 늦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향후 고도의 자율주행 상황에서 운전자나 운전 프로그램 개발자, 제조사 중 누가 책임질 것인지 지침이나 법령이 정해지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책임소재가 명확하지 않으면 자율주행 프로그램을 설계하기 어렵고 개발도 더뎌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일본에서 교통사고로 가해자의 형사책임을 묻는 경우에 적용되는 주요 법률은 ▲음주운전 등을 금지하는 도로교통법 ▲위험운전 치사상해 등을 정해 놓은 자동차운전 처벌법 ▲업무상 과실치사상죄 등을 포함한 형법 등 3가지다. 자율주행차 운전 사고에서도 누구의 행위에 어떠한 법을 적용할 것인지가 주목된다.

자율주행차 레벨은 총 5가지로 구분된다. 운전자가 직접 자동차를 제어하고 움직이는 레벨1부터 사람이 타지 않고도 움직일 수 있는 무인 주행차인 레벨5까지다. 현재 대부분 자율주행이 가능하지만 돌발상황 시 수동전환되는 레벨3까지 실용화됐다. 혼다는 올해 3월 세계 최초로 레벨3 자율주행 기능을 장착한 ‘레전드’를 출시했다.

일본법은 레벨3까지 갖춰진 상태다. 지난해 시행된 개정 도로교통법에 사고시 책임이나 운전자 안전의무 등의 규정을 포함시켰다. 레벨4 이상에 대해서는 명확한 지침이나 법령은 없고 정부 검토도 본격화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레벨4 이상에 대응하는 법적 책임의 논의가 진행되지 않으면 기업 측도 개발방침을 굳히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인간이 관여하지 않는 고도의 자율차에서 운전 프로그램 설계가 사고원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논의가 필요한 부분은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자동차와 충돌을 피하기 위해 운전 프로그램이 작동해 자동차가 보행자를 다치게 하는 경우 등이다. 어떠한 회피 행동이 허용될 지에 따라 프로그램 설계는 크게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독일은 회피 행동에 대한 명확한 규제를 적용했다. 올해 7월 말 자율주행의 규제 등을 포함시킨 개정법을 시행했다. ‘운전자 없이도 소정의 운행 영역을 독립해서 운전할 수 있다’고 자율주행차를 정의한 뒤 레벨4 이상의 실용화에 대응했다.

사고 시 회피 행동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인명에 대해 피할 수 없는 위험이 생긴 경우 개인적인 특징에 기초해 더욱 높은 단계의 중과실로 하지 않는다’, ‘도로교통법에 위반하는 것만으로 주행 계속이 가능하게 되는 경우에는 자동차를 스스로 위험을 최소한으로 억제한 상태로 한다’ 등으로 규정돼 있다.

사고를 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보도에 침입하는 것은 인정되지만 보행자의 인종이나 연령 등에 의해 충돌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설계는 금지돼 있다.

향후 일본에서 고도의 자율주행을 둘러싼 법적 책임의 논의가 본격 진행될 경우 법인으로서 제조사에 사고 시 형사책임을 묻는 일이 검토 과제가 될 수 있다. 현행법은 일부를 제외하고 형사벌의 대상은 개인에 국한돼 있지만 자율주행에서는 프로그램 설계나 자동차에 탑재된 인공지능의 알고리즘 등이 사고원인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기업의 책임 여부에도 주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형법은 법무성, 도로교통법은 경찰청, 도로운송차량법은 국토교통성으로 각각 다른 관청의 소관으로 깊이있는 논의가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경제신문은 “자율주행 등 개발 경쟁이 심한 분야일수록 혁신에 앞선 법령 정비가 중요하다”며 “규정의 애매함이 기업의 기술개발에 걸림돌이 되기 쉽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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